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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대운하 청와대 보고서 & 민자사 ‘제3의 안’

한반도대운하 청와대 보고서 & 민자사 ‘제3의 안’

[신동아]









18대총선의 최대 쟁점은 단연 ‘한반도대운하’였다. 야당의 일제 공격에 한나라당은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공약에서도 대운하 건설은 빠졌다. 공격이 심해지자 당 대표의 입에서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안 한다”는 표현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는 총선용 발언일 뿐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인 2월 초 운하에 대한 여론이 급속하게 악화되자 한나라당과 인수위는 일찌감치 총선 전 무대응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신동아’ 3월호 134쪽 참조). 그들은 철저히 그 지침에 따랐을 뿐이다.

하지만 조용하지만 철저하게 운하 사업을 준비해온 그룹도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운하 공약을 책임진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그곳이다. 연구회는 지난 총선 기간에도 정국을 지켜보며 운하 추진 일정을 조율하고 운하반대론을 극복할 논리를 찾느라 분주했다. 이 연구회는 말만 연구회이지, 실제로는 정부 기관 이상의 기능을 한다. 대통령직인수위 당시 한반도대운하 TF팀의 핵심 멤버는 모두 이 연구회 출신이었다. TF팀장으로 국토해양부 장관 물망에 올랐던 장석효 전 서울시 부시장을 비롯 핵심 멤버들이 모두 이곳으로 옮겨 일하고 있다.


청와대 보고서의 골자

이 연구회에는 지금도 국토해양부는 물론, 수자원공사와 국토연구원, 민자 컨소시엄, 설계 컨설팅 회사 관계자들이 수시로 사무실을 찾아 운하에 대한 논의를 하고 간다. MB의 운하 구상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데다, 전문가와 자료가 그곳에 가장 많기 때문이다. 청와대와도 인적 핫라인이 형성돼 있다.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운하 건설과 찬성론의 전진 기지이자 심장 노릇을 하고 있는 것. 총선 과정에서 유출돼 ‘운하 밀실 추진’ 파동을 일으킨 국토해양부의 한반도대운하 보고서도 이곳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다. 3월27일 특정 언론에 유출된 이 내부 보고서에 대해 국토해양부 측은 “실무자가 민간 제안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의 하나로, 확정된 정부 정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현재 제1 민자 컨소시엄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미 지난달 설계 컨설팅 회사에 운하 기본설계 계획을 맡긴 상태다. 최초 사업제안서 작성과 기초 환경평가를 하는 데 180억원이 들어간다. 확정된 정책도 없는데 민자사가 이런 거액을 그냥 투자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터. 하지만 청와대와 국토해양부로선 민자사의 사업제안서를 받아 검토한 다음 제3자 공고를 내는 시점이 운하를 정부 정책으로 공식화하는 시점이다. 그전에 어떤 방침을 세우고 무슨 보고서를 만들어도 정부의 확정된 정책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물밑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간지 모르지만 어쨌든 국토해양부는 민자사에 사업제안서를 내라고 공식 문서를 발송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국책사업이 정부 정책으로 확정되려면 장관의 도장이 찍히고 대통령의 사인이 박힌 공식 문서가 발표돼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총선 이후 한반도대운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총선 전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바로 운하특별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것으로 운하에 대한 국민여론 검증을 대신할 생각이었다(‘신동아’ 3월호 기사 참조). 그러나 총선이 끝나자 일이 완전히 꼬여버렸다. 한나라당은 과반인 153석을 얻었지만 그중 운하에 동조하거나 적극 찬성할 범(汎)MB계가 107석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강경한 운하반대론자인 박근혜 계파가 33명에 달하고 그 밖의 소장파, 무계보 당선자도 운하 반대론자에 가깝다. 범MB계 중에서 ‘반란’이 일어날 소지도 적지 않다. 게다가 운하의 최고 신봉자이자 돌격대장 노릇을 하던 이재오 의원과 대선 시절 대선캠프 한반도대운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박승환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다. ‘총선 전 무대응, 총선 후 강행’이라는 운하 추진 전략에 일대 수정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부총리급 운하추진기획단장?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만든 조령터널 입구 조감도. 배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수위차를 극복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대운하연구회는 4월11일 운하의 추진 일정과 추진 계획에 대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기자는 연구회 관계자로부터 청와대 보고서에 포함된 네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그 골자는 다음과 같다. ▲대통령실 산하에 가칭 ‘한반도대운하 추진기획단’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든다 ▲3월27일 언론에 유출된 국토해양부의 장관 보고용 문서 내용이 ‘실무자의 개인 생각일 뿐’이라는 공식 해명과 달리 대부분 사실이고 청와대 보고서에도 포함됐다 ▲운하특별법 제정을 포기하고 민간투자법 개정과 내륙주운법 제정을 통해 운하사업을 추진한다 ▲조령터널과 스카이라인 안(案) 중 스카이라인 안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으므로 완전히 배제하기로 한다.

