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에너지 기후변화 보도자료

부안군민은 진실로 대화를 원한다.

-노대통령은 부안군민을 폭도로 매도하는 거짓 선전을 멈춰라.-

노무현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안핵폐기장과 관련하여 “폭력행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고 강경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하고, “극단적인 행동이 계속돼 대화가
안되면 정부 방침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지역 경찰
만으로는 단호한 대응이 힘들 수 있는 만큼 전북과 중앙의 경찰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
시했고, 7월 23일 김종규군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용기를 잃지 말고 국책사업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격려한 후, 한달 만에 했다는 말이 이렇다.

이에 대해 범부안대책위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며,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대통령의 발언을 부안군민에 대한 선전포고로 이해한다. 이미 지난달 그랬던 것처럼, 대통
령의 지시는 경찰의 더욱 강도 높은 진압의 신호이자, 절차도 없고 안정성도 무시한 채 부안핵폐
기장 후보지를 확정했던 산자부의 억지와 공작을 부추기는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
여 8명이 구속되고, 43명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9명이 수배 중이고, 75명이 즉결심판을 기다리
는 부안의 상황은 또 다시 폭력과 탄압의 그림자로 뒤덮이고 있다. 150명의 주민들이 병원으로
실려갔고, 무려 22개 중대 2400명의 전경이 어슬렁거리는 부안에 불안과 공포가 번지고 있다. 90
년 안면도에서 공권력이 붕괴되고 경찰들이 옷이 벗겨진 채 거리에 세워지는 과정에서도 7명의
구속자와 9명의 불구속자가 발생하는데 그쳤는데, 부안에서는 ‘단호하고 강경한 대응’이 아직도
더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호령이 두려울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폭도가 아니며, 폭력에 굴복해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다. 산자부에서는 부지선정위
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테러위험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으나, 핵산업계와 관료
들로 구성된 그 뻔뻔한 면면들이 공개된 후 무슨 봉변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하
물며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김종규씨마저 군청을 출입하는 마당에 무슨 폭력이 있다는 말인가?
상처받은 부안군민들에게 위로 한마디하는 예의조차 없으며, 흥분한 주민들 사이의 사소한 마찰
을 빌미로 사태를 오도하는 대통령을 둔 우리가 부끄러울 뿐이다.

둘째 사태의 책임을 은폐하고 국가폭력을 외면하는 대통령의 부도덕한 현실인식이 안타깝다. 이
번 사태의 발단은 한수원이 위도 주민들에게 5억을 준다고 현혹해서 유치서명을 받고, 군수가 절
대다수 군민들은 물론 군의회조차 반대하는 속에 독단적으로 핵폐기장을 유치하고, 핵산업계 인
사들로만 구성된 부지선정위원회가 단 한번 현장조사를 통해 후보지를 결정하고, 정부가 부안핵
폐기장 후보지를 졸속으로 굳히기 위해 각 부처들을 동원하고, 해외여행이니 건강진단이니 하며
주민들을 이간질하고 지역공동체를 갈등으로 몰아가는 비상식적인 활동에 있었다. 따라서 대통령
이 해야할 일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관계자의 책임을 묻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대안을
세우는 것이어야 했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그릇된 정책을 폭력과 회유를 통해서라도 밀어붙여야
정부의 권위가 서고 공권력의 신뢰를 지킬 수 있다는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참여정부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쳐 온 순진한 부안 주민들의 저항과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정부의
폭력을 똑같은 무게로 비교하는 철학의 빈곤과 의식의 편향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대화 부재의 원인을 부안군민들에게 떠넘기는 무책임에 당혹스럽다. 지금껏 우리는 정부로
부터 공식적인 대화제의를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우리는 거부할 기회조차 없었다. 또 군민
의 의사와 무관한 유치신청을 확정해 주민들에게 의견표명 기회를 빼앗고, 정밀조사를 시작도 않
았는데 특별법까지 만들겠다며 위도 계획을 기정사실화하며, 많은 수의 주민들을 연행하고 구속
하는 상황에서 부안군민들에게 평상심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뻔뻔한 일이다. 조건이 이럴진
대, 군민 대다수가 정부의 횡포와 군수의 독단에 분노를 느끼고, 지역에 반대분위기가 팽배한 것
을 문제삼는 것은 가증스러운 일이다. 결단코 대화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은 정부이지, 주민이 아
니다. 우리는 대화하고 싶고,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어쩌면 대통령은 은밀하게 주민들을 조직해 해외에 여행을 보내거나, 논리에 맞지 않는 내용
을 공작하듯이 주민들에게 퍼뜨리는 것을 대화라고 하는지 모른다. 주민들에게 얼마 떼어 줄테
니 조용히 하라는 흥정을 대화라고 한 모양이다. 그리고 “대화가 안되면 정부 방침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협박한다. 주민들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따르던지, 폭력 앞에 굴복하던지만 결정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돈으로 유혹하고 다른 한편에선 폭력으로 위협한다. 하지만 부안
군민은 돈에 정신을 팔지 않을 것이며, 폭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발언은
진정 대화를 위한 제안이 아니다.

