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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지리산 종주-겨울 지리산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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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독일 가기 전에 처음으로 혼자서 떠난 지리산 종주, 그리고 2008년에 설악산에 실망하고 다시 찾은 지리산. 그때 다녀온 걸 아직도 안 올리고 미루고 있다가 이번에 겨울 지리산 시즌이 끝나기 전에 부랴부랴 다녀왔다.

아니나 다를까 14일밤에 도착했는데 16일부터 4월 말까지 산불방지 입산 금지란다. 그래서 밥도 안 해먹고 행동식으로 때우면서 강행군을 해서 해 지기 전에 화엄사에서 세석산장까지 12시간 동안 30km를 걸었다. 

 

14일 설날 저녁 남부터미널에서 7시반차 타고 구례 터미널에 도착하니 11시다. 화엄사까지 택시타고 가서 야간산행하려고 좀 가다가 무서워서 되돌아 왔다. 화엄사에서 1박을 하고 새벽 6시반부터 산행 시작했다. 지난 2008년엔 한참 떨어진 민박집에서 여기까지 한시간을 넘게 걸었었는데 오늘은 좀 일찍 출발한 택이다. 그래도 겨울이라 어두컴컴 하다. 내 앞으로 몇 명의 발자국이 나 있다.

화엄사 깔딱 고개를 올라서니 9시가 아직 되기 전이다. 이번엔 빙빙 둘러서 노고단에 도착했다. 준비해 간 떡과 사과 한쪽,감 하나에 뜨거운 물 빌어서 감잎차 마시고 출발했다.   

그런데 노고단 산장지기 왈 내일부터 주능선 입산금지란다. 어디까지 갈 수 있나 걱정이 들었다. 막연하게 오늘 해지기 전에 갈때까지만 가자고 맘 먹었다. 덕분에 능선에 사람은 없고 한적했다. 하늘은 푸르게 맑고 눈꽃은 눈부시고 녹아내리다가 얼음이 된 가지들은 서로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낸다.

연하천에 2시경에 도착해서 산장지기에게 장터목까지만 가면 천왕봉을 오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속도내서 다시 걸었더니 3시 40분이 못되어 벽소령에 도착했다. 하지만 산장지기가 바로 내려가라는 엄명이다. 그냥 내려가도 4시간 반이면 야간산행을 해야하는데… 차라리 세석까지 가던지 야간 산행을 해서 장터목까지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지도를 보니 7시간 코스. 10분간 망설이다가 다시 세석으로 출발했다. 

6시20분경에 해지는 노을을 보면서 도착했는데 중간에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세석산장에 사람들이 모두 철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침에 떡 조금에다가 과일과 쵸콜렛으로만 끼니를 때웠더니 밥생각이 간절하다. 그런데 가스도 노고단에서 누가 버리고 간 약간 남은 소형 가스통 하나뿐이고, 라이터나 성냥도 챙겨오지 않았는데 지난번 버너가 불도 잘 안 붙었던 게 기억났다.  

그냥 사람만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고 안되면 잠깐 쉬다가 야간산행을 할까. 취사장에서라도 비박을 할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도착했는데 발전기 소리가 요란하다. 취사장에 들어갔더니 아저씨 두 분이 라면을 끓이고 있는게 아닌가. 어찌나 반갑던지~!!!

라면도 같이 먹고 밥도 해서 말아 먹고 내일 점심용 주먹밥까지 싸서 산장에 들어갔더니 벽소령에서 얘기 안 듣고 그냥 왔다면서 산장지기(국립공원관리공단직원)경고장을 쓴다. 내일 거림으로 안 내려가면 벌금 물린다고 으름장이다. 신분증 복사하고 주민번호 적고 분위기 험학하게 만들더니 자기네끼리 마지막 날이라고 삼겹살 파티다.  

아저씨 두 분도 청학동에서 쌍계사 갈 요량으로 길 들었다가 잘못 왔는데 된통 혼났단다. 그래도 온 김에 천왕봉을 가자고 맘을 모았다. 그래서 산장지기에게 거림대신 백무동으로 내려간다고 허락받았다(백무동 가는 길은 세석에서 가는 길, 장터목에서 가는 길 두개다). 세석에서 백무동 내려가는 한신계곡은 얼음투성이라 내가 가지고 있는 두발짜리 아이젠으로는 위험하다고 하는데(안그래도 오는 내내 벗겨지는 바람에 고생 좀 했다) 그냥 우겨서리. ^^

 

다음날 아침을 드시는 두 분은 3시부터 일어나서 라면 끓여 드시고 난 내내 뒤척이다 새벽녘에 든 잠이 달콤해서 늦잠을 잤다. 40분쯤 일어나서 허겁지겁 짐 싸고 4시 쯤에 세석산장을 출발했는데 장터목에 오니 6시도 안되었다. 화장실 들렀다 천왕봉으로 가는데 일출이 7시 지난 뒤니까 미리 올라가서 추위에 떠는 것 보다 천천히 가기로 했다. 중간에 간식도 먹고 쉬엄쉬엄 올라갔지만 해는 구름에 가려서 좀처럼 나올 생각을 않는다. 기다리다 장터목와서 밥해먹고 백무동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입산금지라더니 사람들이 엄청 올라온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거지??? 알고 보니 노고단부터 세석까지 주능선만 입산 금지란다.

