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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대운하 MB 정부·건설사 비밀 구상

한반도대운하 MB 정부·건설사 비밀 구상

[신동아]


[전략] 총선 전 무대응, 총선 후 드라이브
[전술] ‘특별법’ 통과시켜 여론수렴 없이 강행
[실탄] “민자사에 운하변 목적형 소도시 개발권 ”









연초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한반도대운하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언론과 반대론자만 운하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을 뿐 한나라당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대운하TF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입을 닫았다. 서울대 교수들이 운하 반대 성명을 내고 심포지엄까지 열었지만 그에 대한 반박이나 대응은 전혀 없었다. 연일 계속되는 시민단체의 운하 반대 집회에 대해서도 ‘하려면 해라’라는 식의 심드렁한 반응이다.

한나라당 내부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당내 과격파 운하론자로 불리며 운하 조기착공을 주창했던 이재오 의원도 1월 중순을 지나면서 운하에 대한 언급 자체를 회피하는 상황이다. ‘한반도대운하TF 상임 고문’이라는 직함이 무색할 정도. 최근 그는 “두고 봅시다, 말만 하면 파란이 이니…”라며 선문답만 되풀이했다. 당내 운하 신중론자인 김형오 의원(인수위 부위원장)과 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그게 급한 게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심지어 ‘MB 운하’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유우익 대통령비서실장마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무대응 뒤의 무서운 계산

연초 운하 반대론자의 맹공격 속에서 인수위가 약속한 2월초 ‘국민 대토론회’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없는 일이 됐다. 당시 인수위는 “세계적 석학뿐 아니라 운하 반대론자도 모셔서 많은 이야기를 듣겠다. 민의를 수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월 초가 되자 인수위는 “정권이 들어선 3월쯤 하는 게 더 좋겠다”며 연기론을 흘렸다. 그나마 공식 발표도 아니었다. 대선이 끝나고 ‘운하 강행’이라는 애드벌룬을 슬쩍 띄웠는데 반발이 생각보다 거세자 꼬리를 완전히 내린 형국이다.

4월 총선에 출마할 운하 주변 지역 한나라당 예비후보자들은 저마다 인수위를 찾아 운하관련 정책홍보거리를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한반도대운하TF팀의 반응은 차갑다. “대선 때 내놓은 자료에 다 들어 있다”는 답만 돌아온다. 부산, 대구, 문경, 충주, 여주 등 각 지방자치단체도 운하관련 자체 TF팀을 꾸리고 지역발전 연계 계획을 세우려 하지만 인수위는 “조금 더 지켜보자”며 발을 뺀다. 모든 상황이 연초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각 지자체와 운하 주변 선거구 한나라당 총선 예비후보자들은 이런 흐름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 지역에 출마 예정인 한나라당 인사는 “이 좋은 정책 호재를 왜 썩히는지 복장이 터질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그는 “뭔가 이상하다. 운하와 관련해 정책에 큰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이런 분위기가 한 달 이상 계속되자 한나라당 안팎에선 ‘MB 운하 포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행태는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다. 한나라당과 한반도대운하TF팀은 결코 운하를 포기하지 않았다. 한반도대운하 건설은 이미 이명박 정권의 국정 핵심과제에 포함됐고, 운하 이론가인 유우익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을 계산한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발탁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핵심 인사를 통해 ‘운하는 무조건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한반도대운하 논란이 격발된 1월초 ‘2월 국민 대토론회’ 계획을 발표한 이경숙 인수위원장. 하지만 이는 결국 허언이 됐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힘겨운 운하 논쟁을 계속하는 대신 ‘작전상 후퇴’ 카드를 선택했다. 운하 주변을 제외한 많은 지역 주민이 운하 건설에 반대하고 있으므로 총선 이전까지는 운하를 포기한 듯 보이게 함으로써 불리한 여론을 잠재우자는 속셈. 한나라당 내부적으로는 “지루한 운하 논쟁이 한나라당 표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언론, 시민단체, 반대론자에 대한 ‘무조건 무대응’ 방침이다. 인수위의 한 실무 관계자는 “당과 인수위 최고위층으로부터 ‘총선 전까지 운하에 대한 공격에 반격과 대응을 일절 삼가라. 되도록 언론에 운하 보도가 나오지 말도록 하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모든 정책이 총선을 위해 조율되고 있다. 우리는 아마 역대 가장 불행한 인수위일 것”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무대응 방침 뒤에는 더 큰 계산이 숨어 있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과반 의석을 얻을 경우 더 이상의 여론청취 과정 없이 운하건설 일정을 계획대로 밟아나가겠다”는 게 당과 청와대(인수위)의 복심이다. 심지어 당초 계획한 국민 대토론회도 “반대를 위한 반대논리만 양산될 것”이라며 아예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반도대운하TF팀은 “국민 대토론회 3월 연기설은 사실이 아니다. 앞으로 운하를 주제로 한 대토론회는 없다”고 확인했다.


