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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호 교수의 그린 이코노미 대운하를 왜?


홍종호 교수의 그린 이코노미 <17> 대운하를 왜?

관광·지역개발·수질개선 이점 있다지만 경부운하, 바닷길보다 겨우 200km 단축
이 정도 효과로 공감대 이끌어낼 수 있을지…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환경경제학 교수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이자 최대의 국책사업은 역시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다. 1964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차관을 얻을 목적으로 서독을 방문하면서 사방으로 뻗은 아우토반(Autobahn)을 경험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1968년 2월 1일 공식 착공되어 1970년 7월 7일, 2년 5개월 만에 428km에 달하는 전 구간이 완공됐다. 총 건설비로 430억여 원, 대략 1km당 1억 원 정도가 소요되었으니 말 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싸게’ 건설된 고속도로다. 경부고속도로는 7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과 지역 개발을 선도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당시로서는 엄청난 예산이 문제가 됐다. 1960년대 후반 15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던 연간 예산 규모를 갖고 이런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었다. 또한 그 돈이 있으면 경부 축보다는 교통 인프라가 더 낙후된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나아가 우리의 기술력으로 과연 이런 대형 공사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회의론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고속도로 건설 계획 자체를 폄하하거나 부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 경부고속도로, 반대 있었지만 계획 자체가 폄하되진 않아


재정 문제나 기술적 이유로 반대하는 것과 사업의 타당성 내지 미래지향성 여부를 문제 삼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전자는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지만, 후자는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은 사업을 왜 하느냐’는 관점이다. 경부고속도로는 언젠가는 필요한 사업이라는 암묵적 공감대가 존재했다. 다만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듯 급하고 무리하게 추진되었을 따름이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대운하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17개 노선에 남북한 운하를 합쳐 총 연장 길이 3100km에 달하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중 경부운하가 논란의 핵심이다. 길이가 550km로서 가장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한강과 낙동강을 가로막고 있는 소백산맥을 관통해야 하는 대역사(役事)이기 때문이다. 만약 터널을 뚫게 된다면 길이 최소 26km, 폭 22m, 높이 21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운하 전용 터널이 될 전망이다. 경제적, 환경적, 공학적으로 꼼꼼히 따져 봐야 할 대목이다.

운하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도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으나 완공 후에는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았듯이, 오늘날에도 경부운하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으나 결과적으로는 국운 융성의 밑거름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논지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사업의 성패를 가름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럴까?

먼저 고속도로의 역사를 살펴보자. 독일은 세계 최초로 고속도로를 건설한 나라다. 1935년 나치 정부하에서 첫 구간이 완공됐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본격적인 고속도로 건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되었다. 총 연장 길이 7만5000km를 자랑하는 미국의 고속도로 체계도 1956년부터 본격화되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20세기 후반, 화물과 여객을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이 경쟁력의 요체라고 간파한 많은 국가들이 앞 다투어 고속도로 건설에 매진했던 것이다. 이처럼 경부고속도로는 물류 운송에 있어 당시의 세계적 추세와 부합하는 미래지향적 사업이었다.


■ 파나마운하는 운송거리 1만5000km나 단축


운하는 어떠한가? 운하의 본질은 운송 수단으로서의 효용성에 있다. 운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로 관광효과, 지역개발 효과, 수질개선 효과, 지구온난화 해소 효과, 그리고 수자원 확보 효과 등을 언급한다고 해도 운하를 통한 물류 전환 효과가 미미하다면 더 이상 운하로서의 가치를 주장하기는 힘들다. 물류 수송 이외의 다른 효과들은 사실상 운하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별도의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리라 본다.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운하로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가 있다. 길이 163km의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직접 연결하여 아프리카 남단으로 배가 돌아가는 수고를 덜어 주었다. 길이 81km의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바로 연결해 준다. 이로써 남아메리카 대륙을 우회하는 기존 노선보다 1만5000km나 단축하게 되었다. 독일의 대표적인 내륙운하인 마인-도나우(Main-Donau) 운하가 건설됨으로써 유럽의 흑해와 북해를 연결하는 3500km의 내륙 수로가 이어지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 수도권에서 출하된 컨테이너를 바다를 통해 부산으로 보낸다면 750km의 바닷길을 가게 된다. 이것을 경부운하로 보내고자 한다면 20개 가까운 갑문과 초대형 터널을 통과하여 550km의 물길을 가야 한다. 200km를 절약하기 위해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사업비가 드는 국책 사업을 한다는 데 손을 들어줄 경제학자가 많지는 않을 듯싶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을 방문하면서 본 것은 아우토반만이 아니다. 푸른 산과 깨끗한 농촌 역시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1970년대의 산림녹화 사업과 새마을운동이 그 산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UN이 우리나라를 20세기 들어 푸른 산 만들기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로 선정하는 계기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중에 독일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운하 외에 다른 좋은 것들도 많이 보고 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2008.05.24  조선일보 칼럼 |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환경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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