눈이 이렇게 많은데 무슨 산불? 이란 궁금증도 있었지만 눈이 녹으면서 올라오는 새싹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도 있다니 공감이 간다. 4월까지 지리산 올 기회 만들기도 어렵겠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눈밭을 걸어서 그런지 다리와 무릎에 거의 무리가 가지 않아서 예년보다 운동준비도 부족한 상태에서 더 많이 걸었는데도 다리가 전혀 아프지 않다. 다만 허벅지와 종아리에 근육이 붙어 두꺼워진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틀만에 돌아와 몸무게를 재어보니 2kg가 늘었다. ^^;

 

<코스와 걸린 시간>

*첫날 : 화엄사(06:27) -> 코재(08:56) -> 노고단 산장(09:20) -> 임걸령(11:07) -> 노루목(11:42) -> 연하천(14:00~20) -> 벽소령 산장(15:38~50) -> 세석 산장(18:15)

*둘째날: 세석 산장(04:05) -> 장터목 산장(05:50~06:00) -> 천왕봉(07:00~40) -> 장터목 산장(08:30~09:00) -> 백무동 입구(11:20)

 

 

일자 내역 지출 비고
20100214 서울 남부터미널 -> 구례 22,700 푸우는 옆에서 삐져 있고 난 인터넷으로 예매했다. 2시간마다 있는데 저녁 7시반 차다.
택시(구례버스터미널 -> 화엄사) 7,000 화엄사 가자고 하니까 미터기로 끊는다고 하더니 누르지 않고 그냥 간 걸 뒤늦게 알았다. 첨엔 1만원 내라고 하더니 7,000원으로 깎아 준다. 
화엄사 0 그냥 잤다. 깊이 잠들지 못했지만 몸 하나 누일 곳이 있었으니… 감사합니다.
20100215 세석산장 숙박 7,000+ 담요 한 장 1,000 8,000 벽소령에서 내려가지 않고 왔다고 경고 받고 신분증 찍히고… 
20100216 백무동 버스터미널 -> 함양 3,600 11시반차를 놓쳐서 1시반까지 기다리기 뭐해서 12시 50분 함양가는 버스 탔다. 가는길이란다. 
함양 버스 터미널 -> 동서울 터미널 16,600  앞 버스에서 졸다가 내리는 바람에 지갑이랑 핸드폰 손수건 다 두고 내린 걸 매표소 앞에서 알았다. 급히 수소문 해서 식사하는 운전수 찾아서 가보니 그냥 그대로… 휴- 난 한 번도 무사히 지나는 적이 없다.
57,900 저렴하게 다녀왔다.

 

 

화엄사 입구에서 다리 건너 시작하는 곳. 어젯밤에 이길로 갔다가 무서워서 다시 내려온 길. 새벽 6시반이 못 되어 출발했다.

새벽어스름 푸른빛이 좋다. 간밤에 살짝 눈이 내렸나 보다.

 

화엄사 계곡은 이런 바위들이 즐비한데 나무들과 묘한 어울림이 있다. 게다가 눈까지 살짝.

처음 2km는 30분만에 올랐는데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하자 4km에 한시간 반이 걸렸다.

 

 

화엄사에서 오르는 길은 짧지만 급한 경사로 일명 ‘깔딱 고개’로 불린다. 내려다본 계단길.

 

 

휴~ 다 올라온 이곳이 ‘코재’ 다. 얼굴이 벌개졌다. 여기부터는 임도가 나 있다. 

 

지리산을 휘감아 도는 섬진강은 언제나 넉넉해 보인다.

 

노고단 산장을 나와서 고개 하나 넘으면 오른쪽 노고단 정상이고 나는 바로 직진해서 산길로 접어들었다. 눈이 쌓인 가지들이 햇빛에 눈부시게 이쁘다.

 

첩첩산중 12폭 치마에 쌓여 있는 것 같은 지리산, 지리산에 오면 정말 산에 ‘든’것 같다.

 

여인의 가슴같기도 하고 엉덩이 같기도 한 반야봉 가는 갈림길, 노루목이다. 반야봉은 지리산에서 천왕봉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여기서 보는 일몰, 석양이 아름답다던데 아직 한번도 못 가봤다. 그동안의 입산금지였고. 야간산행도 하기 싫어서다. 누구라도 같이 오게되면 함 가봐야지. 여기서 1km 가량 가면 반야봉, 다시 나올 때는 삼도봉으로 나올 수 있다.