총선 이후 로드맵

한반도대운하TF팀은 이미 총선 승리를 전제로 총선 전후의 운하 추진일정을 비밀리에 모두 짜놓았다. 우선 총선 전인 2월말~3월 중에 ‘빅5’ 민자 건설사(현대건설 컨소시엄)로부터 한반도대운하 사업제안서를 받아 면밀히 검토하되 이 사실 자체를 보안에 부칠 방침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총선을 코앞에 두고 운하 논란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자사가 올린 사업제안서에 대한 검토는 청와대가 직접 한다.

인수위 경쟁력강화위원회 산하에 있던 한반도대운하TF팀은 청와대 직속 경쟁력강화위원회 ‘한반도대운하본부’로 바뀌고, 이곳에서 운하와 관련된 모든 사업진행을 진두지휘 총괄한다. 국토해양부(건설교통부 후신)에는 운하 관련 팀이나 과가 만들어질 예정이지만 이는 청와대 직속 한반도대운하본부를 보조하는 기능만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대운하TF팀의 4월 총선 이후 일정은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총선이 끝나면 바로 현행 민간투자법에 따라 다수의 민자 건설사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제3자 제안공고를 내고 사업제안서를 받아 우선협상대상 선정에 들어간다. 이를 위한 심사위원회도 꾸려진다. 5월 중순 이전에 운하 건설을 주도할 우선협상대상 컨소시엄 선택을 끝낸다는 게 TF팀의 로드맵. 이를 토대로 한나라당은 총선 이후 첫 정기국회인 6월 국회에서 ‘한반도대운하 특별법’을 상정해 반드시 통과시킬 심산이다. 인수위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민간투자법으로는 운하 건설에 몇 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특별법이 꼭 필요하다. 우리는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운하에 대한 국민 검증을 받은 것으로 이해한다.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의기관이기 때문이다. 찬반 국민투표는 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운하특별법 제정 목적이 운하 주변 지역의 땅값 폭등 방지 등 부동산 투기억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젠 운하특별법으로 1석3조의 효과를 보려 하고 있다. 운하 주변지역 투기억제는 물론, 반대여론을 단번에 돌파하는 지렛대로 삼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안에 공사를 마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 운하특별법 조기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2월말~3월 중 사업제안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다. “현재의 민간투자법으로는 임기 중 완공이 요원하고, 그 법안에 민자 건설사 적자 보전을 위해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 또 그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이 들어 있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총선 전 무대응, 총선 후 강력추진’ 방침과 함께 한나라당과 한반도대운하TF팀은 운하 논쟁 구도를 ‘인수위(청와대) 대 반대론자’에서 ‘민자 건설사 대 반대론자’로 재편했다. 장석효 한반도대운하TF팀장과 실무진은 지난 1월 중순 이후 언론과 시민단체의 질문에 대해 “이제 공은 민자 건설사로 넘어갔다. 그쪽에 물어봐라. 경부운하는 민자로 만든다. 투자금도 모두 민간자본이다. 당연히 경제적 타당성도 민자 건설사가 계산할 몫이다. 운하가 수익이 난다고 판단하면 그곳에서 사업제안서가 들어올 것이다. 누가 밑지고 장사를 하겠는가”라는 말을 반복했다. 결국 운하사업을 추진할 것이냐 말 것이냐 선택 권한이 모두 민자 건설사 컨소시엄으로 넘어간 형국이다.









