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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완공하자마자 복원 시작 플로리다는 왜 운하를 포기 했을까






10년만에 완공하자마자 복원 시작 플로리다는 왜 운하를 포기했을까
[미국운하를 가다 ⑤] 한반도대운하의 잿빛 미래, 플로리다 운하






꼭 1년 전인 지난해 2월 <오마이뉴스>는 ‘이론과 현장이 만나는 생태지평연구소’와 공동기획으로 독일과 네덜란드를 방문해 운하를 현지조사한 뒤 이를 10여 차례에 걸쳐 기획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는 ‘제1 공약’ 경부운하를 내세워 물류혁명을 이루겠다고 주장했으나, 현지 취재 결과 그 허구성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그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그간 경부운하의 허실을 집중적으로 취재해온 김병기 기자를 미국 현지에 파견, ‘생태지평’ 전문가와 함께 미국 주요 운하들의 현재 상황을 조명해보는 2차 해외탐사보도 ‘미국운하를 가다’를 기획했다. 이번 미국운하는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이 집필했다. <편집자주>

























  
미국 남플로리다 주는 상류 키시미강을 운하화하여 심각한 수질오염과 지하수 고갈을 겪고 있다. 오키초비 호수가 오염되고 남부지역의 야생국립공원지역의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 SFWMD(South Florida Water Management District)



18대 총선에는 ‘대운하’만 있다. 그 양상도 특이하다. 집권 여당은 운하를 아예 총선 정책공약에서 빼버렸다. 반대여론이 높기 때문에 불리함을 알고. 반면 야당들은 대운하를 공약에 넣고 심판 받으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집권 여당에 한솥밥을 먹었던 정치인들도 대운하 반대의 날을 세우고 있다. “정책은 실종되고 공천만 있는” 18대 총선전사의 특징을 보면 운하가 그나마 유일한 쟁점일 수 있다. 그런데도 정책을 내놓기가 여론에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국민들에게 떳떳이 검증받고 있지 않다. 이 기이한 정치현실에 국민의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국 운하 조사길에 만난 물관리 공무원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운하를 만들고 물을 관리하다 보니 생태계가 더 위험해졌다. 지금은 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운하를 폐쇄하고 있다. 자연 상태로 완전 복원하기에는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진국은 모두 운하를 이용하고 있다. 선박을 통한 관광수익도 높다’고 예찬해 마지않던 이명박 대통령과 운하찬성론자들처럼 수백년 전 광활한 신대륙의 개척도 선박으로 시작했으니 지금도 미국에서는 운하가 꿈의 운송수단이라고 생각할까? 인기 TV 과학수사드라마로 우리 국민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마이애미가 있는 플로리다주는 미 대륙의 남쪽 끝에 위치한다. 수백km가 대서양 모래백사장이며 연중 기온이 따뜻하여 휴양도시로도 유명하다. 관광지로 연중 각광을 받고 있는 이 지역은 겉과는 다르게 심각한 속앓이를 해 왔다. 무슨 문제일까? 


운하 때문에 속병 앓고 있는 플로리다


플로리다 중남부(올랜드 북쪽)에 위치한 키시미강(Kissimmee River)과 이 유역과 연결된 여러 호수의 깨끗한 물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오키초비 호수(Lake Okeechobee 남-북 64km. 동-서 40km)를 통과하여 미국 유일의 야생국립공원인 에버글레이즈로 흐르면서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원천이었다. 과거 흑곰, 바다사자, 여우 등 종 다양성이 풍부한 플로리다 지역은 원래 야생 습지지대였다.

그러나 인간 정주가 늘어나면서 도로를 만들고 대규모 농경지를 조성하였다. 플로리다 운하건설은 바다와 갯벌을 메워 농지목적으로 간척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습지의 물을 빼서 농지를 조성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또한 수로 건설, 선박운행, 홍수 조절 등의 목적을 담고 있다. 남 플로리다 지역만 3200km의 운하가 건설되었다.      


