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관련자료

70~80% 국민들 반대 여론 무시하고 오만한 권력이 쏘아올린 ‘운하 대반격’






70~80% 국민들 반대 여론 무시하고 오만한 권력이 쏘아올린 ‘운하 대반격’
[데스크 칼럼-김병기] ‘아마추어 정권’, 국민 향해 전쟁 선포



















  
대운하를 둘러싸고 국토해양부, 청와대의 말이 여러번 뒤바뀌는 등 혼란스러운 가운데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이 4월 30일 오전 11시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는 갈팡질팡 말 바꾸지 말고 대운하 정책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 이경태



 

한나라당은 지난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은 70-80%에 육박한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가 최근 이런 여론을 뒤집기 위한 대반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우선 <중앙리서치>가 지난달 17일부터 4일간 전국의 20∼49세 남녀 2446명에 대해 온라인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대운하 사업 추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82%의 응답자가 대운하가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고 보았다.(최대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8%p)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근 운하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70~80%의 반대여론? 청와대, 대반격에 나서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난 4월 28일 오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참석해 대운하 추진과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민간 사업자가 제안서를 제출하면 국민들이 걱정한 문제를 검토하고 여론을 수렴해서 운하를 추진하겠다고 답하고있다.
ⓒ 유성호




이런 반대여론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한나라당은 운하를 공약에서 제외한 채 총선을 치렀다. 청와대도 ‘여론 수렴을 한 뒤에 추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운하 추진을 공식화했다. 최근 이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발췌하면 이렇다. 


“대운하는 대통령이 되면서 족적을 남기려는 시도가 아니었다. 나의 경제적 비전, 현재의 환경 상황 등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4월 19일 이명박 대통령. 방미 중 CNN ‘토크 아시아’에서)


“굳이 특별법을 만들어야 (대운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략) 민간에서 제의해오면 검토하겠다.” (4월 28일 정종환 국토부 장관. 국회 건교위에 출석해)


“그동안 찬성 측에선 전혀 언급이 없었고 우리도 대꾸하지 않았는데, 반대하는 분들은 굉장히 활발하게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반대여론만 알려져서 여론이 악화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국민의 여론수렴을 하고, 국민들께 설명하고 설득하면 호전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4월 29일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대운하를 하게 되면 토목사업을 하게 되고, 경기부양에 도움이 된다.” (5월 1일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 SBS 라디오 인터뷰 중에서)


 


“대운하 자체를 민자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공식 방침이다.” (5월 1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무슨 수를 쓰든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여전히 경제·환경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운하를 추진하기 전에 국민을 상대로 여론 수렴하겠다고 수없이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대대적인 ‘관제 홍보’를 통해 여론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모양새는 민간이 추진하는 형태를 취하지만, 사실상 정부가 앞장서서 추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관제 홍보’로 여론 뒤집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보인 당·정·청 난맥상은 한나라당이 참여정부를 향해 쏘아부쳤던 ‘아마추어 정권’이란 말을 무색케 한다. 대운하와 국한시켜 말하자면, 일부러 국민을 혼란케 하려는 ‘작전’일 수도 있다고 의심할 정도이다. 가령 이렇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올 1년 국정과제에서 제외했다. 또 일부 언론은 청와대와 여권 핵심 관계자의 입을 빌어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추진을 위한 정부기구 구성과 ‘대운하 특별법’ 제정을 무기한 보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불과 1주일여 전인 지난달 24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보도다. 또 지난 주 <오마이뉴스>와 만난 한나라당의 한 핵심 인사도 “이 대통령이 ‘퇴로’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필자조차도 ‘혹시 운하 공약이 물 건너간 게 아닐까’ 생각했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듣고 있는 국민들은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 인용된 며칠새 청와대와 정부의 분위기를 보면 확연히 달라졌다.


