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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이런 ‘범죄’는 왜 내버려 두나”








“이명박, 이런 ‘범죄’는 왜 내버려 두나”
  [홍성태의 ‘세상 읽기’] 위험사회 대한민국

두 어린 여자아이가 납치, 살해된 끔찍한 사건이 온 나라를 공포와 분노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런데 또 다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뻔해서 국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일산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사내가 하굣길의 어린 여자아이를 두들겨 패서 납치하려고 했던 것. 마치 늑대가 토끼를 사냥해서 잡아가려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 과정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에 생생하게 찍혔다. 이 동영상을 TV 뉴스에서 보고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렇듯 명확한 증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TV 뉴스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고 국민의 여론이 들끓자 대통령이 일산경찰서를 방문해서 엄하게 질책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인데 경찰이 이렇듯 무사안일하게 대응하다니 아마도 대통령으로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을 것이다. 아무튼 대통령의 질책은 효과가 있었다. 불과 6시간 만에 경찰은 범인을 잡았다. 세상에나, 이래서 대통령이 필요한가 보다.
  
  그런데 나는 이 무서운 사건을 보면서 운하 계획을 떠올렸다. 운하 계획은 무서운 ‘위험사회’ 한국을 더욱 더 무서운 위험사회로 만들 것이다.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는 숱한 문제를 안고 있는 완전히 비실용적이고 반경제적인 계획이다. 이에 대해 토목학, 생태학, 수질학, 수리학, 경제학, 물류학 등 여러 분야에서 전문적 분석이 모두 이루어져 있는 상태이다.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이명박 정부는 겉으로는 유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뒤로는 비밀리에 운하의 건설을 강행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기본 설계를 마친 상태이고,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운하의 건설을 강행할 조직을 마련해 놓았고,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적극 참여하도록 종용해 놓은 상태이다. 남은 것은 이 망국적 계획을 법적으로 합리화하는 것뿐이다.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 특별법’이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두면 바로 특별법을 제정해서 사실상 9월부터 운하의 건설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 파탄과 국토 파괴의 파국이 저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운하 계획이 정치 쟁점으로 커지는 것을 극력 피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정책 공약에서 운하 계획을 빼놓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운하계획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한나라당의 이런 행태는 거센 반대 여론을 슬쩍 피하고자 하는 얍삽한 정치적 꼼수에 가깝다. 운하 계획은 당연히 최대의 정치 쟁점이 되어야 하며,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은 결국 국민을 기만하고 농락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운하는 ‘강의 죽음’이다. 이명박 정부는 운하 건설 계획을 가리켜 ‘놀고 있는 강을 적극 활용하는 실용적 계획’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은 결코 놀고 있지 않다. 강은 무엇보다 우리의 식수원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는 갈수록 물이 모자라서 치열한 ‘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소중한 식수원에 거대한 화물선을 띄우겠다는 것은 심각한 ‘물 부족’을 촉발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대다수 국민의 생명을 크게 위협하는 것이다. 운하 건설 계획이야말로 우리를 포함해 수많은 생명을 살리느라 너무나 바쁜 강을 죽여서 영원히 놀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창조주’를 모독하는 극단적 독신의 계획이 아닐 수 없다.
  





▲경부운하에 앞서 추진된 경인운하. ⓒ환경정의

  왜 운하는 ‘강의 죽음’인가? 우선 띄우겠다는 화물선 또는 바지선의 크기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대체로 너비 17m, 높이 20m, 길이 100m 정도로 거대하다. 한강의 유람선이나 요트 같은 것을 떠올리는 것은 완전히 잘못이다. 운하에 띄우겠다는 배는 사실 아파트 단지 또는 작은 산과 같은 것이다. 이렇듯 거대한 배가 다니도록 하기 위해 모든 강의 모든 구간을 너비 200m 이상, 깊이 6m 이상의 인공수로로 만들어야 한다. 엄청난 양의 다이너마이트와 포크레인을 사용해서 강을 파괴하고 거대한 콘크리트 인공수로를 만드는 것이다.
  