그러나 1962~1971년 미국정부에 의해 키시미강 운하건설이 추진되면서 이후 이 지역은 커다란 환경재앙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키시미강은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다. 매해 강이 범람했고,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11개월에 달하는 기간 동안 3.2km에 달하는 구간이 물에 잠겨 있어 다양한 습지가 존재하였다. 이 습지에는 물새, 섭금류, 어류, 양서류가 서식하는 등 종 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운하건설 전인 1961년의 키시미강(왼쪽)과 운하건설로 직강화된 키시미강
ⓒ 미공병단




1920년대와 1940년대에 허리케인으로 인해 플로리다 남부지역에 광범위한 홍수가 발생하자 미 의회는 홍수피해를 방지한다는 목적과 함께 키시미강 운하개발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운하건설이 추진되던 1962년과 1971년 사이, 키시미강의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키시미강에서 오키초비호수까지 166km의 자연 곡류하천을 90km의 인공 운하로 직강화시켰다. 강은 더 이상 자연하천이 아니라 거대한 인공 욕조로 탈바꿈되었다. 중앙운하를 굴착하고, 6개의 갑문을 건설하여 강을 차단시킨 것이다.


이러한 구조물에 의해 키시미강은 평균 18km 구간마다 갑문으로 가로막힌 다섯 개의 거대한 욕조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평균 수심 3m 정도의 강바닥을 파헤쳐서 9m로 만들고 하폭도 인공적으로 확장하여 운하를 조성한 것이다. 마치 19개의 갑문과 16개의 댐 건설로 인공 호수를 만들고 선박 수심을 위해 9m 강바닥을 파헤치겠다는 경부운하 구상처럼 말이다. 구상차원에서 머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강복원을 위한 구조물제거 폭파장면
ⓒ 미공병단



강의 흐름을 차단하고, 범람원의 범람을 막아버림으로써, 강과 강 주변 범람원의 생태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운하공사로 인해 79.51㎢의 습지가 사라졌고, 그 습지에 서식하던 조류, 어류, 그 외의 수많은 동물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철새의 92%가 사라졌고 용존산소가 줄어들면서 물고기도 배스(Bass)와 같은 어류에서 용존산소가 적고 탁류에 서식하는 어종으로 변화되었다. 또한 수위 변화가 억제되어 하천과 홍수터 사이에 존재하던 유기물, 무척추동물 등도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건설기술정보 2006.8)

사태는 훨씬 심각했다. 키시미강에서 유입되는 축산폐수, 비료, 농약으로 다량의 인(P)인 오키초비호수에 적체되면서 심각한 부영양화가 발생하여 수질오염이 심화되었다. 오키초비호수는 사실상 죽은 호수가 되고 말았다(테크놀로지, 창조와 욕망의 역사. 플래닛미디어. 2008) 운하찬성론자들은 운하를 만들면 수질이 깨끗해진다고 하였다가 이중수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급기야는 취수지점을 옮기고 강변여과수로 취수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또 말을 바꿨다. 강바닥을 파헤치고 댐과 갑문으로 강물을 차단하면 수질이 오염된다는 사실은 이 키시미강 운하건설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한강, 낙동강 등에 댐과 갑문을 설치하고 강바닥을 파헤치면 국민의 2/3가 이용하는 식수원의 기능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플로리다 지하수 고갈, 한강과 낙동강의 강바닥을 9m 파면 지하수는?




















  
플로리다는 원래 습지지역을 운하로 만들면서 생태계 훼손이 광범위하게 발생하였다
ⓒ 생태지평




운하건설은 수질오염만 발생시킨 것이 아니다. 지하수면이 낮아져 지하수가 고갈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강바닥을 파면서 하상 생태계 파괴는 물론 지하수의 커다란 변동을 일으켰다. 결국 무분별한 하상굴착으로 인해 7770㎢에 달하는 키시미강은 지하수면이 낮아져 수자원고갈을 야기시켰다.


또한 운하건설로 지하수가 수로로 유입되면서 지면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는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습지지대에 운하를 건설하여 물을 빼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남플로리다 물관리국의 수잔 실베스터 국장은 “운하를 만들면서 물이 빠지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의) 땅이 꺼지기 시작했다. 1년에 2.5cm씩 낮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땅은 현재로서는 대책수립이 불가능하여 지금은 방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낮아지는 땅에는 대책수립이 불가능하다. 농사도 못 짓고 살지도 못 한다”


 




