더욱이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친박연대 등이 대운하를 반대하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 등)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충분한 여론수렴을 한 뒤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정 장관은 특별법을 만들 필요조차 없다고 말했다. 현 정치상황상 난관이 예견되기 때문에 이를 생략한 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모를 형국이다. 당·정·청 간의 이런 난맥상이 국민 혼란만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추어 정권’의 국정 난맥상




















  
‘한반도대운하와 영향평가’를 주제로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가 지난 4월 18일 서울대에서 개최한 춘계 학술발표대회에서 찬성측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대운하가 하천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한편 지구 온난화의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왜 ‘아마추어 정권’인지에 대해서 논하라면 이것 말고도 할 말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대운하를 공약으로 선포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이 대통령은 반대 여론에 곤혹스러워 질 때마다 “우리에겐 10년 동안 운하를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 대표적 학자라고 할 수 있는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전 한나라당 운하정책 환경자문교수단 단장)는 지난 3월 26일 방송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부운하 구간의 교각 절반 이상을 교체해야 한다는 건설사의 실측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묻자 “배의 톤급을 좀 줄이면 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5000톤급의 배를 띄운다고 했다가, 2500톤급으로 줄였다가, 이날 방송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그 이하로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것이 10년 동안 운하를 연구했다는 대표적 학자의 수준이다.


청와대 내의 ‘운하 전도사’라고 할 수 있는 추부길 홍보기획 비서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달 29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지금 검토하고 있는데 꼭 운하로만 생각하지 않고 치수문제나 수질문제 같은 쪽으로 강에 대해서는 뭔가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무슨 꿍꿍이 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와서 “다른 형태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청와대는 그간 ‘운하는 민간차원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이같은 말은 업자들과 사전 교감없이 나올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추 비서관은 이날 “이번 주가 지나면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 여론수렴을 할 것인가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지금 현재 우리 홍보기획비서관실에서 하고 있고 그것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 어떤 기구가 발족하거나 출범하면서 그 기구에서 그런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국민 세금 한 푼도 들이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말과도 어긋난다. 새롭게 발족할 기구의 운영비는 누구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가. 이미 운하추진 기구를 가동하고 있는 국토해양부의 운영비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돈인가. 민간업자들에게 이 기구의 운영비 충당을 요구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결국 정부가 국민 세금을 쏟아부어가면서 민간 건설업자들을 지원해주는 꼴이다.  


 


오만한 권력, 국민들 무릎 꿇게 하겠다?




















  
‘대운하 백지화 천만 서명운동 선포식’이 4월 24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가장 큰 문제는 여론 수렴 방안이다. 그간 당-정-청은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해왔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운하 사업은 기정사실화됐다. 추부길 비서관의 말을 빌면 사실상 대대적인 ‘관제 홍보’ 방안만이 남은 것이다. 결국 국민들을 상대로 홍보에 열을 올린 뒤에 들러리나 세우겠다는 오만한 발상이다.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겸손한 대화의 방식이 아니라 오만과 독기로 가득한 우격다짐으로, 민주주의적 절차를 지키는 게 아니라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폭압적인 방식으로, 비겁하게 건설업자들을 앞잡이로 삼아 국민들을 권력 앞에 무릎 꿇게 하겠다는 뜻이다.


이렇듯 ‘아마추어 정권’이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불도저 권력’은 이렇듯 건설업자들의 편에 서서 국민에 맞서 대항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의 의식 속에 강제로 ‘이명박 코드’를 심고야 말겠다는 아집으로 인해 도래할 국가적 혼란상, 이로 인한 국력 소진이 불보듯한 상황이다.


대체 이를 누가 막을 것인가? 최근 성난 민심이 촛불을 들고 ‘미친 소’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돌보지 않고 정략만을 챙기려는 오만한 권력에 대한 심판이다. 만약 건설업자와 투기꾼들이 앞세운 불도저들이 민주주의를 압살하면서 기어코 한강과 낙동강으로 향한다면 민심은 또 거리로 나설 것이다. 국민들이 그 불도저들을 강제로 막기 전에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당장 ‘운하 백지화’를 선언하라.

 오마이뉴스 사회  2008.05.03  / 김병기 (minifat)

admin

환경일반 관련자료의 최신글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