보고를 받고 있는 한반도대운하TF팀 장석효 팀장(오른쪽).


한반도대운하TF팀이 최근 건설교통부의 ‘경부운하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재검토’ 작업에 급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건교부는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시로 한국수자원공사가 만든 경부운하 재검토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면서 ‘여당(대통합신당)과 박근혜 후보를 돕는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당시 보고서는 경부운하의 경제적 타당성 지수를 0.16(1이 넘어야 타당성 있음)으로 계산해 “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건교부는 입장을 급선회했다. “지난해 재검토가 잘못됐다. 관광, 문화, 환경 편익을 넣어 새로 계산하겠다”고 타당성 재검토에 나선 것. ‘타당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올 게 뻔했다.


‘2%’ 부족한 수지타산

한반도대운하TF팀이 운하 재검토 작업을 급거 중단시킨 가장 큰 이유는 우선 민자 건설사에 대한 배려 때문이었다. 정부의 검토결과는 민자 건설사 컨소시엄의 사업제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사업제안서가 들어오기 전 건교부의 긍정적 재검토 결과가 흘러나온다면 “한반도대운하TF팀과 한나라당이 건교부에 압력을 넣어 재검토를 하게 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재검토 작업을 지휘한 건교부 권진봉 수자원국장은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에게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노코멘트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반도대운하TF팀이 “모든 것은 민자 컨소시엄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하자 당장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은 빅5 건설사 컨소시엄이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 도급순위 1~5위 건설사가 모여 만든 ‘한반도운하 공동협의체 TF’는 현재 서울 강남 모처에 사무실을 두고 일주일에 2~3회씩 모여 의견을 조율하고 사업제안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28일 장석효 팀장이 이 모임에 전격 참석하면서 알려진 5개사 사장단 모임은 이미 지난 대선 때부터 한반도운하에 대한 정보 분석을 해왔고, 컨소시엄 구성의 밑그림을 모두 짜놓은 상태였다.

이들 빅5 건설사는 자신들이 먼저 인수위를 찾아 사업제안서를 넣겠다고 한 만큼 현재로선 발을 뺄 수도 없는 형편이다. 한반도대운하TF팀은 1월초 경부운하에 대한 민자 건설 방침을 확정하면서 “운하 건설 후 적자 보전은 있을 수 없다”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니 민자 건설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경부운하의 사업수지를 맞춰내야 하는 처지다. 가장 큰 문제는 16조원에 달하는 건설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는가다.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사조직이자 한반도대운하의 얼개를 짠 한반도운하연구회(회장 장석효)의 계산대로라면 한강과 낙동강 구간에서 채취 가능한 골재 판매액은 8조3432억원이고 운하변 공간개선 수익은 1조6843억원이다. 합치면 10조원이 좀 넘는다. 여기에다 용수공급 수익과 여타 수익을 합쳐도 11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 연구회가 계산한 총 편익은 37조4999억원이지만, 여기에는 산업파급효과(11조7000억원)와 물류편익(12조원), 홍수방지 편익(1조6200억원) 등 국가가 취할 수 있는 간접편익이 대부분이라 건설사가 현금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은 건설비용의 70%밖에 되지 않는다.

향후 바지선의 갑문 통과료와 컨테이너 선적비용 수익을 계산에 넣어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도로운송 물량 가운데 얼마만큼이 운하로 넘어올지, 신규 컨테이너 물량이 얼마나 될지는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는 예상치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골재도 일시에 판매하기는 어려워 민자 컨소시엄의 자금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비용뿐 아니라 운하 건설 이후의 유지관리비용도 문제다. 연구회 측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경제적 타당성을 계산하면서 유지관리비를 0원으로 추산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운하는 끊임없이 준설을 해야 하고 수질을 관리해야 하며 통관과 선적, 운하관리 인력에 대한 인건비가 들어간다. 통관료와 선적비 수입을 미리 당겨 일부는 운하 건설비용에 산입하고, 운하 건설 후에는 유지관리비로 모두 충당한다 해도 부족한 30%의 건설비용과 유지관리비를 메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대건설 손문영 전무.