지난 1월 무렵, 잠깐이지만 운하에 대한 찬성 여론이 반대론보다 앞서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산하에 한반도대운하추진단을 두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여론이 급속하게 악화되면서 운하 무대응 방침이 확정되자 인수위는 이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추진단장으로 거론되던 인수위 대운하 TF 장석효 팀장은 대선 당시의 자기 자리인 한반도대운하연구회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의 청와대 보고서에서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측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사공일 대통령경제특보) 산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의 한반도대운하 추진기획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장은 운하에 대한 의사 결정기능을 가진 자리로, 연구회 관계자는 “대통령실장이 장관급임을 고려하면 아마 차관급이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장석효 회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하지만 부총리급이 될 것이란 설도 흘러나온다. 운하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국토부는 물론이고 환경부, 기획재정부와 광역지자체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의 3월 보고서에는 ‘경부·호남·충청운하는 사업비가 총 20조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으로 사업구상과 건설, 관리를 담당할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의사결정기구인 대통령 직속 추진위원회와 관련 업무를 전담할 별도 기구(건설청)를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추진위원회를 만들기 위해선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므로 법 개정 이전에는 임시 조직인 ‘한반도대운하 추진기획단’을 만들어 국토해양부 운하지원팀과 임무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시 조직인 기획단은 1단장 2팀 23명으로 운하사업과 관련한 기획·검토를, 국토부 운하지원팀은 1팀 7명 내외로 법령제정 등 행정지원을 담당한다.

국토해양부는 이 보고서에서 “사업추진을 전담할 조직이 없어 효율적인 추진에 애로가 있다”며 자신들이 청와대와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사이에 끼어 어정쩡한 상태임을 실토했다. 즉, 민간단체인 한반도대운하연구회와 함께 언제까지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한 것.


특별법 포기…고민에 빠진 민자사

대운하연구회 측이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라고 밝힌 이 보고서에서 국토부는 ‘경부운하는 민자사업으로 2012년, 호남(영산강)·충청(금강)운하는 2011년까지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며 ‘현재 민자사가 이에 대한 기술적 사항, 경제성, 재무성 분석, 부대사업 추진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인수위 당시 한반도대운하 TF팀은 2009년 2월을 경부운하와 다른 운하의 착공시기로 잡았지만 국토해양부 보고서는 이보다 두 달 늦은 2009년 4월로 두 달 연기했다.

