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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正祖로부터 배우라

[시론] 正祖로부터 배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격화되면서 지난 주말을 고비로 반정부 시위로 치닫고 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20% 미만이다.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자들은 ‘쇠고기 협상’을 가장 잘못한 점으로 꼽았으며, ‘국민여론 무시’를 두 번째로 높게 꼽았다. 소통부족으로 취임 100일 만에 국정운영에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 대통령이 소통의 정치를 하려면 백성과의 소통을 위해 각별히 노력한 정조를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조는 자신의 시대를 “큰 병이 든 사람이 원기가 이미 허약하여 혈맥이 막혀버리고 혹이 불거지게 된 것과 같은 꼴”이라고 파악하고 소통의 정치를 폈다. 그 결과 사후에 ‘정(正)’이라는 묘호(廟號)를 받았다. 정조의 묘호 ‘정’은 정도로 백성을 복종시켰기에 주어진 이름이다. 자신을 바르게 하여 조정을 바르게 하고, 조정을 바르게 하여 백관을 바르게 하고. 백관을 바르게 하여 온 백성을 바르게 하였기에 ‘정’이라는 묘호를 받은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하려면 정조처럼 “자기를 바르게 함으로써 상대를 바르게 하는(正己而物正)” 모범을 보여야 한다. 최근 한 국책연구원의 양심선언으로 이명박 정부가 ‘4대 강 정비계획’을 통해 경부운하를 은밀히 추진시켜 왔다는 사실이 폭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진정성을 의심받는 한 소통은 불가능하다.

또한 소통의 정치를 하려면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을 배려해야 한다. 정조의 백성 보살핌은 “해와 달처럼 밝아 비치지 않은 곳이 없었으며, 은택은 흐르는 강과 바다 같아 만물이 다 무젖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마디로 어느 백성 하나 국왕의 사랑을 입지 않은 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유교에서 애민정치는 늘 강조되어 왔으나, 정조처럼 모든 백성에게 골고루 보살핌이 미쳤다는 평가를 받은 국왕은 일찍이 없었다. 정조의 소통정치는 위에서 덜어다가 아래에다 보태주는 손상익하(損上益下)의 이념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균부(均賦), 균역(均役), 균산(均産)의 삼균정책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려 했던 것이다.

반면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기업인들과의 직통전화를 개설하고 공기업 민영화 방안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정책)를 강조하는 반면 “노동자의 파업은 엄단하겠다”고 하여 대한민국의 1%만 감싸고 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조는 진정한 하나 됨(大同)은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가운데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사물이 같지 않은 것은 사물의 본질이니 억지로 이를 같게 해서는 안 된다. 여러 신하들이 일을 논의하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로 맑은 조정의 아름다운 일이니, 만약 한 사람이 창도하고 모든 사람들이 부화하여 고분고분 이견이 없다면 꼭 이것이 진정한 대동의 의논은 아닐 것이다.”(홍재전서 일득록)

정조는 사회적 통합력을 높이기 위해 언로를 활짝 열어두고 모든 건의를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언론사의 논조에 따라 정부광고를 차별적으로 배정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소통의 정치를 하려면 독재정권식 언론 길들이기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8.06.03  경향신문 칼럼 |  <한상권 | 덕성여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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