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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83개 문제 발견, 강바닥 277km준설, 문경~상주 일부 수몰

다리 83개 문제 발견, 강바닥 277km준설, 문경~상주 일부 수몰



한반도 대운하 공사 현장 탐사… 국토 갈아엎는 대공사, 홍수와 문화재 손실도 치명적




[한반도 대운하-1부 현주소]



하구에서 바라본 강은 광막했다. 강원 태백에서부터 514km를 서진해 달려온 한강은 경기도와 황해도를 가르는 조강 어귀에서 황해에 몸을 섞는다. 반도 허리의 온갖 수계를 받아안아 하구에 이른 한강은 임진강을 품에 안아 비대해진 몸으로 바다를 맞는다. 철조망에 가려 들어갈 수 없는 강 하구의 정적 속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아우성이 여전하고, ‘조강 나루’처럼 이제 이름만 남은 나루들과 흩어진 성곽과 보루의 흔적들이 아득한 물길을 따라 산재해 있다.









△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한겨레21>은 물줄기를 따라 전역을 답사했다. 충주 고모산성에서 바라본 전경.





경부고속철도 개축 불가피



태백 황지에서 영남 내륙 1300리를 내리 달린 낙동강은 기진해진 모습으로 하구에 와 닿는다. 서울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대도시를 마주치지 않는 한강과 달리 낙동강은 상주·김천·구미·대구·칠곡·창녕·함안·양산·김해·부산으로 이어지는 영남 1천만 인구를 매달고 기어이 바다에 이른다. 그곳에서 강은 하구언 둑에 막혀 바다를 눈앞에 둔 채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고 있는데, 지친 강의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을숙도에는 해마다 철새가 찾아와 겨울을 노래한다.


유장한 두 강에 기대 대한민국 인구의 3분의 2가 삶을 잇는다.


그 한강과 낙동강을 터널로 잇고 그 위에 배를 띄우면 어떤 일이 생겨날까. 그동안 경부운하를 반대해온 학자와 시민단체들은 운하가 불러올 환경적·문화적·경제적 재앙들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 지적해왔다. 반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지원하는 학자들이 모여 만든 한반도대운하연구회(이하 연구회)와 이제는 ‘찬성’ 쪽으로 말을 갈아탄 국토해양부(옛 건설교통부)와 환경부 관료들은 “그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반대 목소리에 귀를 닫은 지 오래다.


<한겨레21>은 토목공학자 가운데 경부운하 건설 계획을 꾸준히 반대해온 박창근 관동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실제 운하를 만들 경우 공사 현장에서 생겨날 공학적 문제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운하의 모델은 연구회가 지난 2007년 11월 펴낸 ‘한반도 대운하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물길이다’ 보고서에 제시된 ‘제1안’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점은 한강과 낙동강에 있는 다리들의 처리 여부다. 운하를 건설해 배가 다리 밑을 오가면 안전 문제가 생기는데, 안전을 확보하려면 세 가지 요소를 살펴야 한다. 첫째는 다릿발과 다릿발 사이의 거리다. 이를 ‘경간장’이라 부른다. 둘째, 다리 상판과 물 표면 사이의 거리다. 이를 ‘형하고’라고 부른다. 경간장이 좁으면 배가 다릿발과 부딪칠 수 있고, 형하고가 낮으면 콘테이너를 실은 배가 다리 상판에 부딪힌다. 연구회는 지난 보고서에서 5천t급 선박의 운항 조건으로 경간장 25m, 형하고 11m를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운하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하천을 준설할 경우 다리의 안전성이 확보되는지다.








△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한겨레21>은 물줄기를 따라 전역을 답사했다. 상주시에 설치돼 있는 보




<한겨레21>은 박 교수 팀과 함께 3월3일부터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두 강을 잇는 달천·조령천·영강 지역의 다리들을 현장 조사해 이런 문제점을 살폈다. 우선 한강~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 예정 구간의 다리는 133개로 파악됐다. 한강 구간에 61개, 한강의 지류인 달천에 6개, 운하가 지나는 낙동강 본류에 66개 등이다. 한강철교같이 이름은 하나지만 4개로 이뤄진 다리는 1개가 아닌 4개로 파악했다. 한강과 낙동강의 연결 구간에 자리잡고 있어 운하가 만들어지면 대부분 철거될 것으로 예상되는 달천(4개)·조령천(3개)·영강(23개) 다리들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다리들까지 합치면 다리의 총수는 163개로 늘어난다.(94쪽부터 이어지는 지도 참조).


