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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개선하는 수로는 없다






환경을 개선하는 수로는 없다
[임혜지의 독일운하이야기] ⑧ ‘친환경적 운하’ 과연 가능할까





















» 뮌헨 이자 강의 치수사업이자 수질 개선사업인 재자연화 공사.
예쁘게 생긴 사람이 머리도 좋을 수는 있다. 얄밉지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어부가 고기도 잡고 살생도 피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물관리와 수로도 마찬가지의 관계다. 물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 또는 치수를 위해서 강을 배가 다니는 길, 즉 수로로 정비한다는 말은 어부가 고기는 잡지만 살생은 안 한다는 말과 같은 등급의 거짓말이다.


친환경적인 자동차란 말은 환경을 더 좋은 상태로 만드는 자동차란 말이 아니라, 환경을 덜 해치는 자동차란 뜻이다. 외국에 친환경적인 운하가 있다는 말은, 운하치고 환경을 덜 해친다는 뜻이지 운하가 환경을 개선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물류의 수요가 있어서 운하를 만들어야 한다면 어느 정도의 환경파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환경을 개선시키고 싶다면 기존의 수로를 허무는 재자연화 공사를 하면 했지 운하나 수로, 그 어느 것도 새로 만들면 안 되는 것이다.


터널을 뚫고 생땅을 파는 운하공사건, 자연하천을 갑문과 둑으로 막아서 배를 띄우는 수로공사건, 건설공사를 하는 이유는 오직 물류여야 한다. 물류가 확실하게 보장될 때, 어느 정도의 환경파괴가 용납되는가를 고려해서 손익을 저울질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치수, 즉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수로공사를 한다는 말은 살생을 금하는 계를 지키기 위해서 고기를 잡는다는 말과 똑같다.


환경을 개선시키면서 수로를 만드는 기술은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 첨단의 신기술로 지어진 독일의 마인-도나우-운하가 공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비판대에 올랐을 때, 찬성하는 측에서는 물동량에 대한 설득력이 없어지자 관광효과를 과장해서 주장했으면 했지 운하가 환경을 개선시킨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환경을 덜 파괴시키는 방향으로 공사하느라고 엄청나게 큰 돈을 들였다고 선전했을 뿐이다.



수로의 역사가 깊고 경험이 풍부한 독일에선 수로가 환경을 개선시킨다는 말을 믿을 사람이 없다. 강에 배를 띄우기 위해 강을 반듯하게 다듬은 수로공사가 훗날 홍수와 갈수의 원인이 되었다고 중고등학교에서부터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주는 중하류의 홍수를 막기 위해 국가에서 엄청난 예산을 풀어 상류의 강둑을 헐고 범람지를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며, 그래서 앞으로는 새로운 수로를 개척하지 않을 것을 국회에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터널을 뚫고 생땅을 파는 운하라는 개념에 국민들이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제는 운하 대신에 수로라고 명칭을 바꾸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그 반대다. 내가 한반도 대운하를 말리고픈 이유는 생땅을 파서 강을 연결하는 40 km 운하구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하천을 인공개량하는 500 km 수로구간에 있다.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한 나는 라인강의 수로공사에 따르는 후유증에 대해 알고 있기에 우리나라에서 그런 공사를 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던 것이다. 이 점을 나는 그간 글을 통해 누누히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강을 하수구인양 쓰는 것을 지적하며 물관리를 소중히 여기는 대통령의 뜻에 나는 백분 동감한다. 그런데 그 대책이 왜 하필이면 수로공사일까? 강의 경사가 가파르고 하상계수가 높은 우리나라 강에 전천후로 몇천 톤짜리 바지선을 띄우려면 유량을 확보하기 위해 강을 직선화하여 둑을 쌓고 갑문을 만들어 물을 가두어야만 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공사를 하면서 목적이 치수라고 한다면 독일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선 요즘 치수를 위해 정반대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라인강 상류 알텐하임의 범람숲. 유량이 많아지면 숲으로 물을 유도해서 하류의 홍수를 막는다.


라인강 중하류 지방의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옛날에 상류의 범람지였던 곳을 다시금 범람지로 되돌리는 계획을 실행하느라고 정부에선 막대한 세금을 쓰고 있다. 상류주민들의 원성을 무릅쓰고 그래도 강행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홍수에 대처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강변의 콘크리트를 헐고 수초와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공간을 만들어 자연에 의한 정화작용을 유도하느라고 역시 큰 돈을 쓰고 있다. 배가 다닐 수 있도록 둑과 갑문에 갇혀 느리게 흐르는 물은 자연적 정화현상은 커녕 오염되거나 상하지 않으면 다행이고, 또한 지하수의 흐름마저 덩달아 느리게 만들어 지하수의 수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라인강은 강변의 화학공장에서 유출된 독극물로 인해 한동안 죽은 강이었다가 이제는 다시 연어가 서식할 만큼 회복했다. 국가와 국민이 힘을 합쳐 눈물겨운 노력으로 라인강의 회생을 이룩한 독일의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강으로 흘려보내는 하수와 공장 폐수만 철저하게 정화해도 수질은 크게 개선된다. 물을 막아놓은 수중보만 제거해도 강물이 한결 깨끗해진다.


