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삶과 죽음, 자연이 공존하는 유럽의 장묘문화②

모든 이를 위한 산림욕장, 독일의 장묘문화

독일의 장묘문화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가 바로 ‘통일 독일의 아버지’라 불리는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전 수상의
묘이다. 베를린 서남쪽에 첼렌도르프 공원묘지에 안장된 빌리 브란트의 묘는 일반인들의 묘와 커다란 차이가 없다. 한나라의 수상을 지냈으면서도
죽음이라는 평등 앞에서 그는 몸소 실천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립묘지의 계급별 규모의 차이와 여전히 일부 부유층에서 호화분묘를 조성하는
것을 생각하면 빌리 브란트 전 수상의 묘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또한 독일의 공원묘지는 정성들여 녹지를 가꿔 죽은 이는 물론,
주변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산림욕장으로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 베를린시 Ruhleben 의 대형 사고 대비 안치실
이철재

일일 최대 750구의 시신을 안치할 수 있는 Ruhleben 화장장의 안치 시설

8월 10일, 베를린에서 우리가 찾은 곳은 Ruhleben(이하 울레벤) 화장장과 그 주변 공원묘지이다. 이곳은 특이한 점은 하나
있다. 베를린에서는 1969년에 역병이 돌아 많은 사람이 숨졌으나 마땅히 시신을 안치할 시설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지하철 차고,
식물원 등에 임시로 보관해야 하는 최악이 상황이 발생 한 후, 베를린시 당국은 대형 사고를 대비한 시설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1975년 설립된 올레벤 화장장이 바로 일일 최대 750구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형사고 대비 시설이다. 베를린 시민의 75%가
화장을 하고 25%는 매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 베를린 Ruhleben 묘 ⓒ 이철재
1평 정도의 크기로 조그만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여러 꽃을 키우는 것이 인상적이다.

울레벤 시설의 또 다른 특징은 화장로의 열을 재사용 한다는 것이다. 가스를 이용하여 화장을 하는데 그 열을 화장 시설 전체의 난방은
물론 온수를 만드는데 사용한다. 우리의 정서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나 독일인의 철저한 실용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화장시설
주변은 각종 납골묘와 가족묘로 꾸며져 있다. 그리고 최근 유럽에서는 죽은 이의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 익명 묘가 많이 조성되고
있다. 가족묘의 경우 1평정도로 모양이 저마다 다른 비석을 세워 평장 형태로 만들어 졌고 정원처럼 꽃과 조그만 나무를 가꾸고 있다.

▲ 함부르크 Ohlsdorf 시립묘지 관리 사무실
이철재

18세기 후반에 건립된 이곳은 150년이 되었어도 빼어난 건축미를 뽐내고 있다.

유럽 방문 5일 째인 8월 11일에는 독일의 제2의 도시이자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함부르크의 Ohlsdorf(이하 올스도르프)
시립묘지가 방문지이다. 함부르크시 북쪽에 위치한 올스도르프 시립묘지는 독일에서 최초로 공원묘지 양식을 시작한 곳으로 면적이 무려
404ha, 약 120만평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공원묘지이다. 18세기 후반부터 조성된 올스도르프 시립묘지는 초기 건축가 Johann
Wilhelm Cordes(1840~1917)에 의해 공원 개념을 도입되었다. 이 개념은 국제 위생박람회 등을 통해 소개되어 유럽전역의
공원묘지를 탄생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Codes 사후에는 건축가 Otto Linne(1869~1937)가 후계자가 되어 올스도르프
시립묘지를 확장하고 공원묘지가 예술작품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결국 현재의 올스도르프 시립묘지는 두 건축가에 의해 공동묘지가 건축
및 예술과의 뛰어난 조화를 이룬 모범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 함부르크 Ohlsdorf 시립묘지의 나비 조형 구역
이철재

새로인 조성되는 곳의 테마는 나비이다. 나비의 우화를 영혼의 부활로 상징한다.

올스도르프 시립묘지 울창한 산림 사이로 각종 조형물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유럽의 묘지 역사를 종합예술사라 칭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Ohlsdorf 시립묘지 곳곳에 만들어진 조형물은 이곳의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최근에는 나비를 중심으로 조형물로
만들고 있다. 애벌레가 나비로 우화하는 것을 영혼의 부활로 상징하는 것으로 호사스럽지 않은 다양한 나비를 만날 수 있다. 이런 곳에
시민들이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공원묘원도 진정으로 공원 개념으로 조성한다면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함부르크 Ohlsdorf 시립묘지 예배당
이철재

120만평에 달하는 넓은 곳에 12곳의 예배당이 있다. 사진은 예배당 내부의 납골함 전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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