  
한강과 낙동강의 강바닥을 9m로 파서 운하수심을 유지하겠다는 계획. 지하수 고갈과 지면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 한반도대운하연구회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한강과 낙동강의 평균 수심 6m를 유지하기 위해 강바닥을 9m이상으로 판다고 계획하고 있다.
ⓒ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이러한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한강과 낙동강의 평균 수심 6m를 유지하기 위해 강바닥을 9m 이상으로 판다고 계획하고 있다. 홍수논란이 일자 강바닥을 더 깊이 파면 된다는 것이다. 강바닥을 평균 2~3m만 파면 암반층이 나오고 이를 수중 폭파시키면 지하수맥이 터진다. 강의 지하수는 주변 농지 및 지천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의 지하수가 운하가 된 강으로 흐른다면 지하수는 고갈되고 말 것이다. 도대체 마른 지천과 농지에 그들은 어떤 대책이 있는가? 또한 지면이 꺼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독일 MD운하 습지 파괴를 막기 위해 22m 깊이로 철심 콘크리트설치 그러나 습지는 파괴되었다
ⓒ 마틴 트라페




결국, 수질오염과 지하수 고갈이라는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정부(미 공병단)와 남 플로리다주는 운하의 물을 펌핑하여 습지를 조성하고 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사유지를 매입하여 습지와 저수지를 조성하고 있다. 습지를 통해 정화된 물로 지하수를 채우고 이 물이 생활용수와 각종 용수로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키시미 운하의 운명은 그 후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1971년 운하가 완공되자마자 바로 그 해에 강으로 복원논의가 시작되었다. 운하가 완공되는 바로 그 해에 복원논의를 시작했다니? 그래도 이들은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한 것이다. 1971년 주지사가 복원에 대한 공청회를 제안하였고 1976년 주 법인 키시미강 복원법에 따라 공동위원회가 발족되었다. 이후 1992년 연방정부의 수자원법을 통해 키시미강 복원계획이 승인되었다.


 




















  
운하의 물을 펌핑하는 시설(왼쪽)과 펌핑한 물을 흘려 보내 조성된 습지.
ⓒ 생태지평




2001년까지 복원 1단계 사업이 완료되어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복원 2, 3, 4단계가 추진중에 있다. 목표는 2017년까지 완전 복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 복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국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번 파괴된 환경을 온전히 회복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키시미강이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총사업비도 천문학적이어서 2002년 기준으로 5억7800만 달러가 투입되고 있다. 습지복원사업으로는 지금까지 세계 최대이다.


경제성 있다고 만든 운하, 건설 중단과 운행 중단


우리나라의 운하 찬성론자들처럼 플로리다에서도 운하를 이용하면 경제성이 높다는 정치논리가 횡행하여 운하건설사업이 추진되었다. 논리도 유사하다. 3면이 바다인 플로리다는 바다로 돌아가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동-서를 연결하는 운하건설을 추진한 것이다.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 이미 그들은 실패와 그 후유증을 맛보았고 우리는 장밋빛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1935년 운하건설착공, 71년 중단,
91년 공식 취소되어 운하건설이 중단된 플로리다 관통바지운하
ⓒ 미공병단




대표적으로 화물선박운행을 위해 추진된 운하는 대서양과 멕시코만을 연결하는 171km의 관통바지운하와 오키초비호수 동과 서를 연결한 운하이다. 운하 찬성론자들이 예찬하듯이 화물 선박이 넘치는 운하로 지금 이용되고 있을까?


관통바지운하는 28% 정도 공사가 진척된 상태에서 중도 폐기처분(중단)되었고 오키초비호수 운하는 굳게 닫힌 갑문 앞에 악어만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그토록 경제성이 높다면 왜 미국은 이 운하들을 포기하였을까. 운하찬성론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명료하다. 운하는 사양화하는 운송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해양부(전 건설교통부)의 운하추진 보고서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내년 4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호키초비호수(왼쪽)와 화물선박운행이 없어 굳게 닫힌 오키초비운하갑문.
ⓒ 생태지평



 
‘비밀추진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세금을 한 푼도 쓰지 않겠다고 공약한 것과는 다르게 토지 보상비 1조6천억원을 국고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겉과 속이 다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말로는 ‘여론수렴’, ‘국민의 뜻에 따라’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속내는 ‘밀어붙이겠다’라는 불도저가 여과 없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총선이 끝나자마자 ‘운하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며 지금 총선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논란-대립-갈등-분열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들도 단순 관객일 수 없다. 운하로 인한 최대 영향은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 정치지도자의 시대착오적인 과욕의 그 끝은 어디일까?


오마이뉴스| 200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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