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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로국장 ‘40만 일자리 창출’ 발언의 진실은?

2008년 03월 27일 (목) 16:06  한겨레

독일 수로국장 ‘40만 일자리 창출’ 발언의 진실은?


[임혜지의 독일운하이야기] ⑦ 강만수 장관이 말한 ‘독일 수로국장 강연자료’ 찾아보니
“대운하 문제는 정말 한 시간이라도 제대로 된 문서를 읽어보고 얘기하시라 했다. 독일 수로국장이 와서 운하를 만들어야 한다고 브리핑한 자료 한번이라도 보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강만수 장관 취임회견에서)

그에 따라 나는 ‘독일 수로국장이 와서 운하를 만들어야 한다고 브리핑한 자료’를 구해서 읽어보았다. 혹시 번역에 오류가 있을까 염려되어 브리핑한 본인에게서 독일어 원본의 강연록을 받았고, 의문나는 점이 있으면 직접 전화해서 대답을 들었다.






그 독일인(하르트무트 덴 전 독일 연방수로국장으로 언론에 소개됨)은 방한해 한반도대운하 연구회가 주최한 한국의 대운하에 대한 학술심포지엄(2006년 11월 13일)에서 ‘독일의 수로 관리 (Wasserstrassenmanagement in Deutschland)’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강연의 내용은 독일 내륙수로에 관한 전반적인 소개, 수로교통의 일반적인 장점, 독일 수로교통의 현황과 계획으로 구성되었다.

강연은 한국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가 내게 보내준 다른 서류들에도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대목은 없었다. 그러나 전화통화로 확인한 결과 한국에서 운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에 대한 어떤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자문했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한국에 두 번, 각각 일 주일 미만의 일정으로 체류한 경험이 한국에 대한 정보의 전부이기 때문에 당연히 원칙적 설명을 해줬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독일의 예를 들어 운송의 3대요소인 도로, 선로, 수로를 전부 활용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운하를 무조건 거부만 할 게 아니라 각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과 검토의 기회를 가질 것을 조언했다고 했다.

평생 신념을 가지고 내륙수로를 관리하는 공직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는 수로교통의 효율성을 믿고 수로교통의 미래를 밝게 점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운하사업 역시 우호적인 눈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 시인하듯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그의 희망적 시각은 그 개인의 ‘감’일 뿐이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지리적, 경제적 조건을 검토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에선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그는 전했다.

참고로 정정하자면, 그의 직위는 독일연방 수로국장이 아니다. 독일연방의 교통건설도시부 산하 수로청의 내륙수로 부문에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그의 최종 직위는 Ministerialrat으로서 이는 독일 고위공무원의 계장급인 사무관에 준하나 가끔 과장급인 서기관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사무관이던 서기관이던 그가 내륙수로 관리의 베테랑인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나라에 운하를 도입하는 프로젝트에선 그와 같은 실무자의 조언도 중요하고, 운하에 관해 포괄적 지식을 갖춘 학자들의 조언도 중요하다. 그리고 독일에서도 운하는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정치적으로 균형 있게 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하관련 이익집단의 의견을 들었으면 그 반대되는 쪽의 의견도 듣고, 중립적 의견도 들어봐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가 한국의 강연에서 큰 비중을 두어 설명한 ‘통독 교통사업 17번’을 보자. 이 프로젝트 는 북독의 하노버-막데부르그- 베를린을 잇는 기존의 운하를 대형선박이 다닐 수 있는 규모로 개조하는 사업으로 현재 진행중이다. 그가 직접 참여한 까닭에 각별한 애착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는 총 23억 유로가 책정되었고 2005년까지 그 절반인 12억 유로가 사용되었다. 이 공사가 완공되는 날에는 통일 독일의 동서가 최신식 고속수로로 연결되고 연간 1800만 톤의 물자를 수송함으로써 구동독 항만시설의 활성화를 꾀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또한 더 나아가서는 유럽공동체가 주관하는 ‘TEN 범유럽 교통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동유럽으로 뻗어나가는 수로망을 구축하는 사업의 중대한 축을 이룬다.