이렇게 강의 수질 개선과 치수사업을 하려면 여러 면에서 수로공사와는 정반대의 정책을 펴고, 정반대의 공사를 해야한다. 댐과 둑을 쌓아 자연을 제압하려는 70년대 치수공사는 이미 구시대의 실패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연에 손을 대면 댈 수록 점점 더 큰 균열을 초래하여 그 대응책에 드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이를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세기의 첨단과학은 자연의 힘을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세계의 추세가 이러할진데 21세기의 IT강국에서 치수와 수로가 구별 안 되는 공사를 하겠다는 발상은 부끄럽기까지 하다. 치수공사로 시작해서 수로건설로 끝내서는 나중에 그 수로를 연결해서 대운하를 만들면 된다는 계획은 우리 국민의 수준에 대한 모욕이자 국제사회의 망신거리가 될 것이다. 후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솔한 민족이라 흉잡힐 것이다.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보좌한 학자들은 역사적 책임과 불명예를 벗지 못할 것이다.


옛날로 돌아가면 다 친환경적이라 믿는지 예전에 우리 강에 나룻배가 다녔다고 해서 한반도 수로사업을 복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옛날에 다니던 배들은 몇 천톤짜리 동력선이 아니었을 것이고, 19세기의 유럽과 마찬가지로 물때가 좋은 철에만 한정된 구간 안에서 다녔을 것이다. 그래서 대형 동력선이 상하류 통틀어 운행 가능한 전천후 수로를 만들면서 옛 물길로의 복원이라 한다면 이는 잠자리와 비행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말이다.


배를 이용한 운송은 장거리에서만 효율적이다. 내륙수로교통의 이익단체이자 독일에서 내륙수로교통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알엠디 수로회사의 정보에 의하면 수로교통은 500-700 km 이상의 거리에서나 도로, 선로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 한다 (다른 단체의 자료에선 그보다 더 먼 거리에서나 효과가 있다고 한다 – Ifo연구소 800 km). 즉 한강과 낙동강의 두 강을 이을 계획이 없다면 수로공사를 할 필요성이 전혀 없어지는 것이다. 또한 두 강을 이어 경부운하를 만든다 하더라도 우리나라같이 땅덩이가 작은 나라에선 실용적 효과가 애시당초 없다.


또한 대규모의 수로건설 공사가 한 나라나 한 지방의 경기부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독일에서 운하건설을 경험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지금은 세계화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갑문건설을 비롯하여 수로공사에 첨단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몇 개밖에 없다. 결국 이런 외국 회사들이 일차로 돈을 벌 것이며, 국내에선 이들과 협력하는 대형 건설회사와 은행이 이익을 볼 것이다. 이런 종류의 특별한 공사에는 중소 규모의 업자들이 발붙일 곳이 별로 없다고 한다. 소수의 독식으로 인해 경제수치는 일단 올라갈지 몰라도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고 내수를 살리는 일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독일처럼 경영 적자나 환경 후유증이라도 남는다면 두고두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막아야하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수로 만들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진정으로 수질 개선과 치수만을 목적으로 건설공사를 벌인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 기후와 강산에 대해 세계의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국제 학술계와 해외 사례를 포함한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고, 모델을 만들어 실험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최신의 공법을 개발한다면, 우리 기술과 인력으로도 충분히 건설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때 대기업의 독식을 막고 공정한 분배에 신경을 쓴다면 개발효과가 골고루 돌아가 내수가 다져지는 근본적인 경기부양이 혹시 일어나지는 않을까?


단군 이래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숙제인 물관리가 드디어 후손대에서나마 근본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자리를 만들어준 진중한 대통령에게 경제수치나 실적을 들먹이며 경망스럽게 채근할 국민이 있겠는가? 혹시 또 아는가? 이렇게 쌓은 물관리의 실력과 노하우가 기후변화의 시대를 맞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국력으로 부상하게 될지? 수로라는 구시대의 유물을 남의 나라에서 비싼 돈 주고 사오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 않은가?


독일사람을 사랑하는 나는 민족주의자나 국수주의자가 아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강대국 국민들과 겨루며 살아온 탓에 국제적인 약육강식에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경계하는 편이다. 그래서 세계화의 수혜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행여 조국이 세계화의 희생자가 되는 건 아닌지 눈에 쌍심지를 켜고 감시하는 것을 우리 정부나 국민들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뮌헨에서 임혜지 (im1@hanamana.de)
















글을 쓴 임혜지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10대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 칼스루에공과대학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사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뮌헨에서 살고 있는 임씨는 프리랜서로 독일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실측조사와 발굴연구를 하고 있다. 2003년에는 <프리드리히 바이브렌너 시대의 칼스루에 주택>을 독일 유명출판사에서 펴냈고, 그동안 <인터넷한겨레> 등에 써온 글을 묶어 2008년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한겨레출판)을 펴냈다. 이 글은 임씨가 자신의 블로그(www.hanamana.de/hana)에도 실었다. 임씨의 블로그에는 좀더 다양한 글과 이 글에서 다룬 내용에 대한 출처가 기록돼 있다. 편집자

한겨레 정치 | 200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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