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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민을 가르치려는 정부

[기고]국민을 가르치려는 정부

운하 건설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고위 관료들 입에서는 독선적 발언이 그치지 않고 있다. 민의를 수렴해서 추진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 이재오 의원은 “올해 안에 첫 삽을 뜨는 일이 가능하다”는 말로 민의와 상관 없이 운하 건설을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추부길 청와대 비서관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에 대해 “비전문가적”이라고 일갈했고,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대운하에 대한 비판 발언은 대부분 국민들을 설득할 만한 구체적인 전문지식이 결여되어 있다”고 주장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그들 주장의 맥락을 짚어보면 대다수 국민들이 운하 건설을 찬성하고 있음에도 몇몇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상황인지라 적어도 내년 1월에는 착공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현실은 정반대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비율은 60% 수준을 보이고 있어 찬성론자들보다 갑절이나 많다. 그러니 심각한 현실 인식의 오류랄 수밖에. 국민들 섬기겠다던 구호는 사라지고, 국민들이 잘 모르니 가르쳐야 되겠다는 식이다. 이 얼마나 오만한 태도인가? 고위 관료들의 생각이 그 지경이면 무슨 일이든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그런 와중에 얼마 전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는 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는 방침을 확정했다고 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던 공약이고, 수십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대역사를 국민들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발상이니 책임정치 실종의 도가 지나쳤다.

물론 그들의 얕은 생각으로는 이번 총선에서 과반석을 차지하면 ‘운하특별법’ 제정을 통해서 손쉽게 갈 수 있는데, 괜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쓸데없는 쟁점을 만들기보다는 건설업체와 정부부처,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이 비밀리에 실행준비를 하는 것이 훨씬 더 남는 장사라고 주판알이 일러줬을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 정정당당해야 한다. 지난해 대선 이후 인수위 단계에서 ‘한반도대운하T/F팀’까지 가동했다면 상당히 진전된 계획을 국민들에게 제출해야 한다. 인수위가 총선 출마를 위한 경력쌓기용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정부가 책임 있게 정책을 내놓지 않고서 남 탓만 한다면 그 정부는 무능한 정부이거나, 비민주적인 정부일 게다.

오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경부운하 건설로 수도권 식수원 보호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1990년대 초반까지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부어 홍수로부터 안전하고, 먹는 물만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 놓았건만 운하 건설로 이 모든 것이 허사가 되게 생겼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국민들이 운하건설은 잘못된 일로 여기고 있다. 그들에게 국민들이 어떤 심경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 실체를 보여줘야 할 때다. 3월22일, 가족들의 손을 잡고 여의도 한강 고수부지를 걸으며 생생한 민의를 쌓아 보자.

〈 오성규 | 환경정의 사무처장>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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