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칼럼]판교 건설의 요지경

대체 판교는 어떤 도깨비들이 사는 별천지를 만들 심산인지 그 끝을 모르겠다.

처음 판교 개발 얘기는 강남권 주택수요에 대한 대응과 저밀도 자족형 생태도시의 건설이라는
걸 들고 나왔던 게 기억난다.

강남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집을 더 지어줘야 한다고…

강남권 수요 얘기는 바로 지난주에 나왔다. 재개발 열풍을 막을 방법은 판교개발밖에 없다고,
판교 수용인구도 원래 계획보다 늘려야 하고 애들 공부 잘 하게 명문학원 들어오게 해줘야 한다고.

건교부의 이 홧병나는 발표는 말 나오자마자 곳곳에서 공교육을 포기한 황당한 정책으로
사람들이 필요한 얘기는 거의 다 했다. 당연하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강남 집값 오르는 걸 감시하고 있는데, 뜬 눈으로 당하겠어?
(음… 힘이 없어서 뜬 눈으로 당할지도 모른다-_-;)

참나… 정말 황당한 정부다. 강남 집값은 교육 때문이고, 교육은 학원때문이니, 신도시를
만들고 학원을 유치하겠다니!

사실, 강남 아파트 집값이 폭등한 건 수도권 고등학교 비평준화를 풀면서부터였다.
5개 신도시를 만들 때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 이사를 결심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분당의 서현고니 일산의 백석고니하는 신설
학교와 전통의 부천고니 서인천고니 하는 대학 보내는 학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평준화 자체에 대해 동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주장하기는 저어되지만, 이미 주택보급율이
100%가 넘었느니 마느니 하는 마당에, 교육이 문제의 본질이라면, 지역 비평준화가 부활되는 걸로 강남 집값은 지금처럼 뛰지
않을 것이고 수도권 추가 신도시에 대한 실수요도 없을 거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하여간 이건 교육과 집값과 관련된 거고 내가 지금 하는 얘기는 판교 건설에 들어가는
또 다른 사기극에 관한 거다.

판교 건설의 판매 전략 중 하나는 ‘생태도시’라는 브랜드였다.
이 브랜드는 지금도 유효하다. 하긴, 요즘 짓는 모든 아파트가 ‘친환경’ 마크를 앞에다
달고 나오니 판교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겠다.

이 판교 생태도시계획에 참여하는 설계팀을 만난적이 있었다. 도시개발은 어쩔 수 없이
판교가 지닌 맑은 개울이며 농사짓던 논과 야트막한 언덕을 밀어야 하겠지만, 그 와중에도 주변 형세에서 영양이 풍부한 늪지나 골을
녹지로 확보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보통 녹지축을 확보한다고 하면 단지계획 같은 걸 할 때 능선을 고른다. 그러나 실재로 능선에는 영양물질이 쌓이지도 않고 노출이
크기 때문에 동물이 살지도, 지나다니지도 않는다.

어쨌거나 나름대로 ‘생태도시’로 도시계획을 끌고 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실재로도 있었다.

어제 신문은 판교 건설 방향에 대해 보도한다. 그 내용은 1만 가구 정도가 더 들어가게 된다는 것과 교통수요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라는 등등이었다. 그렇게 기사를 죽 읽다보면 마치 할인매장 끼워팔기 하는 것처럼 들어간 생태도시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다.
무심코 넘어가주기를 바라듯 있는 듯 마는 듯 있다. 그 얘기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 수송관 설치다.

판교 신도시에는 단지에 쓰레기통이 없다. 50m간격으로 쓰레기 수송관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얘들은 진공청소기처럼 쓰레기를 던져넣기만 하면 시속 70km정도의 속도로 빨아들여져서 곧장 단지내 소각장으로 연결된다.

이와 같은 쓰레기 수송관이 수지에 한 군데 있다.
재작년에 가봤다.

쓰레기통이 없으니 쓰레기차가 들어올리도 없고 단지에 쓰레기가 쌓일 일이 없으니 쓰레기차가
들어올 일도 없다.
뭐가 문제냐고? 선진적인 쓰레기 처리 시스템인데 좋지 않겠느냐고?

