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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가을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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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4일간의 연휴를 그냥 보내기 아깝기도 하고 컨디션 회복이 잘 되지 않아 어떤 자극이 필요하기도 해서 지리산을 가려고 가방을 챙깁니다.

그러다가 작년 가을에 갔던 때가 생각나서 뒤져보니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고 아는 분들에게 메일로 보고를 했네요. 아래에 그 글에다가 사진 첨부해서 올립니다. 생태사회포럼 분들과 지리산 둘레길과 칠선계곡을 다녀오고 나서 아쉬워 다들 보내고 저 혼자 남아서 갔던 길입니다.

바래봉 올라가다 길을 잃어서 죽을 뻔 했던 것,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하고 오르락내리락 능선을 타면서 한계를 느끼기도 했던 길입니다. 새록새록하네요.

다 찢어진 지도 위에 적힌 시간들을 적어 봅니다.

바래봉 08:50 ~ 09:10 길을 잃고 헤맨 시간이 두 시간여 되는 군요.

부운치 10:10, 중간에 아점 먹고

세동치 11:20 여기부터 무지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할까 했죠.

세걸산 11:33 

고리봉 13:30 ~ 14:00 점심, 아점을 먹었지만 다시 배가 고파서… 여기서 얻어마신 술 덕분에 다시 힘을 내어서!

정령치 휴게소 14:15 ~ 14:25

만복대 15:15

묘봉치 16:05

작은 고리봉 16:45 마지막으로 지리산을 조망하고…

성삼재 휴게소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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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혼자서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를 끝으로 지리산 3일 코스가 끝났습니다. 아래와 같이 보고 올립니다~! 언젠가 같이 꼭 가자는 맘으로…

인월부터 함양근처까지 지리산 둘레길 1박 2일에 칠선계곡 비선담 왕복 그리고 마지막날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 바래봉 à 팔랑치 à 부운치 à 세동치 à 세걸산 à 고리봉 à 정령치 à 만복대 à 묘봉치 à 작은 고리봉 à 성삼재

서북능선 시작인 바래봉은 봄철 인기코스라 그런지 어제 같은 가을 피크철 일요일에 저밖에 없었어요. 이 능선은 왼쪽으로 계속 지리산 주 능선을 바라보면서 가는 길이라서 겹겹이 지리산 안으로 계속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토요일까지 같이 다니던 분들은 다들 일정이 있으셔서 밤차 타고 서울 가시고 혼자 남아서 바래봉에 가까운 운봉읍으로 갔습니다.

운봉에 도착해서 민박을 찾는데 얼마 없는 민박집이 모두 차 버려서 자율방범대 도움 받아서 펜션에서 묵었습니다. 반 정도 깎아서요. ^^

다음날 6시 반에 출발했는데 바래봉 올라가는 임도길을 찾다가… 그만 길을 잃어서…. ㅜ.ㅜ

 

> 새벽에 펜션 앞에서 인증샷 찍고 출발~!

 

>여기서, 두 갈래 길 중 오른쪽 길이 바래봉 가는 직진 길이라고 생각했죠…

 

> 바래봉까지 임도로 연결되어 있다던데, 오솔길만 나오더니, 결국… ㅜ.ㅜ

 

 

첨에 임도길에서 오솔길로 바뀌더니 길이 끊기더라구요. 그래서 조리대숲을 헤집고 계곡 사벽을 타고 오르는데 철조망이 있어서리…. 그것도 넘고, 암벽과 절벽을 넘어서 네발 짐승이 되어서 어쨌듯 위로만 올랐습니다. 한발만 잘못 디디면 그냥 떨어지는 건데… 나무들이 그 사면과 절벽 틈에 참으로 굳건히 뿌리 박고 있어서 덕분에 몸을 지탱할 수 있었죠. 사실, 전날 지리산 둘레길 마지막에도 길을 잃어서 이런 빨치산산행을 하면서 야간산행까지 했거든요. 그때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같이 하는 사람들이라도 있었지만 여기선 핸드폰 밧데리도 없고 떨어지면… 다른 방법이 없었죠. 결국! 하늘이 보이는 능선으로 올라가는데 성공했습니다!

 

> 십년 감수하고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보시면 능선에 올라와서 머리 가다듬고 한숨 돌린 사진이 있습니다. 머리를 가다듬었는데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는 그대로… 조리대와 철쭉나뭇가지들이 사정없이 얼굴을 치더라구요. 썬크림도 없어서 못 발랐더니 눈 밑에 기미가 끼었습니다. 얼굴이 엉망입니다요…  ㅜ.ㅜ

암튼, 한숨 돌리고 다시 능선을 따라 길을 찾으며 쭉 올라가 보니! 확 트인 공간이 나옵디다. 근데 그 옆에 임도가 떡 하니 나 있더라구요. 사진 보면 추측 되실 듯. 전날과 달리 이날은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웠는데 땀으로 젖어서리… 더 춥더라구요. -_-;.