다른 진영에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야당인 녹색당은 2003년에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통독 교통사업 17번’을 조속히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1 주일에 2-3 척 오가는 대형선박을 위하여 23억 유로를 투자 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하벨 강과 스프레 강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포츠담 시의 아름다운 강변 경관이 파괴된다고 했다. 그리고 선박업자 1인당 10인의 공무원이 존재하는 수로청을 빗대어 스스로의 철밥통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렇게 실속 없는 사업을 고집하는 거라고 꼬집었다.

이상은 야당의 견해이고, 연립여당이자 연방 교통건설도시부 장관의 정당인 사민당의 의견을 들어보자. 2007년에 사민당 환경위원회에서는 ‘통독 교통사업 17번’의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수요에 비해서 운하의 규모가 너무 크게 책정되었으므로 지금까지 공사한 결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최근에 물량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형선박 두 대가 마주치는 상황이 1 주일에 2번 일어나리라 예상되는데, 이를 미리 통제하고 조절하는 일이 전 구간의 폭을 확장하는 일보다 훨씬 경제적이라 하였다. 공사를 중단함으로써 굳는 돈은 낡고 오래되어 수리와 보수가 시급한 다른 운하구간에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환경단체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통독 교통사업 17번’은 통일 독일의 경제발전을 비현실적으로 밝게 예상하여 내륙수로의 물동량을 너무 크게(현재 물량의 3-4배) 산정한 결과 필요 이상으로 큰 공사를 벌여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하고, 아울러 그간 잘 보존되었던 구동독의 강변 환경을 파괴했다고 평가한다. 구동독의 경제침체, 인구감소, 그리고 석탄이나 철강같이 전형적인 수로운반형 물량이 줄어드는 추세와 수도 베를린의 건설이 완료되어간다는 점을 들어 환경단체는 ‘통독 교통사업 17번’을 중단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오늘날의 물류는 소비하는 시간에 맞춰 물건이 도착하는 ‘적시(just in time)’ 추세이므로, 도로나 선로에 비해 내륙수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 진단이다.

제법 진척되어 눈에 보이는 한 사업의 중간평가가 시각에 따라 이렇게 분분하다. 이처럼 운하 건설은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이라 여러 목소리를 다 들어보아야 한다. 유럽공동체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통독 교통사업 17번’과 맞물리는 ‘TEN 범유럽 교통망’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한편에선 신규가입국인 동유럽 국가들의 강을 수로화하는 계획을 열심히 세우며 건설비용을 유럽공동체 차원에서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프랑스같은 나라에선 ‘TEN 범유럽 교통망’의 일환인 라인-론 운하 건설을 포기했다. 환경파괴와 홍수의 위험, 그리고 회의적인 경제성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의 특징은 이렇게 정책에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TEN 범유럽 교통망’의 다른 예를 보자. 엘베 강은 체코에서 시작해 독일을 지나 북해로 흐르는 강이다. 동유럽 신규 가입국인 체코 정부는 낙후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댐을 건설하여 엘베 강을 내륙수로로 이용할 정책을 세우고 있다. 유럽공동체에서 총공사비(1억1700만 유로)의 85%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독일내 엘베 강에 수로건설을 해서 체코의 뱃길을 북해로 이어줄 의향이 없다. 자연 하천에 가까운 독일내 엘베 강은 갈수기가 잦은 강이기 때문에 운하로 개조하려면 많은 곳에 갑문과 보를 건설해야 하는데, 독일 구간의 편익대비를 계산해보니 10유로를 투자 해서 80년 후에 1유로의 이익을 본다는 셈이 나왔다. 그 외에도 수로공사로 인한 홍수의 위험과 환경파괴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독일에선 1998년 이후부터는 자연하천을 수로로 개조하는 공사를 금하고 있다.