이렇듯 착공시기가 두 달 연기된 이유는 민자사의 최초 사업제안서 제출이 예상보다 계속 늦어지고 있기 때문. 이는 민자사가 운하 건설에 따른 수익창출 방안을 찾기가 그만큼 수월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단 대운하연구회는 인수위 때 3~4월 안으로 제출키로 된 최초 사업제안서 제출마감을 5월 말까지로 연기했다. 사업제안서가 들어오면 좋든 싫든 공개적으로 그에 대한 적격성 검토가 이뤄져야 하고 그렇게 되면 운하가 또 한 번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장악한 18대 국회가 시작되는 5월말에 사업제안서 접수를 마감하면 나쁠 게 없다는 판단이다. 또한 현재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현대건설 컨소시엄 외에 SK건설 컨소시엄이나 제3, 제4의 컨소시엄이 제안서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배려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토해양부는 보고서에서 ‘민간 컨소시엄이 제안서를 작성 중에 있으나 물동량 등에 대해 객관적 검증이 미흡해 애로를 겪고 있다’며 ‘제안서가 부실하게 제출되는 경우 반대 측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정부의 제안서 검토에 장기간이 소요될 우려가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현행 민간투자법은 민간제안 사업에 대해 운영수입을 보장해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투자자의 수익성 확보가 곤란하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물류기지, 관광단지 개발, 도시개발, 연계 인프라 구축 등 부대사업을 제안하면 적극적으로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총선 공약에서 ‘한반도대운하’를 빼자 야당이 강력 항의하고 있다.


연구회 측은 일단 경부운하에 대한 사업제안서가 5월까지 들어오면 7월 중순까지 그에 대한 적격성 조사를 거쳐 10월 중순까지 제3자 공고를 내고, 11월말까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후 또 한 번의 협상과정을 거쳐 2009년 1월에는 실시 협약을 마무리짓는다는 것. 이와는 별도로 오는 6월부터 부대사업을 포함한 실시계획 수립에 들어가 내년 2월까지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4월까지 실시계획 전체에 대한 승인 절차를 밟은 후 공사에 바로 착수한다는 게 국토해양부의 운하사업 진행 일정이다. 대운하연구회도 이 같은 일정을 그대로 확인했다.

국토해양부 보고서는 사업제안서 제출에서 실시설계까지만 3~4년씩 걸리는 사업추진 절차를 1년으로 간소화하기 위해 2가지 안을 제시했는데, 제1안이 ‘한반도대운하특별법’ 제정이고 제2안이 ‘내륙주운법’ 제정, 현행 민투법의 개정이다. 그런데 대운하연구회 측은 “청와대 보고에서 운하특별법을 포기하는 대신 제2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법을 통과시키려면 여론의 역풍이 너무 거셀 것 같다”는 게 대운하연구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그 배경에는 한나라당 내 범MB계만으로 운하특별법을 강행 통과시키기가 어렵게 됐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대운하연구회 관계자는 “굳이 운하특별법을 제정하지 않더라도 관련법들을 하나씩 개정해나가면 1년내 착공과 2012년 완공엔 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운하특별법을 포기하면 민자사의 운영수입을 보장해줄 법적 근거는 완전히 사라진다. 실제 인수위 시절에 건교부가 만든 보고서에는 “토지보상비 명목으로 민자사에 1조6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국토해양부 보고서에는 그 항목이 완전히 삭제됐다. 민자사로선 운하사업에 뛰어들어야 할 큰 메리트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7시간40분

‘신동아’가 최근 한반도대운하연구회에서 입수한 ‘경부운하 소개’라는 문건에 따르면 환경단체와 야당이 백두대간을 훼손한다며 극렬하게 반대하는 조령터널 계획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남한강과 낙동강 상류를 잇는 이 터널은 당초 조령산에 24km의 터널을 뚫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으나 이번 문건에는 그 길이가 31km로 늘어났다. 이는 조령터널 앞뒤 인공수로 시작 부분인 충주 리프트와 문경 리프트의 위치가 바뀜으로써 초래된 결과인데, 이 때문에 본 터널의 길이는 21.9km로 줄어들었지만 그 터널 앞뒤로 7개의 소형 터널이 새로 생겼다. 터널이 8개로 늘어난 셈. 하지만 각 리프트 사이의 인공수로(터널구간 포함) 전체 거리는 지난해 대선 때 계획했던 86.4km보다 33.4km나 줄어든 53km가 됐다.