 

 

> 이런 임도를 두고 그 고생을 하다니… 저 아래 마을에서부터 올라온 겁니다…

 

 

길 따라 올라서 바래봉 도착해보니 9시였습니다. 아침부터 진이 왕 빠졌습니다. 9시 좀 넘어서부터 서북능선을 타기 시작했는데 힘들고 먹을 것도 없고-운봉에 문을 연 가게가 없어서 밥과 김치만 먹었더니… – 중간에 포기할까 했답니다. 그나마 운봉 청년 셋이서 바래봉 놀다가 내려가면서 준 사탕 한 웅큼과 귤 두 개가 있어서 버텼습니다. 사탕은 연속 먹어 치웠더니 속이 쓰리더군요…

 

 

> 바래봉 가는 길 숲과 오솔길이 이쁩니다.

 

> 바래봉 정상에서 한 컷! 바람이 꽤 불더군요.

> 바래봉에서 바라 본 서북능선 길

 

세걸산에서 고리봉 가는 길은 돌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사람도 거의 없고 낙엽이 쌓여서 그런지 길을 여러 차례 잃고 헤메기도 하고… 1시간 반 거리를 2시간이 넘어서 겨우 도착하고, 발도 아프고 무릎도 이상한 거 같고, 그래서 정령치까지만 가고 그만 둬야겠다고 속으로 다짐 하고 또 하면서 욕심 버리자고 자기 체면 걸고…

그런데 고리봉에서 만난, 서산에서 온 한 팀에게 밥과 술을 얻어 먹고! (맥주 한 캔에 복분자 한 잔을 섞어 마셨더니~!) 힘을 왕 냈습니다. 정령치까지 30분 하강 길을 15분만에 돌파!! 정령치에 도착해서 행동식으로 쵸코 다이제 사는데 휴게소의 직원이 시계를 보면서 4시간은 걸릴 거라며 야간산행 준비하라고 하더라구요. 걱정스런 얼굴과 목소리로 ‘근데, 혼자 오셨어요?’ ‘네!’ ㅎㅎ

 

> 사람들이 별로 지나다니지 않은 가을 산 길

> 낙엽들이 아름답습니다.

> 나무에 핀 버섯들

> 봄날 철쭉이 이 길 가득 화려하겠네요. 길 양쪽으로 온통 철쭉입니다. 지금은 가지가 얼굴을 긁습니다만…

> 마지막 남은 밧데리로 한 장 찍은 가을 지리산입니다. 만복대 지나서였던 것 같은데…

 

만복대로 가는 길에 저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군요. 속도를 내서 3시간 만에 성삼재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아프던 발도 안 아프고 걱정되던 무릎도 암시랑토 않더라구요. 알코올의 힘이란! 담에 지리산 혼자 올 땐 독한 술 한 병은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마지막 봉우리인 작은 고리봉에서 지리산에 작별을 하면서 한참을 있다가 내려왔습니다. 동쪽으로는 지리산 주능선과 둥그런 반야봉이 지는 해의 빛을 받으며 찬란하게 펼쳐 있고 서쪽으로는 남원들녘이 눈부신 해와 함께 반짝거리고 저는 그 중간 봉우리에서 과자 봉지 뜯었습니다. 술 한 잔이 아쉽더군요.

 

사진기 밧데리가 없어서 별로 찍지 못했습니다. 핸드폰 밧데리도 없어서 자랑도 못하고… ^^;.

5시 좀 넘어서 성삼재 도착해서 울산 가는 관광버스 얻어 타고 화엄사까지 왔다가 구례 나가는 금호고속 버스를 또 얻어 탔습니다. 멀리서 금호고속 표지가 보이길래 어디 가는 버스인가 해서 가까이 갔더니 기사 아저씨가 문 열어 그냥 태워 주시더라구요. 해남에 사는 기사 아저씨랑 월출산 얘기 등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구례 도착.

 

일요일 밤이라 아예 버스 타고 서울 올 생각은 안 했구요. 택시 타고 구례구역 가서 보니 입석까지 매진이더라구요. 다행이 익산까지는 좌석이 생겨서 앉아서 왔습니다. 역전에서도 마을 아저씨와 말이 통해서 이런 저런 얘기하고-구례구역이 왜 순천시에 포함되었는지 앞으로도 인근이 통합될 거 같은데… 등등- 기차에서도 재밌는 아저씨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로 익산까지 순식간에 왔습니다. 익산에서 출발한 KTX 가 입석이라서 좀 고생했지만 밀리지 않고 쌩쌩 가는 게 어딥니까…

그렇게 집에 와 보니 어머니가 방을 깨끗이 치워 놓으셨더라구요. ^^; 아~ 감사합니다!!

 

지난 여름에 가려구 하다가 포기했었는데 다행히 올해도 지리산엘 한 번 다녀올 수 있었네요. 겨울산도 좋은데, 기회 되면 같이 가요…!

 

원영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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