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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전문가들, 모르면서 아는 척? 알고도 모르는 척?

운하전문가들, 모르면서 아는 척? 알고도 모르는 척?

 

[저머니라이브의 유럽확대경] ‘라인강의 기적’에 대한 오해



임혜지(저머니라이브) www.germanylive.net / 2008년03월25일 12시00분

나는 내가 평생 한 우물을 판 분야에 대해서만 잘 알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판 전문가의 말을 잘 믿는 편이다. 게다가 한국의 사정에 어둡다는 자각에다가 남의 실력에 대한 막연한 낙관성까지 더하여 나는 한국에선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그런가? 그새 한국엔 콩팥이라는 새로운 품종이 개발되었나 보다’하고 스스로 그럴 듯한 해석까지 붙여가며 믿어버리기 일쑤이다.

먼저의 글에서 밝혔다시피 나는 운하 전문가가 아니다. 칼스루에 공대 건축과에서 라인강 유역의 토지이용계획에 대해 공부한 경험이 있고, 내 연구 주제가 칼스루에의 건축사인 까닭에 라인강변 도시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남보다 조금 더 있을 뿐이다.

그런 내가 언제부터 내 분야도 아닌 운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운하 전문가들의 말을 검토해보기 시작했을까? 자칭 타칭 운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비전문인인 내가 들어도 틀린 정보를 제시했을 때이다. 그들은 한반도 대운하의 당위성을 독일의 예에 비추어 설명하면서 왜곡된 정보를 인용했다.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자 한다. 앞으로 이 사항에 대해서만은 왈가왈부가 사라져서 국내 전문가들 사이의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틀린 정보가 한둘이 아니므로 오늘을 경제에 관한 사안만 다루기로 한다.


어떤 전문가의 주장: 라인강의 기적이 있었던 것은…라인강이 운하였기 때문에 가능하다.

바로잡기: 이차대전 이후의 독일의 경제기적과 라인강은 상관이 없다. 한국에서 ‘라인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그 시기를 기점으로 독일에선 도로교통과 철로교통이 눈부시게 발전했고, 그로 인해 강을 이용한 운송의 비율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떤 전문가의 주장: 유럽에선 운하를 이용한 운송량이 늘고 있다.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에선 꾸준히 운하를 이용한 운송량들이 늘어나는 추세이지 줄어드는 게 아니다.

바로잡기: 맞다. 그러나 이는 고등학교 육상선수가 초등학교 시절의 자기 기록을 갱신했다고 자랑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고등학생들끼리 비교해야 옳다.

유럽공동체에서 내륙수로를 이용한 운송물량은 1970년에 비해서 20% 증가했다. 그러나 그것은 산업이 발달하고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전반적으로 물량이 늘어서 그런 것일 뿐이다. 또한 동유럽 국가들의 신규가입으로 유럽공동체의 덩치가 커지니 유통되는 물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도로와 철로를 이용한 운송물량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어났다. 현재 유럽공동체에서 내륙수로를 통해 운송되는 물량은 매년 4.4억 톤으로 전체 화물량의 3.5%에 불과하다(2002년도 수치). 이때 화물의 무게 뿐 아니라 운송거리까지 고려해서 계산하면 1250억 톤킬로미터로서 유럽 전체 화물량의 6.5%를 기록한다. 내륙수로로 운송되는 화물의 비율은 1970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관해 유럽 3개의 연구소(Prognos, TEN-STAC, Ecorys)에서 전망한 수치는 유럽공동체에 새로 가입한 동유럽 국가의 경제발전을 얼마나 낙관적으로 예상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이를 종합해보면 유럽공동체의 내륙수로 운송량은 앞으로도 양적으로는 약간 증가하지만 도로와 철로를 이용한 운송량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여 전체 운송량에 대한 비율은 지금(6.5%)에서 조금 더 감소한 6% 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공동체에서 내륙수로로 운송되는 물량의 90%를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의 세 나라에서 소화하고 있다. 유럽 전체 내륙수로 운송의 85%를 담당하는 라인강이 흐르는 독일의 경우를 보자. 라인강은 독일에서 운송되는 모든 콘테이너의 90%를 소화하지만 이는 독일 총운송량의 4%에 불과하다. 독일에서 모든 내륙수로를 통해 운송되는 절대물량은 매년 2.2억에서 2.4억 톤 사이를 오가며 지난 30년간 아주 경미한 수준의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에 반해 도로와 철로를 이용한 운송량은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내륙수로가 담당한 운송물량의 비율은 1970년의 23%에서 2002년의 13%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2005년 이후에 자동차와 기계 등 덩치가 큰 화물이 늘어날 전망에 따라 내륙수로의 운송비율도 1.1%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으나(PROGTRANS) 2006년도의 수치를 보면 오히려 그만큼 더 줄어든 12%를 기록했다.

