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삶과 죽음, 자연이 공존하는 유럽의 장묘문화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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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서울환경연합 환경정책팀장 / 녹색장묘운동 담당 부장)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녹색장묘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녹색장묘운동은
한마디로 우리의 장묘문화에 녹색의 개념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매장중심의 장묘문화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여 왔다.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대부분의 분묘가 동식물 서식에 가장 적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매장 분묘가 동식물의
서식처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이러한 매장 중심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운동이 적극적으로 진행되 최근 들어 화장율이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시를 비롯한 대도시의 화장율은 전국 평균보다 더욱 높아 이미 50%를 넘어 서고 있다. 이미 재작년 서울시에서는
2005년이 되면 서울시민의 화장율이 7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화장과 납골로 대변되는 최근의 추세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설 납골묘는 이전의 매장 중심의 폐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또 다른 문제를 양상하고
있다. 현재의 납골묘는 온통 석물위주로 만들어져 그 석물을 캐기 위해 또 다른 자연이 훼손시키고 있다. 그리고 1~2세대
후 돌보지 않게 되면 매장 분묘보다 더욱 큰 흉물이 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였을 때 매년 49조 9,51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숲을 지킨다는 것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사회적 이익을 보장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녹색장묘운동은 삶의 마지막에 있어서도 우리의
자연을 지키는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유럽의 여러 장묘문화를 직접 조사할 수 있었던 이번
스웨덴, 독일, 스위스, 프랑스 장묘문화 견학은 매우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번 유럽 4개국 장묘 시설 현장 견학은 지난 8월 7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었다. 이번 견학 프로그램은 한국장묘문화범국민협의회에서
주체한 것으로 모두 14명이 참석하였다. 관련기관 공무원부터 연구원,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조사단은 광활한 아시아
대륙을 넘는 14시간의 비행 끝에 첫 번째 방문국인 스웨덴에 도착하였다.

세계의 문화유산, 스웨덴의 장묘문화

▲ Skogskyrko Garden의 명상의 언덕
이철재

자연의 영역을 원으로, 그 속에 속한 인간의 영역을 사각으로 표현하였다.

스웨덴의 화장율은 65%로 수도인 스톡홀름은 90% 화장율을 보이고 있다. 루터교가 국교인 스웨덴은 24개 주, 288개 지방자치단체에
900개 교구에 2,500개소의 공공교회가 있다. 이 교회에서 장례와 매·화장 등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고 교회가 해결할 수 없는
사항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해결한다. 스웨덴의 공동묘지는 25년 시한부이며 전국적으로 70곳의 화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묘는
왕실과 유태인 등 일부 있으나 이는 허가 사항이고 나머지 매장묘, 납골묘는 모두 1평 미만이다. 공동묘지는 주거지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으나 대중교통이 잘 연결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공원화 되어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 Skogskyrko Garden 숲속 묘
이철재

30여만 평 규모의 Skogskyrko Garden은 자연 수목을 그대로 두고 묘를 조성하였다.

우리 일행이 처음 방문한 곳은 스톡홀름시의 대표적인 공원이자 공동묘지인 Skogskyrko Garden(스코그쉬르코 고덴) 이다.
입구에서 도착한 우리는 눈앞에 넓게 펼쳐진 푸른 잔디와 울창한 수목에 탄성을 지른다. 멀리 언덕위로 이곳이 공동묘지임을 암시하는
십자가가 없었다면 이 나라 언어와 문자에 캄캄한 우리들은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공동묘지 관리자와의 약속이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 우리들은 자유롭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스톡홀름시에서는 가족납골묘와 산골을 각각 45% 비율로 이용한다고 한다. 나머지는
매장인데 우리처럼 봉분 형태가 아닌 죽은 이를 알게 하는 비석과 그 앞에 심어진 꽃이 전부다. 때마침 노부부가 묘를 돌보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이곳에 있다고 한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비석과 그 앞에 놓인 붉은 꽃, 그리고 노부부의
손길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 Skogskyrko Garden 산골장
이철재

주변 잔디밭에 산골을 한다. 중앙에는 추모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유족들이 꽃을 둔다.

차분한 걸음으로 조그마한 언덕에 오르니 뒤편으로 울창한 산림이 하늘 높이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 각양각색의 비석이 보인다.
스웨덴은 묘지를 위해 인공적으로 조림한 것이 아닌 기존 숲을 살리며 묘를 조성한 것이다. 이곳의 영문 명칭이 왜 Woodland
Cemetery 인지 알 것 같다. 또한 이 곳은 1994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공동묘지 목적에 이상적으로
부합하는 풍경을 창출하는 문화적 공간의 성공적인 예로 전 세계 묘지디자인에 깊은 영향을 전달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이다. 세상에
공동묘지가 세계문화유산 이라니? 이곳을 보지 않고 이야기만 들었다면 결코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 Skogskyrko Garden 화장장 및 장례식장 조형물
이철재

슬픔을 정화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여 준다.

스코그쉬르코고덴의 전체 면적은 108ha, 약 30여만 평에 달한다. 장례식장이 3곳, 화장장이 있고 벽식납골묘, 매장묘, 납골묘,
산골장소, 명상의 언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스코그쉬르코고덴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는다면 바로 명상의 언덕이다.

▲ Skogskyrko Garden의 매장묘
ⓒ 이철재

평장형태로 꽃을 심는 것이 인상적이다.

장례를 마치고 유족들이 이곳에 올라 쉴 수 있는 곳으로 망각과 추모를 잇는 곳이다. 언덕은 전체적으로는 커다란 원이지만 맨 위의
공간은 12 그루의 을무스나무가 심어진 4각형으로 만들어 졌다. 자연의 절대 진리를 원으로 보고 그 안에 속해 있는 인간의 가치를
4각형으로 본 것이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동화되고자 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언덕
아래에서 바라본 명상의 언덕은 맑은 하늘과 더불어 더욱 빛나고 있었다.
그날 오후 다시 스톡홀름 공항으로 가는 길, 양쪽으로 펼쳐진 누런 밀밭이 이국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 Skogskyrko Garden의 노부부
이철재

평일에도 끊임없이 유족들이 찾아와 추모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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