대운하연구회 관계자는 “이는 민자사(현대건설 컨소시엄)의 기초조사에 따라 생긴 변화인데, 보다 친환경적인 운하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이 안도 지질조사와 지층조사 등 심층조사 결과에 따라 방향과 터널의 길이, 숫자, 인공수로의 길이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안이 확정된다면 터널의 숫자와 길이가 늘어남으로써 공사기간도 문제가 되겠지만 환경단체와 야당의 반대가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은 조령터널의 대안으로 속리산의 절반을 물에 잠기게 하는 스카이라인 안을 소개하고 있는데, 인공수로의 길이만 100.6km에 리프트 4개소가 들어가야 하고 그 안에 주운용수댐 2개소, 보와 갑문이 2개소 들어가 환경단체로부터 ‘최악의 운하’라는 평가를 들을 만한 방안이다. 대운하연구회 관계자는 “환경파괴 요소가 너무 많아 이 안은 채택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일단 연구회 차원에서 청와대 보고에선 이 안을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문건은 운하 저수로 밖 둔치와 제방 인근 등에 있는 지정문화재(저수로 밖 500m이내)가 64개소, 매장문화재(저수로 밖 50m 이내)가 36개소라고 추정했다. 운하연구회는 우선 이에 대한 지표조사를 실시해 운하공사로 문화재의 원형이 변형되는 곳에 한해서만 발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운하연구회 측은 “실제로 배가 다니는 운하 바깥이어서 운하공사로 원형이 훼손되는 문화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이 자료에서 대운하연구회는 서울과 부산 간의 선박 운항시간을 최종적으로 밝혔는데, 2500t급 바지선을 기준으로 27시간40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대운하연구회 측은 문건에서 ‘최대 운항속력의 75%로 계산하고, 갑문 통과 시간을 실제 계산 시간보다 20~30% 늘려 잡은 결과라 이보다 더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부산항에서 처리되는 컨테이너의 경우 외항선에 선적하기 전 평균 5.3일을 대기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도로운송보다 훨씬 경제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대운하연구회가 계산한 26시간(설계속도 24시간)보다 1시간40분 늘어난 수치. 홍수, 태풍, 갈수, 안개로 인한 선박운항 제한 일수는 연 15일뿐이었다.

총선 당시 불거져 논란을 일으킨 철거보수 교량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대운하연구회 문건에 따르면 운하 건설로 철거, 개축, 보강해야 할 교량(2500t급 바지선 기준)은 대선 당시 발표한 25개소에서 32개소로 7개소가 늘어났다. 문건은 철거대상 5개 교량(구 행주대교, 잠수교, 구 탄금대교, 구 고령교, 구포교)은 폐(廢)교량으로, 운하 건설과 관계없이 철거해야 하는 교량이며, 개축(24개소)하거나 보강(3개소)해야 할 교량도 실제 선박 운행 시뮬레이션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월 대통령직인수위에 운하 관련한 보고를 하는 건교부. 지금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경부 운하 한·낙동강 분리안

현재 운하와 관련해 사업계획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컨소시엄은 대형 5개 건설사 컨소시엄인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건설사 상위 6~10위 업체로 구성된 SK건설 컨소시엄 두 곳. 12~20위 업체로 구성된 한화건설 컨소시엄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합병됐고, 여기에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프라임그룹 컨소시엄이 검토 작업에 들어가 있다. 이 컨소시엄은 경부운하가 목표가 아니라 광주와 목포를 잇는 호남운하, 즉 영산강 운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전언이다. 호남운하는 총 사업비가 3조6000억원밖에 들지 않는 데다 극심한 수질오염 때문에 지역 환경단체가 운하건설을 오히려 지지하고 있어 다른 운하사업보다 성사 가능성이 높다.