먼저 경간장을 보자.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다리의 경간장은 국토해양부가 해마다 내놓는 ‘도로교량 및 터널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경간장이 25m에 못 미치는 다리들은 목계교·탄금교·달천철교·강창교·일선교 등 5개다. 하지만 박창근 교수는 “외국의 운하 설계 기준을 보면 경간장은 최소 50m 이상 여유를 두고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기준에 맞추자면 철거 또는 보수 대상 다리는 38개로 늘어난다. 고민은 칠곡에서 낙동강을 넘는 경부고속철도다. 이 다리의 경간장은 40m로, 개축이 불가피하다.



일부 구간 아파트 3~4층 깊이 파내야



형하고 문제는 조금 복잡하다. 연구회는 경부운하에 배를 띄우기 위해 한강~낙동강 540km 구간 곳곳에 대형 보를 세워 수심 6m를 유지할 계획을 세웠다. 집중 호우로 강물이 범람하는 경우를 빼고 보 안의 수위는 평평하게 유지된다. 예를 들어 한강 하구 용강보~잠실 수중보 구간은 수면의 해발고도가 2.4m, 잠실보~팔당댐 구간은 6.2m, 팔당댐~여주보 구간은 25.0m 등으로 유지된다(그래픽2 참조). 형하고를 계산하려면 다리 상판의 해발고도도 알아야 한다. 이는 해당 지점에서 직접 실측해야 하는데, <한겨레21>은 연구회를 통해 각 다리 상판의 해발고도를 입수했다. 다리 상판의 해발고도와 물 표면의 해발고도는 변하지 않는 ‘상수’다. 다리 상판의 해발고도에서 물 표면의 해발고도를 뺀 수치(형하고)가 11m에 이르지 못하는 다리들은 철거하거나 재시공해야 한다. 그런 다리들은 양근대교·남한강대교·숭선대교·강서낙동강교 등 35개로 파악됐다.


마지막으로 준설 문제를 보자. 연구회의 안을 보면, 5천t급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운하의 수심이 최소 6m(처음엔 9m라고 제시함) 이상은 확보돼야 한다. 한강 하구 용강보에서 잠실 수중보까자 물의 해발고도가 2.4m라면 하천 바닥의 해발고도는 최소 -3.6m 이하여야 한다. 하천 바닥 수심을 실측해 이보다 고도가 높은 지점은 준설 작업 대상지가 된다는 뜻이다. 한강·낙동강의 바닥 수심은 국토해양부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WAMIS)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그럼, 한강과 낙동강에서 바닥을 파내야 하는 구간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한겨레21>은 물줄기를 따라 전역을 답사했다. 상주시 낙동강 상류 공사 현장.




한강은 운하 예정 구간 187.3km 가운데 40%인 73.51km 구간을 준설해야 한다. 단순히 몇 cm의 모래를 파내는 곳도 있지만 아파트 3~4층 깊이를 준설해야 하는 곳도 있다. 한강 목계대교 부근의 강바닥은 해발고도 51.7m고, 배의 통행을 위해 유지해야 하는 강바닥의 해발고도는 43m다. 준설 깊이는 아파트 3~4층 높이인 8.7m에 이른다. 강바닥을 파내려가다 암반층이 나오면 폭약을 넣어 깨뜨려야 한다. 그런 어마어마한 공사가 인구 1500만 명의 식수원인 한강 73km 구간에서 이어진다. 연구회의 대운하 작업을 주도해온 조원철 연세대 교수(토목공학)는 “지질 조사 결과, 깊이 준설해야 하는 구간은 암반이 아닌 모래 퇴적 구간”이라고 말했다.