깨끗해 보이는 게 함정이다

깨끗한 게, 혹은 깨끗해 보이는 게 환경에도 좋다는 등가는 성립되지 않는다. 예전에
비나리가 얘기한 위생관념과 비슷한 내용이다.

깨끗한 게 최고라면 우리가 귀찮은 걸 마다하고 분리수거며 재활용을 할 이유가 없다.
고마 싹 긁어다가 태워버리고 그 자린 물청소하고 소독약 뿌리는 게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쓰레기도 사실은 분리만
잘 되어 있으면 자원이고, 깨끗하게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대단히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며, 눈앞에 보이지만 않고 내 집 앞에서
냄새만 안 난다고 ‘잘’ 처리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거나 빨리 깨끗이 치워서 소각장에 뒤섞여 들어가고, 그리하여 다이옥신이 나오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유독가스를 마신다는 걸
모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쓰레기 수송관은 바로 이런 거다.
단지에서 냄새가 안 나고 미관상 좋지 않은 (아마 이게 핵심이겠지!) 쓰레기통을 몽땅 치워버린다는 의미다.
분리수거? 할지도 모른다. 종류가 다른 쓰레기는 다른 배출구에 투입하도록 하면 되니까.
하지만 나같은 게으른 사람은 단언하거니와 어지간하면 별 생각 없이 아무거나 배출구에 넣을 거다. 분명히, 이 단지의 재활용율은
다른 곳 보다 낮을 거다.
그리고 이렇게 뒤섞인 쓰레기는 누가 한 번 걸러볼 기회도 없이 곧장 800도 고열의 소각장으로 돌진한다.

소각장, 소각장!

어디서 뭐 하다 들어왔는지 모를 쓰레기들이 순식간에 다 타버린다.
고름 닦은 솜이 있을 수도 있고 애들이 물체 주머니로 가지고 놀던 청산가리가 들어갔을 수도 있다.

(원래 쓰레기 얘기하면 좀 소재가 지저분하다^^;)
문제는 어떤 게 들어가는 지 누가 확인할 겨를이 없다는 거다. 깨끗해 보일지 모르지만
최소한 건강에는 훨씬 위험하다.

나쁜 짓을 하자고 마음먹으면 증거물 소각에 꽉 들어맞는다.
얘를 들어 살인 용의자가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은 피묻은 칼 같은 증거물을 기꺼이 판교 단지 쓰레기 수송관에 집어넣을 거다.
솔직히, 피묻은 칼이면 양호하다는 거, 우리가 이 자리에서 말하기가 껄끄러워서 그렇지 다 알지 않나.
(쓰레기 얘기하면 소재가 좀 그렇다 ^^; )

비용도 많이 든다.
우리나라 소각장은 과잉공급되어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실 가동율이 30%가 안 되는 곳이 허다하다. 실수요보다
크게 짓는 건 예산확보 때문이다.
하루종일 70km속도로 수송관이 빨아들이고 있다는 건 끊임없이 대단한 양의 에너지를 쓰레기 수집에 쓰고 있다는 것이다. 잘 모르지만
쓰레기차가 들어와서 실어가는 거 보다 훨씬 많이 쓸 거다.

쓰레기 수송관 설치와 운영에 드는 비용은 당연히 분양가에 전가된다.

분양가

‘쓰레기 없는 아파트 단지’ ‘한 여름에도 쾌적한 환경’

아마 이 동네 아파트는 이렇게 분양광고를 낼 것이다. 듣기로는 수지의 그 지역이 쓰레기
차가 안 들어오고 냄새 안 나는 것 때문에 주변보다 분양단가도 높았고 지금도 매매가가 높다고 한다.
사람들은 역시나 매매가를 생각해서라도 그 동네를 선호하겠고, 이렇게 쓰레기를 처리하는 단지는 점점 늘어나게 될지 모른다.

슬픈 일이다.
대체 어떤 넘의 별천지를 맹글려고

글/ 생태도시 사무국 김윤성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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