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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하수유동모델링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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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하수유동모델링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그런데…
국정감사 끝나고 공개된 경주 방폐장 지하수유동모델링 보고서
 


경주방폐장 공사현장에서 유출되는 지하수. 제공: 조승수 의원실

드디어 지하수유동모델링보고서가 공개되었다.

경주 방폐장의 건설, 운영 허가가 나기 위해서는 안전성분석보고서가 제출되어야 하고 여기에는 단층, 암반, 지진, 기상, 지하수 등 여러 분야의 실측 자료와 함께 분석 내용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하수 영향은 물론 누출된 방사성물질 확산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하수유동모델링’ 결과가 안전성분석보고서에는 요약본만 실려 있었다.

문제는 요약본에 모델링의 실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를 정량적으로 요약하지 않고 정성적으로 요약했으니 제대로 조사되고 분석되었는지 검토할 수가 없었다. 아래는 안전성분석보고서를 검토한 박창근 교수의 의견이다.

“지하수 유동 모델링에서 있어야 할 핵심 내용은 초기 지하수위 분포도를 포함한 각종 매개변수 자료, 계절별과 공사 전․중․후에 대한 각 지하수위 분포와 유속 분포 등 지하수 흐름장의 변화자료다. 이것이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방폐장 구조물이 지하수 흐름에 미치는 영향과 지하수 흐름이 방폐장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 등 폐기장 부근의 지하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그러한 지하수 흐름을 해석해야만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었을 때 이동 상황 등을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런데 안전성분석보고서에는 이 내용이 없었던 것이다. 지하수에 의한 안전성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 지하수유동모델링 보고서 원본이 필요했다.

지하수를 중심으로 안전성분석보고서를 두 번째로 검토한 9월 14일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 조승수 의원실에서는 지하수유동모델링 보고서 원본을 가지고 있는 (주)한국수력원자력에 수차례 보고서 원본을 공개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제출을 거부했다. 이유는 외부로 유출된다는 것이다. 결국, 국정감사가 시작될 때 요구했던 보고서가 한 달 반 뒤인 국정감사 마감 후에야 제출되었다.

 

왜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두려워할까?

(주)한수원을 비롯한 핵산업계의 비밀주의는 오래된 관행이다. 멀게는 영국의 윈즈케일 원자력발전소와 구소련의 첼라빈스키 사용후핵연료 저장고 폭발사고와 크고 작은 원자력발전소 사고들.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국가일수록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이런 비밀주의가 결국에는 체르노빌 대참사를 일으킨 원인들 중의 하나였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였다. 체르노빌 대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당시 구소련 정부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스웨덴 관측소에서 대기 중 방사성물질 농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인지하고 사실 확인을 요구하고 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각 나라들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을 겪으면서, 그리고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정보의 공개는 당연한 것이 되어 오고 있다. 하지만 유독 정보공개에 인색한 나라 중에 하나가 한국이고 한국의 핵산업계다.

최근 4대강 논란에서도 부실하고 졸속인 환경영향평가서에 더불어 관련 자료 미공개와 그들만의 심의위원회 구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핵산업계는 이런 것이 일상이었다.

필자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그 역사를 한 번 살펴보자.

 

– 1984년과 ’88년에 월성 1호기 냉각수 누출 사고가 ’88년 국정감사 때까지 은폐

– 1995년 월성 1호기 방사성물질 누출 1년 뒤에 보도

– 1996년 영광 2호기 냉각재가 누출 몇 주 후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 뒤에야 알려짐

– 2002년 울진 4호기 증기발생기 관 절단으로 인한 냉각수 누출사고도 단순 누설사고로 축소 은폐

– 2003년 부안을 핵폐기장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후보부지 예비조사보고서’ 한 달간 미공개 하다가 TV 공개토론회 지적 후 공개

– 2004년 영광 5호기 방사성물질 누출이 감지되었으나 재가동을 강행했고 일주일간 방치

– 2007년 대전 원자력연구소 핵물질 3kg이 들어있는 우라늄 시료박스가 소각장으로 유출된 사건이 3개월이나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지만 분실된 우라늄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

– 2005년 경주를 핵폐기장으로 지정하기 전 후보부지로 선정한 부지조사보고서는 물론, 2007년 7월 착공하기 전 건설운영 허가를 득하기 위해 제출된 안전성분석 보고서도 공개 거부, 2009년 7월에 조승수 의원실에서 확보했지만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

– 2007년 12월 고리 1호기 수명연장 허가로 재가동 수명연장에 필요한 안전조사 보고서 일체 공개 거부

 

이 보고서를 요구할 때 관할 행정기관의 담당자의 주장이 그럴 듯하다. 정해진 절차대로 관련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해서 결정했고 검토하고 있으니 굳이 외부인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괜히 공개되면 사회적 논란이 불거지고 시끄러워진다는 것이다.

아니, 그러면 공개를 해도 사회적 논란이 되지 않을 정도로 보고서를 제대로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닌가. 한편으론, 우리가 괜히 쓸데없는 꼬투리나 잡는 집단으로 비춰질만한 행동은 안 했는지 반성도 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런 태도로 보고서를 대했다. 그런데, 전문가로부터 나온 보고서 검토 결과는 한숨을 자아내게 했다.

