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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신작로 고속도로 그리고 운하









[데스크칼럼] 신작로 고속도로 그리고 운하

2008.03.05일자 기사


실학자 박제가 유통혁명 주창…경부운하 ‘낙동강 기적’ 이룰까









‘조선에서는 수레를 쓰지 않기 때문에 백성들의 집이 작다.’
청(淸)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나라의 근대화를 모색하고자 했던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朴齊家)의 ‘북학의'(北學議)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수레를 사용하지 않아 백성들의 집이 작다니’ 이 무슨 엉뚱한 역발상인가.
한문학자인 부산대의 강명관 교수는 이 문제와 관련, 재미있는 평가를 한다. “‘유통의 방식이 생산을 결정하고 또 공간까지 지배한다’는 박제가의 발상이 참으로 신선하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백성들의 집이 작고 방이 좁은 것은 건축술이 부족했거나 난방(暖房)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길이 좁아서 그렇다는 논리인데… 하기는 수레를 쓰지 않는 길은 좁아서 애초에 사람이나 소·말의 힘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목재란 제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박제가가 이렇듯 ‘수레’를 강조하며, 자신이 중국(청)에서 보았던 수레에 대해 자세하고도 장황한 변설을 늘여놓았던 것은 바로 ‘유통’이란 명제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유통업을 담당했던 사람들은 보부상이었다. 사람이 지고 다니거나 소와 말의 등짝에 싣고 다니는 짐이란 수레에 실을 수 있는 물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좋은 물건이 창고에 넘쳐난들 내다 팔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상공업 진흥을 위한 기술혁신을 주창했던 박제가 등 북학파 실학자들은 그래서 원활한 유통을 위해 수레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수레의 이동을 위한 넓은 길을 요구했다.
북학파 경제사상의 골자는 바로 수레와 도로로 상징되는 ‘유통’에 있었던 것이다. 당시 사회경제적인 변동의 흐름에 부응해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용적인 사회개혁론을 주창했던 북학파들의 수레와 유통에 대한 염원은 그러나 조선이 망하고서야 이루어졌다.
그것도 일제에 의해 새로 만들어진 길, ‘신작로'(新作路)가 그것이다. 그 길이 광복 후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유통의 대동맥 ‘고속도로’로 거듭났고, 이제 우리나라는 어느 선진국에도 부럽지 않을 만큼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갖췄다. 낙후된 조선사회 개혁에 번민했던 북학파의 숙원이 이제야 풀렸으려나….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역사적인 변수가 생겼다. 박제가가 역설했던 유통혁명은 21세기 벽두에 와서 ‘대운하’란 대명제와 다시 조우한 것이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간판 공약이자 최대 쟁점인 경부운하 건설 문제가 본격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명실공히 이 땅에도 대운하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을까. 새 대통령 취임을 맞아 매일신문과 대구MBC가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고, 반대하는 까닭은 생태계 파괴와 막대한 비용발생이었다.
운하건설이라는 대역사를 통해 제2의 도약을 기대하는 장밋빛 희망과 함께 경제성과 환경문제를 들어 한사코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찮은 것이다. 그 와중에 경부운하에 대한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기대는 일정 수위를 넘어선 것 같다.
경부고속도로가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듯이 경부운하가 ‘낙동강의 기적’을 이루어냈으면 하는 지역민들의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200여년 전 박제가가 다녀왔던 중국에서도 지금 징항(京杭)대운하(베이징~항저우) 재연결사업으로 새로운 운하의 시대를 열고 있다.
박제가가 이를 본다면 과연 어떤 의견을 내놓았을까. 수백년 전부터 운하를 개발하고 이를 생활화 해온 중국이나 유럽과 지리적인 여건이나 국민정서가 같을 수 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경부운하가 경부고속도로 만큼만 국운을 상승시킨다면 더 바랄 게 무엇인가.
건국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로 치부했던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둘러싸고 그때도 내로라하는 대다수의 전문가와 정치인들이 ‘불가함’을 역설했다. 박제가가 그토록 희구했던 소위 ‘실용주의 정부’가 추진하는 ‘경부운하 건설’ 또한 그런 역사적 아이러니로 남았으면 좀 좋을까.
조향래 (사회2부장)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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