  팔당호처럼 넓고 깊은 곳이라고 해도 결코 그냥 두지 않는다. 팔당호는 수도권 2400만 명의 상수원이다. 거대한 화물선 또는 바지선은 그 자체로 거대한 오염원이다. 당연히 이러한 오염원으로부터 상수원을 보호해야 한다. 따라서 팔당호에도 거대한 콘크리트 인공수로를 만들어서 그 안으로만 배가 다니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상류의 좁고 얕은 곳은 말할 것도 없고 하류의 넓고 깊은 곳이라도 해도 운하는 ‘강의 죽음’일 뿐이다. 이렇게 무서운 일을 이명박 정부는 은밀히, 그러나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갈수록 여론이 악화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원로들을 만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지게 된 것 같다. 이미 거의 2500명에 이르는 전국의 교수들이 한반도 대운하의 문제를 지적하고 폐기를 요구했다. 나아가 그 추진과정의 반민주적 문제조차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 운운하는 것은 폴리페서를 내세워서 강행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실제 이런 정황이 이미 확인된 상태이다.
  
  같은 날, 지난 2월에 유우익 대통령실장이 서울대에 가서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이 ‘서울대’라는 사실을 내세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식의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대 교수 모임’이 ‘서울대’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으면, ‘고려대’라고 해야 하나, ‘연세대’라고 해야 하나? 아니, ‘청와대’라고 해야 하나? 대통령실장이 되니까 동료 교수들이 ‘아랫것’들로 보이나? 학문의 자유를 능멸하기 위해 대통령실장이 된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저열한 폴리페서의 행태가 아닌가?
  
  유우익 대통령실장은 반대자들과 밤새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는데, 누구보다 우선 ‘서울대 교수 모임’과 밤새 토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공언한 공개토론을 하기는커녕 ‘서울대 교수 모임’과 ‘전국 교수 모임’에 대해 전국적으로 대대적 사찰을 벌였다. 등록금 인상반대를 외치는 대학생과 학부모 시위대에는 ‘백골단’으로, 망국적 운하계획의 폐기를 요구하는 교수들에게는 정보과 형사들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명박 정부는 ‘5공화국’의 재림인가?
  
  운하를 찬성하는 쪽에서 떠들기를 ‘운하, 제대로 알고나 반대하라’고 한다. 이게 대체 무슨 봉창 두들기는 소리인가?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운하, 제대로 알고나 찬성하라’고. 운하는 ‘강의 죽음’이다. 그런데 우리의 목숨은 강에 달려 있다. 그러니 운하는 ‘우리의 죽음’이다. 물론 이 나라를 지배하는 1%의 ‘강부자‘는 오히려 운하의 건설로 엄청난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들은 강을 죽이고 투기를 부추겨서 번 돈으로 자식들을 미국에 보내고 불란서에서 수입한 물을 마시며 자신들의 ‘능력’과 ‘실용’을 뽐낼 것이다.
  
  대통령은 마땅히 국가와 민족의 대표여야 한다. 그러나 운하 계획은 1%의 ‘강부자’를 위해 국가와 민족을 파멸로 몰아넣는 것이다. 올바른 대통령이라면 이런 짓을 즉각 중단하고 이를테면 어린이와 여성들, 노인들로 대표되는 약자들을 돌보는 일에 힘써야 한다. 예컨대 청소년수련원으로 복직한 전라북도의 여고생 상습강간범에 대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친절한 질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여고생을 상습강간한 자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복직될 수 있는가? 그것도 청소년수련원으로.
  
  이 나라는 서구보다 더 위험한 ‘위험사회’이다. 그것은 재벌국가, 토건국가, 투기사회 등 서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천민자본주의의 문제가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하 계획은 이런 문제에 기대서 정치적 지지를 얻고자 하는 부도덕한 계획이며, 이런 문제를 더욱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망국적 계획이다. 거의 2500명에 이르는 교수들과 60%를 넘는 국민들이 이미 명백히 반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가 자신의 잘못된 청계천개발계획에 맞서서 항의성명을 발표하고 사퇴했던 일을 떠올리기 바란다.
  
  프레데릭 벡의 <위대한 강>이라는 애니메이션은 강이 어떤 존재이며, 얼마나 중요한가를 아름답고 안타깝게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의 운하계획은 ‘위대한 강’을 모두 죽여 없애려는 계획이다. 우리는 마실 물이 없어서 고통 받고, 전대미문의 홍수로 고통 받게 될 것이다. 어떤 혹세무민의 주장으로도 이 명백한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운하 계획은 한 줌의 개발업자와 투기꾼만을 위한, 1%의 ‘강부자’만을 위한 개발 계획이다.
프레시안 2008.4.2
홍성태/상지대 교수ㆍ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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