결국 건설사들은 부족한 돈을 금융권에서 차입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운하 운영 초기에 발생할 적자를 상쇄하고도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익창출 대책이 있어야 한다. 금융권이나 투자자도 그만한 매력이 있어야 돈을 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자 건설사는 어떻게든 사업제안서에 불투명한 운하 운영 수입을 보전하고 투자금에 대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이권 규정을 삽입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정부와 민자 건설사 간에 교감이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이와 관련, 기자는 최근 한 건설사가 운하 주변에 ‘기업형 도시’를 개발하고 그 개발권을 보장받기로 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한반도운하연구회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계산한 운하변 공간개선 수익은 1조6843억원. 운하 주변지역에 대해 얼마간의 개발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선거과정에서 미리 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건설사의 부족한 운하 건설비용을 상쇄하기에 턱없이 모자란 액수였다. 만약 운하 주변에 10여 곳이 넘는 기업형 도시를 성공적으로 개발한다면 해당 건설사 컨소시엄은 천문학적 이익을 낼 수 있다.


“소규모 타운 개발권 줘야”

하지만 기업형 도시는 역대 정권에서 관 주도로 개발해왔지만 그리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토지보상 문제부터 분양난에 이르기까지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민간이 주도하는 기업형 도시 개발에 대해 특혜 비난이 쏟아질 게 불 보듯 뻔하다. 더욱이 지난 1월 장석효 TF팀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민자사에 운하 주변 도시의 광범위한 지역개발권을 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터미널 등 일부 시설에 대한 운영권, 임대권은 고려할 수 있지만 인근 도시 개발권까지 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도 민자 건설사가 기업형 도시의 개발권을 요구한다면 이는 곧 사업 결렬을 의미한다. 과연 민자 건설사가 기업형 도시 개발권을 요구했다는 게 사실일까. 사실이 아니라면 건설사는 부족한 운하 건설비용과 운영비 적자를 어떻게 메우려는 것일까.

이와 관련, 현대건설 손문영 전무의 얘기를 들어봤다. 현대건설은 빅5 민자 건설사 컨소시엄, 즉 제1 민자 컨소시엄의 주관사로, 손 전무는 이들 5개 건설사가 모여 만든 한반도대운하 5개사 공동협의체 TF 팀장을 맡고 있다. 손 전무는 MB가 서울시장일 때 상무급 현장소장으로 청계천 복원공사에 참여했다. 또 MB가 현대건설 시베리아 소장으로 근무할 때 함께 일하기도 했다.

▼ 기업형 도시 등 운하 주변 광역단위 개발권을 요청한 사실이나 계획이 있나.

“운하 주변에 기업도시를 세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사업성도 의문이다. 운하 인근 지역엔 이미 공단과 기업이 넘쳐난다. 다만 운하변의 대규모 관광레저단지와 물류단지 건설은 요구할 예정이다. 배후 주거단지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지역 특성에 맞는 단지나 소규모 도시를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이걸 도시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타운’이라면 모를까.”

▼ 정부에서 그런 소규모 도시의 개발조차 허락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 판단할 기간이 남았으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사업성 검토 작업을 하고 있으니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 운하 설계는 벌써 마쳤나.

“본 설계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되고 난 후 정부와 협의를 거쳐서 할 일이고, 사업제안서엔 사업기본계획과 타당성 검토, 기초설계 같은 게 들어간다. 본 설계는 엄청난 작업이다. 기본계획 및 기초 설계는 유신코퍼레이션이 맡고, 타당성 및 재무 검토는 삼일회계법인에서 하고 있다.”



