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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4월 18일] 대운하와 내륙개발 환상

[시론/4월 18일] 대운하와 내륙개발 환상

청와대가 ‘한반도 대운하’를 연내에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뜻을 완전히 접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는 여전하다. 대운하의 주목적이 처음에는 물류라고 했다가 최근에는 관광ㆍ수질개선ㆍ국토균형발전ㆍ국토개조 등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대다수는 이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운하 변 주민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지역이 발전하고 땅값이 오르리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부운하의 12군데에 물류단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 발표되자 물류단지 주민들은 운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소란하다. 추진하는 측에서는 충주나 구미 같은 곳이 항구가 돼 여기서 생산된 상품이 선박에 실려 곧바로 중국이나 동남아로 수출된다고 말한다.

또 상수원ㆍ취수원을 옮기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자 상수원보호구역 주민들은 보호구역 지정이 풀리고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운하를 열렬히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현실되기 어렵다.

경부운하의 수심을 6m 혹은 6.5m로 잡고 있는데 이런 운하에 다닐 수 있는 흘수가 얕은 평저선이나 바지선은 풍랑이 심한 바다로 나갈 수가 없다. 그런 선박은 바다로 나가더라도 보험료가 비싸고 연료도 많이 들어 채산성이 나빠서 일반 선박들과 경쟁이 안 된다. 국제항 입항허가도 받기 어렵다.


즉, 경부운하에 다니는 화물선은 바다로 나가기 어렵고 바다를 항해하는 흘수가 깊은 화물선은 경부운하로 들어올 수 없다. 운하의 물류단지에서 수출선이 출항하려면 그곳은 개항장이 돼야 하고 개항장에는 외국선박도 취항할 수 있어야 한다. 수심 6m의 운하에 취항이 가능한 컨테이너 선박은 아직 없다.

수심 6m의 운하에 개설된 개항장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경부운하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RMD운하에서 가장 큰 도시인 뉘른베르크나 미국에서 가장 큰 운하도시인 세인트루이스에도 그런 선박이 정박해서 화물을 싣고 내릴 수 있는 부두라는 것이 아예 없다. 경부운하에 물류단지를 12개나 만들고 각 단지마다 부산 같은 부두를 건설할 수 있겠지만 그 부두에 수출입품을 실은 선박을 오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껏 부풀었던 주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할 것이다.

운하를 만들면서 상수원ㆍ취수원을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 환경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강의 경우 팔당에서 하루 800만톤 취수하던 것을 강변여과수로 충당하려면 6개소로부터 하루 12만톤밖에 확보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또 북한강으로 취수원을 옮기자니 3~4조원의 비용이 드는데도 400만톤의 물이 부족하고 더구나 북한강 주민들의 반대로 이전이 어렵다고 돼 있다. 이제는 운하를 만들면 물이 더 깨끗해지기 때문에 취수원을 이전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슬슬 흘리고 있다. 운하를 만들면 운하 변에 물류단지와 공단이 들어선다고 말하는 판에 이제 더 이상 주민들에게만 엄격한 제한을 가하는 상수원보호구역제도를 유지할 명분이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낙동강 페놀사건 이후 30조원 이상을 들여 구축해왔던 물 관리체계가 다 허물어진다. 그리고 우리의 물은 큰 위협을 받게 된다. 독일 라인ㆍ마인ㆍ도나우의 세 운하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선박 사고들이 해마다 통계적으로 540여건에 이르고 이로 인해 일정량의 오염물질이 유출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독극물이 유출된 사례도 있었음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착공과 완공 일정만 공개됐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아무것도 발표된 것이 없다. 운하 변 주민들에게 개발환상을 심어주고는 정치적인 힘을 이용해 추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2008.04.17 서울경제 칼럼 |  김정욱 (서울대 교수ㆍ환경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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