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지역·기관 활동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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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일대와 강서구, 양천구 등을 물바다로 만들었던 한가위(9월21일 오후) 홍수를 겪은 지 두달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 서울시는 홍수대책이라며 ‘하수관로 확충’, ‘펌프장 증설’, ‘배수지 신설’ 등에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이들 예산은 홍수 발생 40시간 만(23일 오전)에 서울시가 발표했던 ‘수해예방 중장기종합대책’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데, 앞으로 투자될 수조원의 시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년 임기 동안 거의 퇴출하다시피 했던 치수정책을 다시 살려냈고, 치수예산을 늘렸음을 드러내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향후 4년 자신의 임기 중에만, 하수관거 82.9㎞ 신·증설, 빗물펌프장 40개소 건설, 빗물저류조 17개소 설치 등에 5651억원을 쏟아부을 태세다. 느닷없는 공사가 곳곳에서 동시에 시작되면서 당분간 서울시는 공사판이 될 것이다. 뭔가 하고 있음을 전시하고, 책임을 면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될 듯하다. 그렇다면 이들 계획을 다 집행하면 과연 서울시는 안전할 것인가?

어림없을 것 같다. 신·증설하겠다는 하수관거 82.9㎞는 서울시 전체 하수관거 길이 1만251㎞의 0.8%에 불과하고, 빗물저류조 용량 9만4610㎥는 홍수기 강수량의 0.00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시설들로 도움을 받는 지역은 기껏 서울시 면적의 1~2%를 넘지 못할 것이다. 또한 그 지역에나마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지난 홍수 피해가 펌프장 부족과 하수관거 용량이 작아서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화문 홍수의 경우, 직접적 원인은 광화문 지하도를 건설하면서 계단을 잘못 설계해 하수관거를 절반이나 막아 놓은 게 문제였다. 또 지하도를 피하려고 하수관거를 억지로 구부린 탓에 빗물이 제대로 흐를 수 없었다. 강서구와 양천구의 경우도 하수관거가 이물질들로 채워져 있었고, 도로를 따라 멋대로 하수관거를 깔아 물 흐름이 정체된 것이 원인이었다. 이들 시설은 시간당 75㎖의 홍수를 처리할 수 있게 설계되었지만, 계획보다도 적은 양에 기능을 상실했다. 폭우가 내리기 2시간 전부터 하수구들이 역류하였다니, 하수관거의 시공과 관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알 만하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잘못된 설계를 진단해 개선하고, 시설 관리를 강화하고, 온통 시멘트로 도배된 도시에 숨 쉴 공간을 만들겠다는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 서울시는 아직도 지난 홍수가 폭우 때문이라고 고집하고 있다. 홍수가 난 지 불과 6시간 만에 ‘500년 만의 폭우’ 때문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가, 이후 여러 번 말을 바꾸며 망신을 당했으면서도 공식 입장은 그렇다. 더 나아가 서울을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는 신청까지 해둔 상태다. 홍수 피해 원인이 하늘이고 대책은 토목공사라는 이상한 논리를 주장하다보니, 서울시는 관련한 기본적인 자료조차 공개를 꺼리고 있다. 홍수 피해 지역 위치, 피해 발생 경로, 피해 정도, 원인에 대해 내놓은 게 없다. 이미 수립했다는 ‘하수관거 분야 1차 사업계획’ 역시 비밀인데, 도대체 어느 구간에 왜 하수관거를 깔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서울시의 정책 실패로 한가위를 한숨으로 지새우던 사람들은 서민들이었는데, 그 결과로 토목업자와 공무원들이 재미를 보는 형국이다. 하수관거를 청소하고 관리하는 인력이 늘어야 할 텐데, 토목공사와 남 탓 밖에 모르는 분들만 넘친 탓이다. 참, 내년도 서울시 예산에는 ‘하수도사업개선 홍보’ 예산도 포함되어 있다. 풀어 쓰면 하수도 요금 인상 홍보물 제작비용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사가 벌어지면 누군가는 돈을 내야 하지 않겠나.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경향신문 11. 24.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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