“수지타산 어떻게든 보장”







지난해 대선 당시 한반도운하연구회가 홍보물에 끼어넣은 대구 R&D단지 조감도. 이미 연구회는 운하변 목적형 소도시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사업제안서를 언제쯤 넣을 예정인가. 3월 중에는 마친다고 들었다.

“어디서 들었나. 3월 중에는 넣는다는 계획인데 어쨌든 4월은 넘기지 않을 것이다.”

▼ 건설 도급순위 6~10위 업체가 제2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모든 것을 독식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우리가 사업제안서를 넣으면 그걸 토대로 제3자 제안 공고가 나가고, 이에 따라 모든 기업이 평등하게 사업성을 심사 받게 된다. 만약 우리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고 최종 시행사로 결정된다 해도 대운하 공사는 5개 건설사가 모두 할 수 없다. 수십 개 건설사가 함께 해야 한다. 새 대통령 임기 안에 운하를 완공하자면 더욱 그러하다.”

▼ 일정으로 보면 운하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빨라야 내년 이후에 착공할 수 있을 텐데 과연 4년 만에 경부운하를 완공할 수 있겠나.

“설계를 뽑기 나름이다. 조령터널 진입방식이 어떻게 되느냐가 관건인데, 어떤 방식이든 4년 내 완공은 문제 될 게 없다. 더 앞당길 수도 있다.”

▼ 골재채취와 운하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당장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유리한 조건이면 국내건 외국이건 어디에서든 투자를 받아야 한다. 아직은 제의가 들어온 게 없다. 그러니 부대사업이 필요한 것이다.”

▼ 정부(한반도대운하TF팀)가 사업제안서를 거부하면 어떻게 할 건가.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수정하면 된다. ‘네고(협상)’도 가능하고.”

한반도대운하TF팀도 손 전무와 거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장석효 한반도대운하TF팀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운하주변 개발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기업형 도시 운운하는 건 들은 적도, 고려한 적도 없고 다만 각종 단지나 타운 형태의 개발사업은 허용할 방침이다. 관광레저, 물류, 배후 주거단지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골재판매와 운하 자체에서 나오는 여러 수입만으로도 운하의 타당성이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지만, 건설사들이 요구한다면 불법이 아닌 경우 주변지역 개발을 허용할까 한다. 각 건설사가 수지타산도 맞지 않는데 정부의 강압 때문에 운하사업에 억지로 나섰다는 비판은 말이 안 된다.”

거대 도시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부대사업 혜택을 줄 의사가 충분히 있고, 만약(그럴 일은 없겠지만) 운하사업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면 맞도록 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강과 낙동강변을 살펴보면 건설사들이 왜 ‘단지’나 ‘타운’ 등 소규모 도시 개발을 꿈꾸는지 답이 나온다. 운하 인접 토지가 거의 100% 국유지인 데다, 국유지와 맞닿은 지역의 사유지 대부분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건설사가 개발에 나설 경우 토지 보상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이런 곳에 대규모 목적형 타운이 개발된다면 자연 발생적으로 소규모 도시가 만들어지고, 운하 건설사들은 여기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MB 수혜株’ 알고 보니…

한반도대운하TF팀은 운하 건설 일정에 대해서도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주장을 확인시켰다. 3월 사업제안서 입수→4월 제3자 제안공고→5월 심의위원회 개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6월 운하특별법 국회 인준→7~8월 정부-건설사간 협상 시작, 운하 시행사 확정→9~12월 운하 실시 설계, 2009년 1월 운하 착공 순이다. 빅5 건설사 TF와 한반도대운하TF팀 간에 물밑 접촉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도 서로의 주장이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부정적 시각은 MB와 현대건설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MB 자신이 현대건설에서 청춘을 보낸 사장 출신이고, 또 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현재 가장 먼저 사업제안서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5개사 공동협의체의 TF팀장조차 MB의 현대건설 시절 부하직원이자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공사 현장소장이다.



