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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사업자에게 주변 땅 개발권까지

운하 사업자에게 주변 땅 개발권까지



특별법 관련 국토해양부 보고서 단독 입수… 사업 진행에 필요한 검토 절차 파격적으로 단축

[한반도 대운하-1부 현주소]


‘한반도 대운하’(이하 대운하) 사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정부는 지금까지 대운하 사업의 추진 상황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지만, 4월 총선 이후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 10년 동안 운하 건설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온 국토해양부(옛 건설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환경부는 정권 교체 이후 ‘추진’ 쪽으로 말을 갈아탄 지 오래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3월4일 “대운하 건설은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프로젝트”라고 말했고, 전임 내정자의 낙마로 임명이 늦어진 이만의 환경부 장관도 일주일쯤 뒤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서울대 일부 교수들이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지만, 국민을 설득할 만한 전문 지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3월10일 건설수자원정책실 산하에 운하지원팀을 만들어 조직 정비까지 마친 상태다.








△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은 3월20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 대운하는 물류 개선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물류 대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펼침막을 차에 붙이고 거리로 나온 차들.





다양한 인·허가 ‘통과한 것으로 간주’



대운하 사업의 핵심은 올 상반기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창 작업 중인 ‘한반도 대운하 특별법’이다. <한겨레21>은 국토부가 정종환 장관에게 제출한 업무보고 내용 가운데 대운하와 관련된 A4용지 5쪽짜리 보고서를 입수해 특별법안의 뼈대를 확인했다. 보고서는 특별법안의 주요 내용으로 △운하와 부대시설의 조사·계획·건설 관련 규정 △사업추진 절차의 간소화 규정 △대통령 직속 추진위원회 등 사업 추진기구의 구성 근거 △운하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세금·부담금 감면 규정 등 네 가지를 꼽았다. 뜯어보면, 하나같이 문제를 안고 있는 내용들이다.


먼저, 운하와 부대시설의 건설 관련 규정을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시행자 지정 원칙’과 공사 설계도라 부를 수 있는 ‘실시계획 수립’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밝혀왔듯 운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된다. 운하 사업의 첫발은 운하를 만들고 그 위에 배를 띄우는 민간 사업자를 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민자사업은 여러 곳에서 ‘세금 먹는 하마’로 논란을 빚고 있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만들고 관리해온 (주)신공항하이웨이가 대표적이고,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서울~춘천 고속도로 주식회사’도 ‘하마’로 전락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현재 대운하 사업 참여를 위해 건설사들은 현대건설, SK건설, 프라임건설 등을 중심으로 대형 컨소시엄을 꾸렸다(현대건설과 프라임건설의 컨소시엄이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소리도 오간다).


사업자가 선정되면 그가 제출한 사업계획에 따라 운하 건설 예정 지역이 정해진다.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2007년 11월 펴낸 <한반도 대운하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물길이다>를 보면,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540km 구간에 최소 12개의 화물 터미널이 들어서고 8개의 대형 보가 신설된다. 보가 만들어지만 상류 지역 일부는 수몰되고, 터미널 예정 지역의 땅은 강제 수용된다. 법안에는 토지 수용 기준과 수몰로 고향을 잃게 되는 사람들의 생계 대책도 포함된다.


둘째, 사업 추진의 간소화 규정이다. 국토부는 보고서에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협의 등 통상의 사업 절차에 따라 추진될 경우 사업 착수까지 3~4년이 소요될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특별법에는 대운하 사업 같은 큰 토목사업을 진행하는 데 꼭 필요한 절차들인 타당성 검토, 사전 환경성 검토, 사전 재해영향성 검토, 문화재 지표·발굴조사, 환경·교통·재해·인구영향 평가 등을 간소화하는 파격적인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자료의 왜곡과 조작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고서가 담고 있는 실행 계획도를 보면, 국토부는 사전 환경성 검토는 올해 5월, 사전 재해영향성 검토는 8월에 끝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대로 한다면 몇 년이 걸려도 모자랄 문화재 지표조사는 올해 4월부터 2009년 1월까지 10개월 만에 마치고, 환경·교통·재해·인구영향 평가도 올해 8월에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 끝낸다는 믿기지 않는 계획을 만들어뒀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개발사업은 진행되는 단계마다 법률이 정한 다양한 허가·신고·협의·인가·승인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생각지 못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보완되며, 결국 다른 사회적 관심 분야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계획으로 수정된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사업계획이 특별법만 만족하면 골재채취법, 소하천정비법, 농지법, 수도법, 하천법 등 19개 법률 20개 조항이 정한 다양한 인·허가 사항을 ‘의제’(擬制·통과한 것으로 간주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셋째, 대통령 직속 추진기구의 구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라는 별도의 사업 추진기구를 만들어 톡톡히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서울시는 2002년 9월 청계천 사업이 자발적인 시민 참여 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시민단체 활동가, 교수, 언론인, 시 공무원 등 각계 인사 118명으로 구성된 시민위를 만들었다. 그러나 시민위는 곧 ‘총알받이’로 전락하고 만다. 서울시는 ‘시장 임기 내 공사 완공’이라는 지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사 과정에서 적잖은 무리수를 뒀고,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그것은 시민위의 결정”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당시 시민위에 참여했던 홍성태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서울시의 홀대 속에 파행 운영되던 시민위는 결국 1기 시민위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파국을 맞았다”고 말했다.



“기업도시와 연계해 검토 중”



마지막으로는 운하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특혜 문제다. 사업 시행자는 최소 16조원에서 수십조원까지로 예상되는 운하 건설 비용을 운하의 ‘통행 수입’과 ‘기타 수입’으로 회수해야 한다. 통행 수입만으로 회수가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운하를 이용할 화물 물동량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결국, 남은 길은 ‘기타 수입’을 파격적으로 높여주는 것밖에 없다.


기타 수입을 보장하는 길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것은 운하 주변 개발권이다. 국토부는 보고서의 이 대목에 ‘기업도시와 연계해 검토 중’이라는 짧은 주석을 달았다. 기업도시는 민간 기업이 사업 부지의 50%만 사들이면 나머지 땅은 강제 수용할 수 있는 엄청난 특혜를 인정하는 개발법이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이미 폭등해버린 강 주변의 땅을 둘러싸고 건설사들과 지역 주민들 사이의 크고 작은 다툼이 시작될 것이다. 그렇게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는 시작되는 셈이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경부운하의 착공 시점은 2009년 2월. 한반도 대재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 모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2008.3.28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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