 

삼도봉 가는 길.

나뭇가지 끝에 꽃눈들이 달려있는데 통째로 얼음이 감싸고 얼었다. 투명하게 맑은 얼음이 빛난다. 봄 기운이 오면 이 얼음도 녹아서 꽃을 피우겠지. 생명력이란!

 

삼도봉. 올 때 마다 찍는 곳인데, 지나는 사람도 없어서 어째어째 해서 혼자 찍었다. ^^

 

바위에 눈이 녹아 얼음이 고드름으로 줄줄이 달렸다.

내린 눈이 가지마다 투명한 얼음으로 녹다가 얼다가… 햇빛에 눈부시다.

봄에 이 길은 철쭉으로 가득할 터이다. 하지만 4월말까지 여기 주능선은 폐쇄된 길이니 야생동물들이나 즐기겠구나. 몰래 들어온 산행꾼들하고.

 

연하천 산장 옆에 있는 나무들이 눈과 어우러져서 장관이다. 여기 산장지기에게 장터목까지만 가면 된다는 얘기듣고 간단히 과일 먹고 바로 출발!

이 길들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급히 서두는 산행 가운데서도 사진 찍고 음미하고. 몇 번씩 감탄하면서, 뒤돌아 보면서 걸었다.

형제봉. 지난 2008년 가을에는 이곳에 올라서 사진 한 컷 찍었는데. 바람도 참 좋았지… 오를까 하고 보니, 곳곳에 눈 녹은 물이 얼어서 위험해 보인다. 포기했다.

굽이굽이 지리산 골짜기여~~!

휴~벽소령 산장지기가 하산하라는데, 눈을 피해서 급히 걸었다. 세석까지 절반 남았다. 해가 지기 전에 가야하는데…

 

저기 오른쪽에 세석평전이 보이고 왼쪽 뒤로 삼신봉. 저기 멀리 천왕봉과 장터목 산장까지 보인다. 오늘 중으로 장터목까지 갈 수 있을까? 배도 고프고… 세석에서 요기하고 비박이라도 하고 싶은 맘이다. 근데, 중간에 만난 몇 분들이 세석에서 모두 철수했다며 걱정해준다. 그들은 비박장비 잔뜩 짊어지고 가고 있었다. 벽소령을 피해서 어디 좋은 눈밭에 머무시겠구나… 부럽다. 아차, 깜빡했다. 개스와 라이터 좀 얻을 걸… 흑.  

지난 가을에 이 길과 이 산, 영신봉이 참 이뻤는데, 겨울에 보니 또 다른 맛이다.

 

 

길가에 이렇게 얼어있는 가지들이 잔뜩이다. 부딪고 지나가면 실로폰 소리처럼 맑은 소리가 난다. 해가 저문다. 다행히 세석산장에 거의 다 왔다.

 

둘째날, 새벽 4시에 세석산장을 나와서 장터목으로 가는데… 2km에 한시간이 채 안 걸렸다. 속도를 좀 늦추고… 같이 간 두 분 중 한 분은 ‘산신령’처럼 산을 잘 탄다. 아이젠과 헤드랜턴도 초보 동행친구에게 넘기고 맨등산화에 불도 가물가물한 보조랜턴으로 순식간에 저만치 가신다. 백두대간도 종주하셨단다. 와~~. 이분도 울산 분이네…

 

천왕봉에서 해뜨는 거 기다리면서 추울 것 같아 느릿느릿 왔는데… 해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는 않고. 새벽 어스름 푸른빛에 쌓인 첩첩히 지리산이여… 눈에, 아이젠이 있어서 이런 위험한 곳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좋다.

늘 들르는 천왕복 오르는 길 고사목 두 개. 푸우가 찍어 둔 나무 두 그루라서 종주할 때마다 눈도장 찍고 간다.

이쁘다. 겨울 지리산! 안 왔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저기 오른쪽 가장 높이 솟은 산이 반야봉. 그 뒤 왼쪽 뾰족한 게 노고단. 노고단 부터 능선 따라 온 길이 쭈욱 이어져 있다. 여긴, 천왕봉에서 내려와서 제석봉에서 다시 내려가는 길.

 

장터목 산장에 붙어 있는 구간별 통제 시간. 미리 알아 둬야 겠다.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했다. 반야봉은 어디서나 도드라져 보인다.

 

4월말까지 입산 통제 구간. 화엄사에서 노고단, 중산리나 백무동에서 천황봉. 뱀사골 계곡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통제구간이다. 그동안 잘 쉬고 새싹이 튼튼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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