또한 대선 당시 운하 공약의 생산기지이자 한반도대운하TF팀의 전신인 한반도운하연구회의 자문 컨설팅사(유신코퍼레이션)가 현재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설계용역 회사라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한반도운하연구회에 자문한 내용이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그대로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정부가 바라는 운하의 콘셉트를 사업제안 이전부터 알고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현재 국책공사 설계감리 비용은 전체 공사비의 10% 수준. 만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돼 운하 전체 공사의 시행사가 된다면 유신코퍼레이션은 총 공사비 16조원의 10%에 해당하는 1조6000억원의 설계비를 받을 수 있다.

한반도대운하TF팀 관계자는 “대선 기간 이 업체가 자문을 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제 운하 사업은 민간에 넘어갔기 때문에 우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설계비용은 10% 가량이지만 협상과정에서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 때문일까. 2006년 내내 1만원 안팎을 오가던 유신코퍼레이션 주가는 ‘이명박 운하’론이 등장한 2007년 초부터 꾸준히 올라 1만7000원선을 유지하더니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운하논쟁이 촉발된 지난 1월초에는 3만3000원까지 올라갔다. 그 후 폭락장세에 밀려 큰 폭으로 떨어졌으나 그래도 2만50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월초 보름 동안 이 회사 주식의 거래량은 2007년 전체 거래량보다 많았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공동협의체TF 손문영 팀장은 “이 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큰 설계감리·컨설팅 업체 중 하나로, 수주량이나 기술 면에서 국내 최고의 수준이다. 우리는 최고의 업체이기 때문에 선정했을 뿐이다. 그 업체가 한반도운하연구회의 자문업체인지 몰랐다. 지금은 기본계획 단계이므로 실시 설계를 하지 않는다. 운하 본설계에는 수십 개의 설계사가 달라붙어야 하므로 1개 회사가 엄청난 설계비용을 받게 되진 않는다. 설계비용도 공사비용의 10%까지는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후발주자의 안간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이처럼 발빠르게 움직이자 도급순위 6~10위권 건설사도 대운하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K건설과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금호건설 등 5개 업체. 제2 컨소시엄의 주관사인 SK건설 측은 “우리는 현대건설 컨소시엄보다 진행 면에서 많이 늦었다. 초기 사업제안서는 넣지 않고 제3자 제안공고가 나오면 그때 제안서를 넣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SK건설 민자사업팀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SK 컨소시엄은 어떤 설계감리 컨설팅 회사와 일하고 있나.

“어디라고 말하긴 곤란하지만 다수의 설계, 컨설팅 업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설계자문과 회계법인, 금융자문, 법률자문별로 컨설팅 업체가 따로 참여해 운하의 타당성,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 운하 주변 개발 등 부대 사업권을 요구할 것인가.

“아직 사업 타당성을 검토 중이므로 그건 차차 두고 봐야 한다. 현재로선 대운하 사업이 사업성이 있다고 확정하지 못했다. 그러니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 현대건설 컨소시엄에선 다른 건설업체들도 자신들의 컨소시엄에 참가하라고 한다. “문이 열려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동참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따로 가는 것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운하는 충분히 타당성이 있고 사업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반면, SK건설 컨소시엄은 ‘아직 사업성을 장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SK건설 측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 운하 완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초 설계를 하는 중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답했다.

SK건설은 이렇게 공식 답변을 했지만 컨소시엄 내 다른 업체들은 경부운하 주변을 3개 권역으로 나누고 지역별, 테마별로 물류 및 첨단산업단지, 운하형 전원단지, 리조트, 컨벤션센터, 수상 비행장 등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각 컨소시엄은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뒷방에선 운하로 챙길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쥐어짜는 중이며, 운하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꿈꾸는 운하의 실현 여부는 4월 총선 결과와 정확히 맞물리게 됐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다면 운하특별법 통과가 어려울 것이고, 그들의 말마따나 그것은 곧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운하’는 반대론자들의 조직적 저항을 뚫고 순항을 계속할 수 있을까. 만약 총선 결과가 돛을 달아준다면 그들은 무서운 속도로 달려나갈 것이다.



2008.04.17 동아일보 신동아 / 김영철기자(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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