고객에 대한 여론조사(PLANCO, DIW)를 보면 앞으로도 나아질 전망이 별로 없어 보인다. 현재 내륙수로 운송을 이용하지 않는 기업의 3분의 2는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는 운송시간이 너무 길어서(50%), 수로망이 도로나 철로처럼 촘촘하지 않아서(20%), 화물의 양이 선박운송에 맞지 않아서(20%) 등을 들었다. 이는 오늘날 유통되는 화물의 성격이 양에서 질로 바뀌어, 작고 가벼운 물건이 빠른 속도로 운반되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저렴한 운송비용은 이들 기업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6% 비중)로 나타났다.


어떤 전문가의 주장: 독일의 내륙수로 운송 및 항구는 약 40만 명의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바로잡기: 독일의 내륙수로 운송 및 항구에 관련된 일자리는 1999년에 정확히 25,505개였다(연방통계청 자료). 그러나 실제 경제활동을 하는 일자리는 그의 30%밖에 안 되는 7,635개이고(배에서 일하는 사람 6,014명,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 1,621명) 나머지 17,870개는 공무원직이었다. 총 7,367km의 연방수로를 킬로미터당 2.4명의 공무원이 관장하는 셈이고, 1인 일자리당 2.3명의 공무원이 관리하는 셈이니 코메디가 아닐 수 없다. 일자리 창출은 커녕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세금 먹는 하마인 것이다.










참고 수치: 2006년 중반의 연방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내륙수로 부문에 1,199개의 사업체가 등록되어 있고(전년에 비해 -6.3%), 총 15억 유러의 매상을 올렸으며(전년에 비해 +4.7%. 전체 사업체 수의 1.6%에 해당하는 19개의 큰 회사에서 전체 매상의 56% 벌어들임.), 도합 2,698채의 화물및 승객용 선박이 등록되어 있고(전년에 비해 -6.4%), 7.960명이 일하고 있다(전년에 비해 -1.9%).



어떤 전문가의 주장: 환경계의 주장으로 중단될 뻔했던 마인-도나우 운하(일명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는 완공된 후 예상 물동량을 두 배 이상 넘으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로잡기: 1960년에 시작되었던 공사가 막대한 건설비에 따르는 국가재정의 어려움과 심각한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로 중단된 후, 독일 정부에선 손익계산을 다시 하기 위해서 1981년에 PLANCO 연구소에 의뢰하여 마인-도나우 운하의 예상 물동량을 조사했다. 결과가 연간 270만 톤으로 나오자 정부에선 이미 막대한 돈을 투자한 공사지만 그래도 아주 중단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  마인-도나우 운하의 분수령(고도 406 m)에 세워진 화강암 기념비. 여기서 두 강의 물이 나뉘는 셈이다. [출처: 위키페디아]

그러나 이웃나라 오스트리아에선 운하의 완공에 대비하여 벌써부터 항구를 짓느라고 큰돈을 투자했고, 같은 독일이라도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랐으므로(예를 들면 운하구간에 57개의 수력발전소 건설) 바이에른 주에서는 공사의 진행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뮌헨의 Ifo 연구소에서는 운하를 통한 물동량을 연간 550만 톤으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그에 따라 공사는 다시 진행되었다.

운하가 완공된 후, 초반에는 PLANCO 연구소의 예상 수준을 간신히 웃돌며 고전했으나 14년 후인 2006년의 물동량이 624만 톤이었으니 이들 연구소의 예상 물동량을 넘은 건 사실이다. PLANCO 연구소 예상치의 두 배 이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운하를 건설할 당시에 편익대비를 계산할 때 적용했던 물동량 1800만 톤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1998년에 마인-도나우 운하의 켈하임 갑문을 통과한 물동량은 그해 독일 내륙수로 총물동량의 2%에 불과하다. 통행료 수입으로 운하 유지비의 7%(2001년)를 벌어들일 뿐이니 나머지는 세금으로 막고 있다. 건설비만 해도 막대한 세금이 들었는데 두고두고 세금으로 유지되고 있다.










