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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리장성과 한반도 대운하

[기고]만리장성과 한반도 대운하








윤명길 을지대 교수·한국유통과학회 명예회장


만리장성은 기원전 221년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춘추전국 시대에 지어진 성벽을 보수해 만든 것이다. 성벽 축성에는 30만 대군과 수백만명의 백성이 동원됐다고 한다. 이들 백성 중에는 통일 과정에서 징발되었거나 잡혀 온 이민족이 대부분이다. 이를 통해 불만세력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썼으리라 짐작된다. 물론 명분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만리장성이 실제 유용했는지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 선비족이 세운 북위(北魏)의 수도인 낙양과 평성이 만리장성 안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위진(魏晉) 이후 청나라까지 북방민족이 대부분 만리장성 안에 나라를 세웠다. 이처럼 만리장성은 북방민족이 중국을 침략하는 데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결국 진나라는 중국을 통일한 지 불과 14년 만에 망하고 말았다. 외부 이민족의 침입이 아니라 내부 분열이 멸망의 원인이었다. 이런 점은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리장성을 중히 여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중요성을 인식하고 ‘만리장성은 중국이다’라는 등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관광 수입과 중국의 대외 이미지 제고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록 국토방위란 본래의 목적은 달성하진 못했지만 새로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중국의 진시황이 행한 만리장성에 버금가는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다가 여론이 심상치 않자 당분간 보류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대운하는 단군 이래 가장 큰 국토 개조사업에 해당된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4대 강 중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 공사에 15조∼16조원가량이, 호남운하(영산강)에 4조원 정도가 소요되며 친환경적으로 운하가 건설되면 수질 보전, 물류비 절감, 관광효과 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반대론자들은 환경적인 재앙과 엄청난 적자 운영 등을 들어 운하 건설을 강력 저지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우선 운하가 건설되면 수질이 악화돼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고 우려한다. 둘째, 풍부한 수량 확보에서도 간접취수방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홍수 때 범람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셋째, 물류비에서도 운하보다는 해운이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운하를 만드는 것보다 바다에 배를 띄워 실어나르는 것이 운송비가 적게 먹힌다는 것이다. 넷째, 관광효과를 볼 때 운하는 추가 기반시설 투자비가 많이 들어 관광자원의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한다.

대운하를 둘러싼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논리가 맞서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쉽게 분간하기 어렵다. 서로 자기 주장만 할 뿐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결국 주권자인 국민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도리밖에 없다. 철저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려야 미국산 소고기 협상과 같은 뒤탈이 생기지 않을 게 아닌가.


2008.06.03 세계일보 칼럼 |  윤명길 을지대 교수·한국유통과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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