낙동강은 더 심각하다. 낙동강 280km 가운데 강바닥을 퍼내야 하는 구간은 72.8%인 204.94km다. 구미와 왜관을 지나는 구미대교·남구미대교·왜관대교 지역에서는 아파트 3~4층 높이만큼 강바닥을 긁어내야 한다. 박창근 교수는 “하심이 낮아진 강 쪽으로 지하수가 쏠려 주변 지역의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는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강·낙동강 주변에 포진한 늪들은 황폐화되고, 지하수를 퍼내 논밭에 물을 대던 농촌에서는 용수난을 겪게 된다. 이런 현상은 대규모 골재 채취가 진행 중인 구미, 칠곡 등 낙동강 중류에서 이미 관찰되고 있다.


다리가 준설 구간에 위치하면 다릿발을 지지하는 강바닥을 긁어내기 때문에 안전을 위협받게 된다. 이런 다리는 모두 66개다. 박 교수는 “하천 바닥을 긁어내도 이상이 없는지 철저한 안전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이 발견되는 다리는 보수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는 다리들은 철거해야 한다. 하나 이상 문제가 발견된 다리는 전체 분석 대상 133개 가운데 62.4%인 83개다.


다리와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 말고도 경부운하가 가져올 위험은 많다. 강에 대형 보를 쌓게 되면, 정상적인 물 흐름보다 수위가 높아져 수몰되는 지역이 생기고, 홍수 위험도 커진다. 1998년 국토개발연구원의 보고서는 경부운하 건설로 수몰되는 지역으로 △문경시 마성면 영강 일부 지역(1.9㎢) △괴산군 연풍면 쌍천 일부 지역(3.1㎢) △증원군 살미면 달천 일부 지역(26.0㎢) 등을 꼽았다. 국토개발연구원의 경부운하 안과 연구회의 안이 달라 수몰 지역은 변할 수 있다.



홍수위 높아지는 곳은 지천도 문제



연구회 안에 따른 수몰 위험 지역은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충북 충주와 경북 문경 지역 일부다. 조령산 해발 110m 높이에 길이 21.9km짜리 터널을 뚫는 연구회의 제1안을 따를 경우 경북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진남교반, 삼국시대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고모산성 일대가 수몰 위험에 놓인다. 속리산 계곡에 물을 채워 배가 산을 우회하도록 만든 제2안을 따를 경우엔 경북 상주시 내서면·화서면, 문경시 농암면, 속리산 국립공원 일부, 충북 괴산군 문광면 일대의 광범위한 지역이 수몰을 면할 수 없다.








△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한겨레21>은 물줄기를 따라 전역을 답사했다. 충주시에 있는 싯계 보호구역.




홍수 위험은 어떨까.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팀은 2007년 10월 대한토목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강 및 낙동강의 내륙 주운 건설에 따른 평수 및 홍수 영향 검토’ 논문에서 운하 건설로 홍수위가 높아지는 곳으로 남한강에서는 여주보 상류(최고 1.18m), 강천보 상류(최고 3.5m) 등 14km, 낙동강에서는 낙단보 상류(최고 4.13m), 사문진보 상류(최고 3.58m), 장암보 상류(최고 3.07m) 등 84km 구간을 꼽았다. 홍수를 막으려면 둑을 더 높게 쌓거나 하천을 더 깊게 굴착해야 한다. 갑자기 닥친 집중 호우로 본류의 수위가 높아지면 지천의 물이 본류로 빠지지 못하고, 오히려 본류가 지천으로 역류한다. 박창근 교수는 “이 경우 홍수는 지천 주변으로 확산되며 이를 막기 위해 지천 주변에도 둑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본류와 지천 제방을 높이고 배수 설비를 갖추는 데 4.8조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조원철 교수는 “하상 준설로 홍수위는 운하 건설 이전보다 더 낮아진다”고 맞선다.


이 밖에도 낙동강과 한강 주변에는 수많은 문화유산과 생태계 보호 구역이 널려 있다. 운하가 예정된 한강·낙동강 주변 500m 안에 국보와 보물 등으로 지정된 문화재만 72점이 있고, 100m 안에는 발굴과 조사를 해야 하는 매장 문화재가 177곳이나 되며, 보호해야 하는 습지보존 지역은 여의도 면적의 12.3배인 103.408㎢에 이른다. 천연기념물 보호 구역도 255.644㎢로, 여의도 면적의 30.4배나 된다.

한강·낙동강=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08.3.28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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