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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길 잇지 않는 대운하라도 국민 뜻 따라야

[사설] 물길 잇지 않는 대운하라도 국민 뜻 따라야



이명박 대통령이 대구·경북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관련해 “(물길의 각 구간을) 잇고 하는 것은 국민이 불안해하니까 뒤로 미루자”고 했다. 한강과 낙동강의 물길을 잇는 대운하 사업의 핵(核) 조령터널 공사를 원안(原案)대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뜻을 처음 밝힌 것이다. 조령터널 공사는 대운하 사업과 관련해 가장 논란을 빚은 부분이었다. 대통령의 말은 대운하 사업에 대해 국민적 반대가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은 “강을 하수구인 양 쓰는 곳은 우리나라 말고는 없다. 이런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경북이 물길을 여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방단체에서 철저히 해 주면 이르면 내년부터 경제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조령터널 공사를 미룬다고 해서 대운하 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을 듯하다. 대운하 사업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은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의 기존 ‘뱃길’을 먼저 정비한 뒤 여론의 추이를 봐서 이들 강을 서로 연결할지 여부를 추후 결정하겠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여권 일부에서도 얼마 전부터 이런 단계적 대운하 추진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낙동강 유역에서만 매년 홍수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8000억원을 쏟아 붓고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강 바닥에 쌓인 토사(土砂)로 인해 하천 수위가 높아져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물난리를 겪게 되는 게 우리 실정이다. 강 바닥의 토사를 걷어내고 물길을 정비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異見)이 없다. 그래야 강도 살아난다.

그러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하천 정비 사업과 대운하를 위한 하천 정비 사업은 그 규모와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운하를 둘러싼 환경파괴·경제성 논란도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라 상당 부분 남는다. 당초 정부 구상대로 경부운하를 민자(民資) 사업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강과 낙동강을 잇더라도 경부운하를 이용할 물동량이 많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판에 물길을 잇지 않는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대운하 사업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서 할 것이고,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해 왔다. 물길을 잇지 않는 하천 정비 사업이라도 그것이 대운하를 위한 사업이라면 국민의 뜻을 먼저 물어 훗날의 시비를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선일보 칼럼 | 200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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