경부운하의 경우 조령터널안을 선택한 대부분의 컨소시엄과는 별도로 한강과 낙동강을 터널을 뚫어 서로 연결하는 방식을 포기하고, 각각의 강에 따로 운하를 만들자는 제3안의 안이 전문가들 사이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MB캠프에서 운하정책을 수립하는 데 깊숙이 개입한 한 운하 전문가는 “환경단체가 극렬하게 반대하는 경부운하는 결국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고, 물동량이 정확하게 계산되지 않아 경제적 타당성도 증명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강과 낙동강에만 따로 운하를 만들면 환경단체와 야당의 반대를 피하면서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강과 낙동강은 수로에 배가 잠길 수 있는 만큼의 수량만 채워주면 그 자체가 운하가 된다는 게 이 전문가 그룹의 설명이다. 거기에 주변에 있는 콘크리트 둔치를 뜯어내고 자연생태 운하를 만들면 환경단체의 반대도 극복하고 경제성도 만족시킬 수 있다는 논리. 실제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인천-팔당 사이 한강운하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한 결과 경제성지수(비용편익비, B/C)가 2.68~2.78로 나왔으며 1989년 건교부가 실시한 한강주운개발사업 타당성 조사에서도 경제성지수가 1.2로 나왔다. 경제성지수는 1이 넘으면 사업타당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 그룹은 곧 운하전문 컨설팅 업체를 설립하고 SK건설 컨소시엄과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강·낙동강운하 분리 건설에 대한 사업 참여를 제안할 예정이다. 그는 “한강운하와 낙동강운하를 만드는 데는 2~3년이면 충분하다”며 “우선 양쪽 강에 바지선을 띄우고 시민들에게 운하에 대한 환경성, 경제성 검증을 받은 후 이 두 운하를 잇자고 제안하면 여론의 향배는 경부운하를 완성하자는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대운하연구회 관계자는 “해당 전문가 그룹의 주장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실제 사업제안서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업제안서를 내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 그룹은 해외 운하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와 캠프 내 운하추진 전문가들을 앞에 두고 직접 외국 사례 설명회를 연 적도 있다.


‘운하 그거 되겠어?’

한편 대운하연구회는 ‘경부운하 설명’ 문건에서 ‘한강 하구에서 서해로 나가는 지역은 조위 변화가 크고 하상이 불규칙해 하구댐 기능을 하는 용강 갑문을 설치해야 하는데, 갑문이 군사경계선 상에 위치해 북한의 협력이 없으면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며 ‘남북협조가 가능한 시점까지는 행주대교와 서해를 잇는 경인운하를 사용해야 한다’고 밝혀놓았다. 국토해양부도 3월 보고서에서 ‘용강보와 파주터미널 등은 경부운하 사업 범위에서 제외한다’고 못 박은 다음 ‘경인운하를 올해 말에 착공해 빠른 시간 내에 완공할 계획’이라고 적시했다.

이는 대선 당시 남북경제협력구역인 나들섬 계획과 연계해 한강과 임진강 합류지점을 경부운하의 서해 쪽 출구로 사용하겠다던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이렇게 된다면 경인운하 사업이 계속 지연될 경우 경부운하는 서해로 나가는 출구가 폐쇄될 가능성도 있다. 경인운하는 1996년 계획이 마련된 뒤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찬반론이 팽팽하게 부딪치고 2003년 감사원으로부터 경제적 타당성 조작 사실이 드러나는 등 온갖 잡음으로 12년 이상 사업이 연기되고 있다.

대운하연구회 관계자는 “민간의 사업제안서가 들어올 때까지 조용히 있으라는 게 상부의 뜻이다. 운하가 운하 그 자체로 찬반 토론이 되는 게 아니라 정치화, 신념화, 종교화해서 다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대운하연구회 문건과 국토해양부 보고서에는 운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 대국민 홍보대책이 치밀하게 마련돼 있지만 정작 운하 실무진은 ‘위’의 눈치를 보느라 입도 벙긋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누구도 ‘운하를 해야 한다’는 말을 자유롭게 꺼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과연 그들은 운하 건설에 대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까. 이미 여론은 ‘운하 그거 되겠어?’라는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2008.05.26 신동아 사회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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