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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재오? 해석은 그때 그때 달라요

인간 이재오? 해석은 그때 그때 달라요



지난 총선에서 ‘당선’이라는 이변이 아니라 ‘낙선’이라는 이변을 낳고 지리산으로 들어간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지난 10일 하산,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라는 오도송을 남겼다.

◈ 저 산은 내게 ‘정치’하라, ‘정치 하라’하고




이재오 의원이 하산하며 블로그에 남긴 말은 “패장은 군말을 하지 않듯이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 산은 내게 흔들리지 말라고 했다. 그냥 그대로 이재오로 살라고 했다. 남을 욕하지도 폄하하지도 말고, 남의 욕설에 속상해 하지도 말고, 비겁하지도 오만하지도 말고, 이웃과 어깨동무하면서 살겠다.”

문제는 해석. 자신은 낙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20%대 중반,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30%대 중반이라는 지금의 정치적 위기에서 무얼 어쩌겠다는 것인지.

요즘 정치인들은 다들 산에 오른 뒤 道를 깨쳐 내려온다기 보다는 먹을 것이 떨어지면 내려온다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너무 오래 머물러 존재감이 사라지거나 정치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때가 되면 다 내려오는 법.

이재오 의원이 하산하며 남긴 글을 해석하려면 4.9 총선에서 낙선한 직후의 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4월 11일 홈페이지에서 팬클럽 JOY(재오사랑) 회원들에게 남긴 글 中

“정치인의 길을 걸을 것이냐, 자연인의 길을 걸을 것이냐, 낙향해 정치와 단절하느냐, 재기를 도모하느냐…결론이 나지 않았다. 다 벗어던지고 인간 이재오로 남겠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 산을 내려오면서 남긴 글에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라고 하는 대목은 정치를 열심히 계속 한다는 뜻인 건 분명하다. 다만 정치를 계속한다는 정도지 지금의 정국에서 무얼 한 자리 맡아 처리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로 해석된다. 기자들이 요걸 물어 볼까봐 이재오 의원은 “일반적인 얘기일 뿐 당장 뭘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석을 달긴 했다.

◈ 인간 이재오? 그 해석은 그때 그때 달라요

산에 오르기 전 편지글에 쓴 ‘인간 이재오’라는 말의 뜻은 정치를 할 건 지 말건 지 와신상담 재기를 꿈꿀 건 지 낙향할 건지…정치고 경력이고 꿈이고 뭐고 다 내려놓은 순수한 자연인 ‘인간 이재오’를 가리킨다고 본다.

산에서 내려올 때의 ‘인간 이재오’는 ‘이것이 나지 내가 별 것이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민주화 운동으로 감옥을 들락거린 것도 나, 느닷없이 보수정당으로 들어가 정치인이 된 것도 나, 당선 된 것도 나, 떨어진 것도 나, 산에 오른 것도 나, 내려 가는 것도 나…그 모든 게 내 자신이지 어느 것은 부끄러워 지워야 하고 어느 건 내세워야 할 건 아니니 , 뭐가 되든 당당히 나서보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마치 미당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 중 한 구절 같지 않은가.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간다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이하 생략>

◈ 그 산은 나를 뚫어 경부운하 내라 했을까?



이재오 의원이 바로 국어교사 출신이라는 거. 60년대 후반부터 10년간 중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학생들에게 시와 소설을 가르친 경력이 있다. 이동중, 장훈고, 대성고, 송곡여고…. 이재오 의원이 쓴 책 중에는 ‘시가 있는 명상 노트’도 있음.

산에 오르면서 홈페이지에 올린 팬클럽 회원에게 보내는 첫 번 째 편지가 있고 산에서 내려오면서 어제 올린 두 번째 편지가 있는 데 그 중간에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번외편이 하나 있음 (4월 24일)

“…국회의원 12년 동안 아내는 그 알량한 세비봉투 한 번 구경 못했다. 4선이 되면 세비봉투를 주겠다는 그 약속만 믿고 기다려 준 아내…그 약속 그냥 없었던 것이 되어버렸오. 이제 그냥 사랑으로 살아갑시다…”

부인 되는 분도 아마 믿지는 않았을 것.

정작 기자로서 궁금한 것은 과연 지리산이 이재오 의원에게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라 격려하면서 한편으로 내려가거든 내 몸에 구멍을 내 터널을 뚫고 운하 만들어라, 이렇게 말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노컷뉴스 2008.05.13 CBS보도국 변상욱 기자(snip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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