 

‘혹시나’했는데 ‘역시나’였던 지하수유동모델링 보고서

먼저, 지하수 영향 평가를 하는 모델링 작업에서 지표조사 자료만을 반영했고 검증과정과 실증단계도 없이 공사 이전 상태만을 고려해서 공사 후의 상태를 예측했다. 더구나 공사 중 상태에 대한 지하수유동모델링을 하지 않아서 지하수 과다유출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지하수유동모델링은 방폐장 부지의 지하수 유동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공사지연의 원인이 되었고, 처분동굴의 안전성도 확인시켜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하수에 의한 방사성물질 확산에 대한 평가도 무의미해져 버렸다.

또한, 지하수유동모델링을 함에 있어 해당부지의 지하수위 경사 등의 자연적 조건을 반영하지 않거나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상황에 맞지 않는 함양률을 산정하고 일부 지하수유동모델링 입력자료를 가상으로 산정했다. 게다가 지하수 유동량을 과대하게 축소하거나 지하수위 회복 기간도 잘못 산정했다. 한마디로, 지하수유동모델링은 했지만 실내용은 없고 형식적인 작업만 한 것이라서 해당부지의 지하수 영향평가는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고서에서도 언급했듯이 처분동굴의 콘크리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벽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하수를 차단하는데 한계를 보인다. 따라서, 방폐장 구조물이 지하수 흐름에 미치는 영향과 지하수 흐름이 방폐장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 등 방폐장 부근의 지하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하는 지하수유동모델링이 처분동굴 안전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며 이를 통해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었을 때 이동 상황 등을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지하수에 의한 영향평가는 부지를 선택하기 전에 해당 부지가 안전한 부지인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시행하고 판단해야 하는 작업임을 의미 한다. 그러나 부지선정위원회는 이 작업 없이 경주 방폐장 부지가 지하수에 의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근거 없는 판단을 했다. 나아가 건설·운영 허가 과정에서 제출된 지하수유동모델링은 결정적인 하자가 있었다. 그런데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방폐장 안전성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검토의견서를 제출했을 테고 지식경제부는 추진하게 된 것이다.

 

제대로 가지 못한 길은 더 오래 걸린다.

전문가들과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을 한 결과 오늘과 같은 추가 비용과 공기 연장, 안전성 의혹 등이 발생했다. 어디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서두를 것이 아니라 관련 보고서가 공개되고 민간 전문가들도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보장되었다면 어땠을까? 검토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렸을 테고 사회적 논란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처럼 ‘땅 파보니 다르네!’ 하면서 기존 공사기간보다 두 배가 넘는 공기 연장이 결정되고 700억원 가까이 추가 비용이 드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사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졌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사업자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것은 어떤 비용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중저준위 핵폐기물보다 백만배나 방사성 독성이 강하다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결정할 때 지금 입은 상처는 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지식경제부와 (주)한국수력원자력은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사와 지하수유동모델링 분석을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공사를 더 수월하게 하는 것 일 텐데 이들은 여전히 문제의 본질은 대충 덮고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 최근 ‘방폐장 현안사항 해결을 위한 지역 공동협의회’에서 공동조사단을 구성한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공동조사단을 구성하면서 문제제기를 한 전문가들을 제외한 상태에서 전문가 추천을 받아 최종 5명을 선정하였다. 그 결과 선정된 전문가들에게는 객관적인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천성산 터널 논란 등에서 정부 측 전문가로 활동해 온 교수, 부지조사보고서를 검토하여 이번 논란에 책임이 있는 원자력안전기술원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교수 등 선정된 전문가들 5명 중 3명이 원자력계와 정부 측 전문가인 셈이고 문제제기한 전문가들을 제외했으니 ‘공동’조사단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다. 더구나 조사 기간을 12월까지로 잡고 있는데 지난 공사기간지연조사단 보다 짧은 기간이다. 아마도 기존 보고서를 검토하는 차원 이상이 되기 어려우니 공사기간지연조사 보고서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들은 공사가 진행된 400m 까지만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최종 처분동굴까지 연결되는 진입동굴 길이는 1,950m다).

부지선정위원회에서 근거 없이 왜곡된 부지 적합 평가를 하고, 부실한 부지조사와 실체 없는 분석으로 허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해서 예정된 공사지연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또다시 부실한 공사기간지연조사로 상황을 넘기려고 하다가 안전성분석보고서 등이 공개되면서 문제의 본질이 알려지자 역시나 같은 방식으로 공동조사단을 꾸려 면죄부를 받으려고 하는 것이 현 상황이다. 제대로 된 길을 가지 않으려고 이런 식의 낭비적인 행태가 얼마나 많이 소비되어야지 제자리로 돌아오게 될까. 돌아 오지 않아서 결국에 주변 토양과 바다 그리고 주민들, 국민들과 후세대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할 텐데 걱정이다. 그래도 1월에 어떤 보고서가 나올 지 지켜 볼 일이다.

환경연합 미래기획팀 양이원영 부장

 

함께사는길 12월호에 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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