넷째 노대통령의 발언에서 파시즘의 망령과 지역주의 정치의 책략을 발견한다. 부안군민을 고립
시키고 따돌림으로써 정부의 부도덕하고 불안한 핵폐기장 건설 정책의 기반을 삼고자 하기 때문
이다. 그의 발언에는 부안군민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어떠한 고려도 없으며, 도리어 부안주민들
을 자극하고 폭발시키기 위해 힘쓴 흔적이 역력하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핵폐기장은 무조건 필
요하며, 이를 반대하는 부안군민들은 극단적인 폭력과 이기주의 세력이자 공공의 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노대통령에게 부안군민과 같은 반대자들은 대화와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진압해야할 적으로 전락하였다. 이는 특정 지역을 제물로 삼아 보수연합을 구축했던 지역주의 정
치모리배들의 술수까지 연상시킨다.

정부는 17년 간 핵폐기장을 못 짓고 떠돌은 것을 주민들이나 환경단체의 반대로 핑계 대고 있
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주민에게 숨기고, 연구소라고 거짓말하고, 안전성 조사도 거치지
않은 채 입지를 발표했던 관료들과 핵산업계의 부도덕과 안전불감증이 만들어낸 사필귀정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노대통령은 상황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힘과 법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
고 있다. 따라서 만약 정부가 핵폐기장 계획을 완성할 수 있다면, 이는 폭력의 승리이자 위험의
확산이며 정의가 패배하는 비극이 될 것이다.

범부안대책위는 진실로 제안한다. 노대통령과 산자부는 더 이상 변죽만 울리며 부안군민을 우롱
하지 말고, 진지한 자세로 나서라.

첫째, 부안에 폭력이 있다면 그 진상을 공동으로 조사하자. 정말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만한
심각한 폭력이 있었는지 함께 확인하자. 그리고 경찰의 과잉진압은 없었는지, 한수원의 불필요
한 주민 자극은 없었는지도 함께 조사하자. 대책위는 부안군민들의 고양된 분노가 그나마 순치되
고 인내되는 것은 김종규씨나 전경 2400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핵폐기장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책위의 역할 때문에 가능하다고 믿는다.

둘째, 모든 사항을 대화하자. 돈으로 고향을 흥정하는 것에 한정된 자리만 아니라면 수용하겠
다. 최소한의 조건과 환경만 마련된다면, 우리는 정부와 함께 자리하여 진지하고 합리적으로 논
의할 의사가 있다. 대화를 청하지도 않고, 대화할 의지도 없으면서, 언론용으로 사용하는 ‘대화
제안’을 남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셋째, 현안을 중립적이고 과학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자. 과연 핵폐기장 추진절
차가 민주적이었는지, 2008년까지 중저준위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을 반드시 지어야 하는지, 사용
후 핵연료의 임시저장고가 필요한지, 핵에너지 중심의 전력정책이 불가피한지 등 핵폐기장 문제
의 근본적인 해법을 놓고 협의하자. 대책위는 이들 사안에 대한 설득력 있는 자료가 제공될 수
있다면, 그 결과를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2003. 8. 22.
핵폐기장 백지화 핵발전 추방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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