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녹색의 물결, 평화의 함성… DMZ 생태계를 돌아본다①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는 1953년 휴전협정이 맺어진 이후 만 50년 동안 사람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들이
서식하는 등 지구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갈등과 대립이 유지시킨 희귀한 생태계의 보고,
비무장지대를 보전하기 위해 환경연합은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에 대한 생태조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임진강과 한강 하구를 중심으로 매월 현장조사를 하며 이 지역의 생태적 중요성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하나로 8월 9일부터 20일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전국 교사모임’ 선생님들과 함께 동해안에서 서해 무인도서에 이르기까지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일대의 주요 생태계를 조사했습니다.

▲동해선 철도·도로 공사 조감도. 해안선과 바짝 붙어서 지나가는 철도와 도로는 감호와 습지,
사구 등을 파괴할 것이다.

동해선 철도와 도로 복원 공사현장에서 건봉산, 대암산 용늪, 철원분지, 임진강, 한강 하구, 서해 무인도서들에 이르기까지 험준한
동부산악에서 서해안 갯벌에 이르는 다양한 생태계를 32명의 조사원들이 발로 뛰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 생태계 보전 현황을 많은 분들께 알리고,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러한 시도가 남과 북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와 협력을 촉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8월 10일 오전, 조사단 일행은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전망대에 닿으려면 7번
국도를 따라 가는데, 동해안을 끼고 있는 이 길은 동쪽으로는 푸른 동해바다와 모래가 고운 백사장, 소나무 숲 등이 있고 서쪽으로는
백두대간 줄기의 큰 산들이 있어 제가 참 좋아하는 길입니다.

▲도로 연결 공사 현장 사무실

그런데, 통일전망대에 도착하기 직전, 오른쪽에 있어야할 아름다운 동해안의 풍경이 포크레인을 비롯한 중장비들의 요란한 움직임에
의해 속살을 드러낸 채 파헤쳐져 있었습니다. 동해선 철도 연결 공사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또 이 지역이 망가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통일전망대에 올라 비무장지대를 내려다본 모습은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아름답던 비무장지대의 자연스런 경관과 습지가 무참할 정도로
파괴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최대라고 할 수 있는 해당화 군락도 훼손될 지경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 50년 이상 끊어졌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있지만, 그 길은 이곳 비무장지대에서나마 안식을 누리던 야생동식물과
생태계에는 영원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동해안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철도 연결 공사

우리나라 거의 모든 해안선이 도로와 주거·산업·관광 시설 등 각종 개발에 의해 자연스런 모습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바로 이곳
비무장지대의 동쪽 끝 부분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산과 강, 습지와 해안사구(모래 언덕), 육계도, 해안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경관을 지닌 거의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이처럼 독특한 지형구조를 간직한 곳에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습니다. 특히, 동해안
비무장지대에는 습지가 잘 보전되어 있어 갈대와 달뿌리풀, 물억새 등 습지식생이 특히 잘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또, 해안지역의
사구에는 해당화, 갯그령, 갯메꽃 등의 전형적인 해안식물 군락이 발달되어 있어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또, 감호를 비롯한 습지가 잘 발달된 지역이라 큰기러기·큰고니·원앙 등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새들을 비롯해 많은 물새들이
번식하고 겨울을 나거나 중간기착지로 이용합니다. 이외에도 갈매기류와 바다새, 산새들도 많고 독수리와 말똥가리·황조롱이 등 맹금류도
상당수 발견되는 곳입니다.

습지가 발달해 있으므로 양서류와 파충류가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이라 환경부 지정 보호야생동물인 까치살모사를 비롯해 18종의
양서·파충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는 곳입니다.

포유류는 산양과 고라니, 관박쥐 등 10여종의 포유동물이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으며 이외에도 더 많은 포유동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동물이며 산악지대에 주로 서식하는 산양이 비무장지대 내의 해안지역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비무장지내 내에서 한창 진행중인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공사

이처럼 생태계가 잘 보전되고 있는 동해안쪽 비무장지대에 철도와 도로가 건설되고 차량이 다니게 되면 습지와 사구 등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생태계가 단절되고 야생동물의 이동이 차단되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산양과 같은 중형 이상의 포유동물뿐만 아니라, 작은 포유동물과 양서·파충류, 조류도 자유로운 이동에 치명적인 위협이 초래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비무장지대 구간에는 야생동물의 이동이 단절되지 않도록 교량과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이미
한번 훼손된 이곳의 경관과 자연스러운 생태계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 해 11월의 모습. 철도·도로 연결 공사를 위한 임시도로가 비무장지대 가운데로 나있지만,
습지와 사구는 잘 보전되어 있었다.

앞으로 경원선을 비롯해 남과 북 사이에 많은 철도와 도로가 복원될 계획입니다. 이번에 가본 동해선은 적절한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고, 생태계 조사도 형식적으로 거친 채 공사를 급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더라도 비무장지대의 생태계
보전을 위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기를 바랍니다.

* 글·사진 : 생태보전국 마용운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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