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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곳은 토건국가의 막장

지금 이곳은 토건국가의 막장



목사가 서울대 교수들의 비전문성을 성토하는 세상…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숙고하게 만들어


▣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


[한반도 대운하- 3부 미래]




문화방송의 <100분 토론>에서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이 ‘이명박 운하’에 대한 비판을 가리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비전문가들의 정치적 반대”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사람이 어쩌다가 저 지경이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그도 대단히 진지한 진보적 사회학자가 아니었는가? 이제는 그 기억조차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는가?








△ (사진/ 한겨레 김명진 기자)





왜 토론하지 못하는가



지난 1월31일 서울대 토론회가 열린 뒤 추부길 목사(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운하’에 대한 비판을 가리켜 “비전문가들의 정치적 반대이자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교수들은 도대체 누가 비전문가인가를 따지는 성명을 발표했다. 목사가 비전문가인가, 경제학자와 생태학자와 토목학자와 사회학자가 비전문가인가? 목사가 전문가 행세를 하며 전문가들을 매도하는 희한한 상황은 ‘이명박 운하’의 문제를 여실히 증명해줄 따름이다. 대통령이 자기의 본분을 다하려면 목사가 아니라 전문가들의 말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나라는 ‘기독 독재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다.


이명박 대통령 쪽에서는 전문가 운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전술로 삼고 있는 듯하다. 위장전입 등의 심각한 문제 때문에 겨우 장관이 될 수 있었던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과연 이 사람이 환경부 장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을 계속했다. 그 좋은 예로 “서울대 교수들이 전문적 지식이 없어서 운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광주 지역 선대위원장을 했던 사람이 환경부 장관이 되어서는 운하 계획을 일방적으로 칭송하는 것도 모자라 서울대 교수들을 비전문가로 몰아붙인 것이다. 정말이지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울대 교수들이 성명을 발표해 이 장관의 문제를 지적하며 제시했듯이, 이 장관은 즉각 공개 토론회을 열어 과연 누가 옳은가를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이 장관의 주장대로 운하 계획에 대한 반대를 천명한 381명의 서울대 교수들이 무식하다면, 서울대는 물론이거니와 교육과학기술부 자체가 전면적 감사와 문책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이 장관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서울대 교수들은 물론이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토론하는 것으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일방적인 매도는 ‘이명박 운하’의 문제를 확인해주는 것일 뿐이다.


‘이명박 운하’의 문제는 너무나 많다. 토목학자인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애당초 ‘이명박 운하’는 건설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그나마 계획이라고 봐줄 만한 것은 ‘이명박 운하’ 중에서 ‘경부운하’밖에는 없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질, 지형, 수리, 기후 등의 자연적 조건을 올바로 감안했을 때, 건설할 수 없는 황당한 계획이라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한양대 홍종호 교수와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운하를 물류나 관광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의 허구성을 낱낱이 밝혔다. 여기서 나아가 물류경제학자인 한신대 임석민 교수는 운하의 경제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고려대 경제학 교수 출신)에 대해 엉터리 논문으로 ‘곡학아세’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생태학자인 서울대 김정욱 교수는 운하 건설은 엄청난 돈을 들여 소중한 국토를 완전히 파괴하는 최악의 반환경적 사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운하 건설은 지역의 자연을 파괴하고, 따라서 지역의 문화와 사회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운하 건설은 재정 파탄과 국가 파괴라는 최악의 상태로 귀결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해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마땅히 다른 자료를 제시해서 반박하고 국민 앞에서 토론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무서워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토론을 거부하면서 비전문가 운운하는 망발을 계속하는 것인가? 반민주적 매도 전술로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실은 비판을 반박할 어떤 자료도 없는 것이 아닌가?









△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대운하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잦은 말실수로 비난을 받았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여기서 우리는 이명박 정권이 왜 이렇게 운하 계획을 강행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이명박 정권이 건설업의 고성장을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출액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9%를 차지하는 한국의 건설업은 병적으로 비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7% 정도밖에 안 된다. 둘째, 개발과 투기에 대한 기대에 사로잡힌 많은 국민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명백한 ‘망국의 길’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운하’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병적으로 비대한 건설업의 문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운하’는 토건국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토건국가는 “병적으로 비대한 건설업의 유지를 위해 불필요한 대규모 건설사업을 끊임없이 강행해 재정 파탄과 국토 파괴를 초래하는 기형국가”를 뜻한다. 박정희 정권의 개발독재가 그 기초를 닦은 토건국가는 진작에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져야 했으나 불행히도 그렇게 되지 않고 오히려 계속 확대재생산됐다. 그리고 마침내 소중한 식수원인 강을 모두 죽여서 운하를 만들겠다는 황당한 계획마저 강행되기에 이르렀다.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사실상 모든 도시에서 제한 급수를 해야 할 것이며, 또한 모든 지역에서 홍수의 위험이 극도로 커질 것이다.



총선 압승 뒤 특별법 제정?



‘이명박 운하’는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다시 숙고하게 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운하 공약이 슬며시 뒤로 감춰졌던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다시 총선에서도 운하 공약을 뒤로 감추겠다고 한다. 그리고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어서는 특별법을 제정해 일사천리로 운하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경제, 환경, 문화 그리고 심지어 생명의 면에서까지 위험을 극단화할 건설 계획을 투명한 토론과 합의를 통하지 않고 강행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적 거부일 뿐이다. 새로운 개발독재의 시대가 공공연히 천명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지식경제·문화경제·생태경제·복지경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토건국가의 강화가 아니라 해체가 ‘진정한 선진화’의 과제다. 경제·환경·문화·생명을 모조리 파괴할 운하 계획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 그것이 안고 있는 숱한 문제들은 이미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가 철저히 지적했다. 서울대 교수 381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1천 명을 훨씬 넘는 교수들이 자신의 학문과 양심을 걸고 운하 반대를 공표했다. 아무리 여러 지역에서 개발과 투기를 부추겨 운하 계획을 강행하려 해도 결코 문제를 은폐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는 비실용적이고 무능할뿐더러 부도덕하다는 비판까지 받게 될 뿐이다.



한겨레21/ 2008.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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