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정책 활동소식

대구지하철참사와 분당선 공동성명

대구지하철 참사와 분당선 1인 승무에 대한 공동성명

먼저 2월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인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시민들과 유가족 모두에게 깊
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우리 성남지역 단체들은 대구지하철 참사를 접하면서 깊은 슬픔으로
가슴을 뜯으면서도 한편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수해나 가뭄과 같은 재난으로 취급하여 또다시 국민들의 슬픔과 성금으로 진
실을 왜곡하려 하고 있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방화로 일어난‘인재’이기도 하지만, 초기
에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는데도 어처구니없이 사고가 커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으며, 안전을 도외시한 정부 당국자가 책임져야할 ‘인재’인 것입니다.

인명 피해자의 대부분이 처음 불이 난 전동차보다 나중에 불길이 옮겨 붙은 열차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과 기관사의 허술한 대응에 대해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
다.
원인이야 어떻든 결국 관계당사자들이 허둥지둥 하는 사이에 전동차에 불이 옮겨붙고 출입문도
열리지 않아 시민들은 비참한 최후를 당해야 했던 것입니다. 사령실과 기관사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이유는 앞으로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철저히 밝혀야합니다.
그렇지만 당시 근무하던 특정 개개인의 책임만을 물어서 이 문제의 근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우리는 무엇보다 ‘1인 승무제’에서 보다 심각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본래 2인 승무제였던 지하철은 지난 1998년부터‘경영 합리화’를 이유로 1인 승무제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현재 수도권의 국철 분당선, 도시철도공사 5-8호선과 인천지하철 등이 1인 승무제
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철도공사 경영진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최소 수백명에서 출퇴근시간에는 천여명 이상이
이용하는 전동차에 차장이 없는 1인승무제를 도입했습니다.
2인 승무제에서 기관사는 열차의 운행정보교환과 운전을 책임지고 차장은 출입문개폐와 안내방
송 등 승객에 대한 서비스를 분담하였습니다.

이번 사고에서도 드러났듯이, 열차에는 맨 앞에 기관사 혼자만이 승객을 책임지고 있었고, 화재
가 시작된 곳은 맨뒤에서 두 번째 칸이었기에 기관사가 화재사실을 초기에 바로 인지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만약에 맨 뒤칸에 차장이 있었다면 차장이 곧바로 뛰어가 분말소화기를 사용해 진화할 수 있었
을 것이며, 기관사는 상황을 정확히 보고하여 맞은편 열차의 접근을 애초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
입니다.
또한 1080호의 경우에도 최소한 차장만 있었다면 기관사는 차장으로부터 객실과 승강장 상황을
보고 받으며 사령에 정확한 상황을 통보할 수 있었을 것이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도 혼자
서 연기 자욱한 객실과 승강장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보다는 뒤쪽에서 시야가 넓은 차장과 함
께 대처할 수 있었다면, 기관사 혼자서 운전사령과 교신하느라 승객이 죽어가는 상황이 방치되지
는 않았을 것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와 같은 1인 승무제도는 열차가 3량 이하로 다니는 한산한 구간에 대해
그것도 출퇴근 시간에는 차장을 승무시키는 등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중이 이용
하는 열차이기에 그 안전을 담보하는 문제는 손익 관점이 아닌 절대적인 명제로 인식하는 사고
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장 스스로 “30개 역 상·하행 60개 열차의 진출입 상황을 20개의 모니
터로 감시하지만 직원 3명이 이를 다 볼 수가 없다”고 밝힌 데서도 인원감축의 문제점은 거듭
확인됩니다.
당국에서는 1인승무제를 실시하면서 대폭 자동화장치를 마련하고 설비투자를 확대했다고 하지
만, 결과는 이처럼 비참했습니다.

우리는 ‘효율성, 이윤’이란 미명아래 ‘승객들의 안전’을 무시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처할 최소한
의 인원확보에 인색했던 경영진에게 더더욱 큰 책임을 물어야 하며, 그러한 정책을 하루빨리 시
정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또한 시민의 안전보다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지하철 운행이 지
속되는한, 우리가 매일같이 이용하는 분당선도 그러한 위험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을 다시한번 지적합니다.

기관실 내부에 모니터가 설치되어있고, 전자동 무인운전시스템으로 운행하는 대구지하철의 안전
실태가 이러할진대, 모든 조작을 기관사가 직접 수동으로 해야하는 데다가, 기관사가 감시할 수
있는 장비라고는 지하철역 구내에 설치된 CCTV와 후사경(백미러)밖에 없는 분당선의 경우는 대구
지하철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것이 현장에서 일하는 분당선 승무원과 철도노동자들의 경고입니
다.

“분당선 지하철 같은 경우는 객차 내부나 플랫폼의 상황을 감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이 닥치
게 되면 그만큼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차량을 출발시키기 전에는 플랫폼의 상황을 알 수 있지만, 출발해서 CCTV 모니터를 지나가버리
면 차량이 플랫폼을 벗어날 때까지의 상황을 전혀 지켜볼 수가 없다. 가령 승객들이 출발하려는
차량에 승차를 하려고 하거나, 옷이나 가방이 문에 끼어서 차량과 함께 딸려서 가더라도 기관사
가 후방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서 위험한 점이 많다” (< 2월 22일 민중의 소리 기사 > 인용 )

더군다나 올 해 6월말경에는 수서에서 선릉역까지의 연장개통이 예정되어 있어 분당선 시민의 안
전은 더욱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와 철도당국은 단편적인 사고대응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경고의 목소리를 귀담
아 듣고 제2의, 제3의 대구지하철 참사를 막기 위해 조속한 시일에 총체적 안전시스템을 마련해
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형참사로 인한 수천억원의 경비와 인명손실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율
적이고 급선무의 과제인 1인 승무제 철회(차장제 부활)를 즉각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한번 대구지하철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우리는 참사의 책임
을 명백히 규명해내고 더 이상의 참사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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