참고 수치: 운하의 총공사비는 45억 마르크(그 중 3분의 2가 세금으로 충당)이고, 강의 준설작업까지 포함하면 60억 마르크 들었다. 1996년의 운하 유지비는 2.48억 마르크였다. 마르크는 독일의 옛 통화로서 1유러 = 약 2마르크 = 약 1400원이다.


독일 운하에 대한 정보를 바로잡는 동안 나의 머리속에는 한가지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실용과 경제를 높이 사는 새 정부 내에서 어쩌다가 독일 운하의 경제성이, 다른 것도 아닌 경제성이 와전되었을까? 혹시 모르면서 아는 척? 운하 건설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하는 것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전문가들의 지식일진데, 이들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임기내 운하 완성이라는 비상식적인 발상이 태어난 것일까?

5년 안에 550 km의 운하를 완성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비상식적인 일이다. 그것이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한 일이라서 비상식적인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어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비상식적인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노가다 실력을 과시할 때가 아니라, 앞날을 내다보고 가장 경제적인 길을 찾는 지성과 혜안을 동원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구환경이 변하고, 에너지가 동이 나고, 식량이 떨어져서 세계의 민심이 흉흉해지는 변화의 시기이다. 앞날을 신중하게 예측해서 한 치의 실수와 낭비도 없도록 영악하게 대처해도 모자랄 판에 무작정 남을 따라하는 경솔한 후진성을 만방에 과시할 때가 아닌 것이다.

어느새 내 의문은 의심으로 변해갔다. 혹시 알면서 모르는 척? 반드시 한다는 목적을 먼저 세우고 그 시나리오에 환경, 경제, 기술적 타당성을 짜맞추려다 보니 정보의 왜곡이 불가피했던 것일까? 나는 어느 장관 후보의 발언을 들으면서 나의 의심이 사실로 확인되는 기분이 들었다. 운하를 반드시 한다는 전제 하에 환경, 경제,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할 거면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타당성을 검토할 의향이 있으면 반드시 한다는 전제를 달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문법이란 말인가? 교육수준이 세계 일류인 우리 국민이 듣기 거북한 논리의 부재이자 억지가 아닐 수 없다.

새 정부에서 저렇게 억지를 쓰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저렇게 억지를 쓸 만큼 이익을 보는 집단이 따로 있는 것인가? 어느 눈 먼 민간사업체가 독일이 손해 본 사례를 번연히 알면서도 한반도 운하사업에 손을 댄다는 것일까? 손익계산이 철저한 민간사업체가 그런 일을 벌인다면 그건 분명히 다른 이익이 있어서이다. 설마 땅장사는 아니겠지? (설상가상으로 새 내각에 땅장수는 왜 이리 많은 것이냐?) 설마 미래의 세금을 담보로 은밀한 약속이 오간 건 아니겠지? 설마 우리의 강물 사용권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딘가로 넘어가는 건 아니겠지? 나는 앞으로 새 정부가 하는 일을 신임할 수 있을까?

국민이 새 정부의 진실성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 불행한 일이다. 세계가 약육강식의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지금 우리가 힘을 합쳐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비건설적인 의심으로 국력을 낭비하다니! 그러나 경제와 실용을 주장하는 새 정부가 다른 것도 아닌 경제성과 실용성을 벗어난 논리를 줄기차게 주장할 때 그 저의를 의심하는 것은 국민된 도리이다.

정부가 국민의 의심을 풀어주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투명하게 정도를 가면 되는 것이다. 건설공사에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들과 함께 대운하에 관해 의논하면 되는 것이다. 평생 한 우물을 파온 학자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들 역시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란다는 선의를 인정한 후, 그들의 실력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그간 사회에서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투자한 덕을 보면 되는 것이다. 경제와 실용을 주장하여 뽑힌 대통령답게 실용적으로 일하면 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실력을 화끈하게 믿어주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국민은 애인을 뽑은 게 아니라 일꾼을 뽑은 것이기 때문에 냉정한 주인으로서 늘 계산기를 두드려 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도덕성을 화끈하게 믿어주지 못하는 점을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대통령은 큰돈을 횡령해도 나중에 29만원밖에 없다고 배짱을 부리면 되는 법치국가에 사는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국책의 경제성을 따져보고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실용적인 국민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민중언론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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