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닥 굴착·곳곳 제방 추진…사실상 운하용 인프라 | |
준설방식·댐 위치 등 단순 하천정비와는 확연한 차이 “정부, 막대한 예산투입 빌미 운하 밀어붙이기 우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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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천 정비와 운하 건설의 사업 내용은 외형적으로 상당히 비슷하다. 먼저 강의 양쪽 제방을 보강해야 하고, 물길을 만들고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강바닥을 긁어내야 하며, 호안을 보호하는 조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에만 1조원이 넘는 예산이 잡혀 있는 하천 정비 사업을 실질적인 운하 건설로 변경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은 “하천 정비와 운하 건설은 언뜻 보면 쉽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하천 정비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실질적으로 사업성이 없는 운하 건설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에서도 이번 사업을 사실상 정부 예산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호 경남도지사 “예전에 정부가 잡아놓은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의 2016년까지 비용은 경남만 7조원, 영남 전체는 16조원에 이른다”며 “국민의 삶의 질이나 내륙의 발전을 위해 경부운하 사업을 민자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에서도 영산강 운하(호남 운하)의 건설을 위한 사업비로 애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4조8500억원보다 훨씬 많은 8조5550억원의 정부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배수갑문 확장, 저수로 준설 등 영산강 운하 건설 사업에 3조5910억원, 주변 개발과 교통시설 개선 등에 4조964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은 22일 성명을 내어 “순수한 하천 정비 사업이라면 성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으며, 하천 정비 사업은 기존 법률과 계획대로 추진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하천 정비 사업으로 이름을 바꿔서 운하 건설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셈”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하천 정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4대 강 운하 건설 사업을 강행한 뒤 새재터널 등 연결 구간의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학 교수(환경공학)는 “이번 발언은 운하 건설에 대한 반대여론을 피하기 위해 하천 정비 사업이란 이름으로 4대 강에 먼저 운하 인프라를 건설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중에 4대 강에 이미 투입된 예산을 핑계로 다시 대운하 건설의 절차를 밟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겨레 정치 2008.05.22 김기태 기자 (kk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