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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너무 조용해서 걱정되는 ‘운하 공약’
















[기자수첩]너무 조용해서 걱정되는 ‘운하 공약’







2008년 03월 11일 (화) 10:06:48 배경환 기자 khbae@newsprime.co.kr

[프라임경제] 얼마 전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취임 이후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한반도대운하 사업은 새롭고 창의로운 프로젝트”라며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무엇이 새롭고 무엇이 창의로운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 측이 지난해 당 경선이나 대선에서 장황하게 설명했던 운하 건설의 필요성에 대한 역설은 최근 확실히 줄었다.  
 
대운하 건설 핵심 브레인인 유우익 서울대 교수와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각각 청와대실장과 국정기획수석 자리에 내정됐을 때만 하더라도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운하 공약은 일사천리로 추진 될 듯 보였다.


이런 탓에 야권을 비롯, 법조계, 교육계, 각 시민단체는 “대운하 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운하 건설 프로젝트는 헌법은 물론 국민의 생존권과 환경권을 전면 무시하는 행위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최근에는 불교계까지 들고 일어났다. “대운하 구상은 단군 이래 우리 민족정신과 생명 터전인 국토 환경을 파괴하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운하가 통과하는 인근에 사찰과 문화재가 위치해 있어 문화유산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한반도대운하 사업은 하루 이틀 만에 ‘뚝딱’ 만들어진 프로젝트는 아니다. 


대운하 건설 구상은 1960년대 처음 기획된 ‘남한강 주운 사업’이 그 모태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 구상을 토대로 ‘한강 운하건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상 물동량이 많지 않다고 판단돼 이 구상은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눈에 띄는 경제성장을 거듭하던 1985년, 대운하 건설 구상은 다시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할 것인가’로 조사가 진행된 것이다. 타당성은 인정받았지만 재정 문제로 인해 또다시 구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운하 건설 논리에 대한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흘렀다. ‘경제성이 낮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주장이 개발논리를 덮었던 것이다. 참여정부도 이 같은 환경론적 시각을 받아들여 1996년 착수된 경인운하사업을 백지상태로 돌렸다. 






   


이 같은 역사를 가진 한반도 운하 구상은 2003년을 넘어서면서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대운하사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했고, 또 그만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결국 자신의 가장 핵심적인 대선 공약으로 한반도 운하 건설 구상을 내걸었다. 60년대 이후 설계 됐던 운하 구상들과 비교할 때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엄청난 대공사지만 이명박 새 정부는 대선에서의 대승을 바탕으로 이 사업 추진을 국민에 대한 약속처럼 여기며 강력 추진할 태세였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이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줄어들어버렸다. 청와대는 물론, 한나라당에서도 대운하의 ‘운’자를 꺼내는 일이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충분하게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끝으로 운하 건설 공약에 대한 언급은 종적을 감췄다.


정말 여론 수렴만 하느라 요즘 이토록 조용한 것일까. 한나라당이 곧 있을 4월 총선에서 ‘대운하 건설 프로젝트’를 당 공약에서 제외키로 한 점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운하 건설 예상지역 어느 곳이나 대운하 공약에 대한 찬반양론은 뜨겁다. 이 대통령은 취임식을 며칠 앞두고 “시민단체와 대통합민주신당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운하공약에 대해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인 이후, 여권에선 어느 누구도 운하를 이슈화 하지 않고 있다. 운하 공약이 총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부 판단 때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총선에 도움이 못 될 것’이란 판단은 곧,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차피 총선이 국민 여론과 직결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렇다.


불도저식 정책추진으로 민심에 반감을 사지 않겠다는 청와대와 새 정부의 조심스러움도 국민으로서는 우려할만한 일인 것 같다.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 확실한 추진력을 만들기 전에는 조심 또 조심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과반 확보만 되면 그때부터 국정 계획을 밀어붙이겠다는 식으로도 해석 가능하지 않을까.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안병옥 집행위원장은 “4월 총선까지 반대 입장을 수렴하는 척 하다가 총선이 끝나면 착공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과거 어느 때보다 국민 여론이 정책과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시대로 변한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그들이 누차 밝혔던 대로 국민 여론과 전문가들의 지적을 세세히 받아들인 다음, 그 반대논리와 지속인 대화를 통해 단계별로, 또 세부적으로 결론을 만들어가는 모습으로 일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조용히만 있는 모습은 오히려 엉뚱한 걱정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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