그럼, 체코를 서방과 연결하는 교통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독일과 체코의 환경단체에선 댐을 건설하고 강을 준설할 돈으로 철로를 건설하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하고 손쉽게 체코의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한 목소리로 주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존된 엘베 강의 자연환경을 ‘(친환경적인) 부드러운 관광’을 통해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지로 독일내 엘베 강은 자연하천에 가까운 경관 덕분에 자전거족이 가장 선호하는 도로로 자리를 잡았고 많은 소풍객을 끌어들여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운하처럼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에서 학계의 의견이 빠지면 안 된다. 다시 한반도 대운하를 자문한 독일인의 예를 보자.
한국의 대운하 학술심포지엄에서 강연한 그의 자료를 접하고 나는 그간 몹시 궁금했던 점을 알게 되었다. 독일에서 내륙운하 운송 및 항구와 관련해 약 4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주장의 근원이 바로 이 강연이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강연록에는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표현은 없고, 내륙수로와 항구 부문에 약 40만 개의 일자리가 있다고 적혀 있다.) 2006년 연방통계청 자료인 7960명과는 큰 차이가 나는 수치라 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 문의했고 그는 친절하게 출처를 알려주었다.

내가 출처의 자료를 조사한 바는 다음과 같다. 독일의 모든 항구와 그 근방 공업지대에 위치한 모든 사업체의 숫자는 약 2800개이고 거기서 일하는 종업원의 숫자는 약 23만5000명이며 여기에 이들과 직접, 간접으로 경제활동을 교류하는 다른 일자리의 숫자까지 합치면 약 40만이라는 것이다. 이 숫자를 산정한 단체의 이름은 BOB(Bundesverband offentlicher Binnenhafen e.V. 내륙항 연합)이고 수로와 항만에 관계되는 사업인들의 이해집단이다.

선로교통 부문에 종사하는 일자리 수를 산정할 때 역뿐만 아니라 역 근처 공업지대에 있는 모든 사업체들을 포함시킨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으나, 그렇게 계산하여 서로 비교한다면 형평성은 맞을 것이다. 형평성이 맞으면 공정한 비교가 가능하다. 문제는 강연자가 수치의 산정 방법을 설명하지 않아서 다른 교통수단과 형평성을 맞출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결과적으로 내용을 부풀린 셈이 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중을 상대로 수로교통의 원칙과 장점을 소개하는 강연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만약에 이 강연록이 학자에 의한, 학자를 위한 학술논문이었다면 40만 일자리 산정에 대한 설명과 출처가 분명히 따랐을 것이다. 학자들은 과학이라는 공동의 언어를 사용한다. 과학은 검증이 가능한 투명한 언어이다. 학자들도 틀린 내용을 주장할 수 있고, 이해집단의 하수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증이 가능한 공동의 언어를 사용하는 까닭에 운하로 인해 40만 일자리가 창출되었다는 오해를 키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지금 40만 일자리 창출을 꼬투리삼아 강연 전체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내가 문제삼는 것은 이 정보가 우리가 가진 독일 정보의 전부라는 점이다. 단편적 정보는 악의가 없더라도 진실을 왜곡하는 셈이 된다. 모델을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해야 쓸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태까지 우리가 독일의 운하를 모델로 삼아 독일의 실무자에게서 자문을 청했다면, 이제는 독일의 환경단체의 의견을 들어 한국의 환경과 비교해야 하고, 독일 학계의 의견을 들어 한국의 학계로 하여금 한국의 사정에 맞는지 검토하게 할 차례다.

다음 글에서는 환경과 관광에 대한 정보를 관찰하는 것으로 운하이야기를 맺고 싶다.
뮌헨에서 임혜지 im1@hanamana.de
글을 쓴 임혜지씨 는 한국에서 태어나 10대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 칼스루에공과대학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사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뮌헨에서 살고 있는 임씨는 프리랜서로 독일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실측조사와 발굴연구를 하고 있다. 2003년에는 < 프리드리히 바이브렌너 시대의 칼스루에 주택 > 을 독일 유명출판사에서 펴냈고, 그동안 < 인터넷한겨레 > 등에 써온 글을 묶어 2008년 <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 > (한겨레출판)을 펴냈다. 이 글은 임씨가 자신의 블로그( http://www.hanamana.de/hana )에도 실었다. 임씨의 블로그에는 좀더 다양한 글과 이 글에서 다룬 내용에 대한 출처가 기록돼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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