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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도와주고 싶은데 운하가 걸려”



 


















  
최열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환경재단 대표).
ⓒ 오마이뉴스 남소연





“오늘 북극곰이 죽어가고 있다. 다음은 인간이다. 인간이 자연을 살리면, 자연이 인간을 살린다. 예전에는 자연을 죽이는 행위에 대한 고발이 6이고 살리자가 4였는데, 이제는 살리자는 쪽이 8이고 고발이 2가 됐다. 이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경부 대운하 건설은 최열 대표에게 양보할 수 없는 ‘2’였다.


 


최열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환경재단 대표)가 지난 2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재임 시절 좋은 의견을 많이 수렴했고, 좋은 것을 받아들이는 ‘개방성’을 갖고 있는 대통령께서 왜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이 가장 활발한 지금, 경부운하 건설을 추진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이 정부는 힘들다고 본다. 747은커녕 재래식 헬기를 타고 가다 그냥 추락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기후변화 개선의지는 있지만”


 


이날 최 대표는 지난 22일 출범한 기후변화센터 구성과 계획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경부 대운하 얘기가 나오자 “이명박 정부에 기후변화 개선 의지는 있다고 본다”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은데, 그만 경부운하가 딱 목에 걸린다”고 말했다.


 


또 최 대표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이 비전이고, 다른 곳에서 운하했다고 쫓아가는 것은 망하는 길”이라며 “지금 시대에 맞는 길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계천 복원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로 멀쩡한 곳에 고가도로 놓자는 것과 똑같다” “환경 살리기 위해 한다는 말은 우아한 고문이자 아름다운 살인” “갑자기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이야기” 등 표현으로 경부대운하 건설을 조목조목 비판한 최 대표는 인수위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어차피 남발하게 돼 있고 또 본인이 스스로 거둬들이기 힘든 것이 공약이라서, 이를 충분히 검토해 솎아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인수위가 첫번째 할 일”이라면서 “그런데도 지금 국민들이 가장 많이 반대하는 경부운하 건설 공약을 중심 과제로 놓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최 대표는 “쉬운 문제부터 풀지 않고 어려운 문제부터 풀려는 식으로는 시간은 시간대로 다 가고 정권은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저 사람들(인수위)이 전략 전술을 모르는 분들이란 생각이 든다”면서 “국민 소리를 편청(偏聽)하지 말라, 중요한 것은 겸청(兼聽)”이라고 못박았다.


 


또한 최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서도 “숭례문이 저렇게 된 이유는 우리가 불행하게도 이익을 중시하면서 생명이 가벼워졌기 때문”이라며 “다른 부분은 몰라도 적어도 생명·안전·환경·인권 등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최열 공동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평균보다 4배 빨리 뜨거워지는 대한민국”


 




















  
ⓒ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열

– 특별한 노력 없이 10년이 흐른다면, 우리나라에 어떤 일이 생길 것이라 전망하나.


“2002년 8월 말, 강릉에서 24시간 만에 폭우가 무려 850㎜ 쏟아졌다. 주변이 완전히 없어졌다. 그런 일이 서울에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9호선까지 모두 물에 잠기는 것은 물론, 전화, 전기가 모두 끊어질 것이다. 분명히 서울은 암흑이 된다. 다음은 태풍이다. 2004년에 일본에 매미급이 11번이나 왔다. 2018년 우리한테도 충분히 닥칠 수 있는 일이다. 같은 일이 일어나면, 우리나라 절단 나지 않겠나.


 


기후변화에 민감한 농작물 문제는 또 어떤가. 지금도 밀 가격 20% 인상에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곡물 가격이 대폭등하면 방법이 없다. 바다 식량 문제도 심각하다. 20여 년 전, 우리 동해 1년 명태 어획량이 13만 톤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600kg도 되지 않았다. 20만분의 1이 사라진 것이다.”


 


– 국제 사회와 우리의 기후변화 체감온도 차이는 어느 정도라 보는가.


“산자부 장관을 역임한 김영호 유한대 학장이 뉴욕에 기후 관련 회의를 다녀와 이런 말을 하더라. 전 세계가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문제를 이렇게 도외시하고 있다고, 마치 우리나라가 섬 같더라고 말이다. 과거 금본위제에서 ‘기후본위제’로 바뀌어야 할 때라는 말에 크게 동감했다.


 


왜냐,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이 세계 9위인 나라, 세계 평균 배출량의 4배가 넘는 나라가 어떻게 이리도 태평할 수 있는가 말이다. 4배나 빨리 데워지고 있는 물에 담긴 개구리가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는 걸 모르고 있다가 죽는 꼴이다. 4배나 빨리 데워지고 있는데도, 대책은 4분의 1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근본 문제가 아닌 ‘경제 살리자’는 식으로 가는 것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고 본다.”


 


– 우리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몇 점이나 주고 싶은가?


“최근 우리 국민들의 기후변화 인식지수가 발표된 바 있다. 중요성 인식은 70이 나왔지만, 행동지수는 30에 머물렀다. 정부의 인식지수는 40, 행동지수는 20 정도라고 할까. 국민 인식 수준보다도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제시하는 목표가 없다. 철도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철도가 많이 늘어나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일제시대 때 만들어놨던 수준 아닌가.”


 


“경부운하, 말은 좋지만 말이 안 된다… 우아한 고문, 아름다운 살인”


 


–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면서 “이에 적응하려면 당장은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만, 그 아픔을 참고 창의적으로 적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좋은 의견을 많이 수렴했다. 승용차 요일제나 지하철 운행 시간 연장, 서울 숲과 광장 조성 등이 그랬다. 좋은 것을 받아들이는 ‘개방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좋은 것을 받아들이는 것, 좋은데… 그만 경부운하가 목에 ‘탁’ 걸린다. 청계천 복원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건 완전히 거꾸로다. 멀쩡한 곳에 고가도로 놓자는 것과 똑같다.


 


환경 살리기 위해 한다? 말은 좋지만, 말이 안 된다. ‘우아한 고문’ ‘아름다운 살인’이다. 좋은 생각을 받아주던 분인데, 이해가 안 된다. 그것도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이 활발해진 지금 말이다. 옛날에 말을 이용하는 것보다 물로 가는 것이 좋으니까 운하 이용이 당연했다. 헌데 갑자기 지금 운하로 가자?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과 똑같다. 페놀 사건 기억하나. 그때도 물 때문에 그렇게 난리가 났는데, 모든 취수구가 강에 있다. 공사하면 온갖 흙탕물에 부유 물질에, 물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상한 물이 나오면 당장 난리 난다, 그 때 공사 중단시키나?


 


하나 더 얘기하자. 과거 물류 이동이 중심이라면, 이제는 정보·지식 통신이 훨씬 많다. 물류가 1이라면, 오염물질이 안 나오는 ‘정보통신 물류’가 기하급수다. 그럼 이 부분을 활성화시켜야 (국민소득) 4만달러, 5만달러 되지, 토목 공사해서 되겠는가. 잘못해서 망하면 거기 들어간 공적자금은 다 누가 책임지나.”


 


– 하지만 경부운하 건설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어차피 공약은 남발하게 돼 있다. 또 본인은 공약을 스스로 거둬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인수위가 잘해야 하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일, 공약을 충분히 검토해 솎아내는 것이다. 남아 있는 나무가 더 잘 자라는 원리와 똑같다. 이게 첫 번째 할 일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이 가장 많이 반대하는 공약이 무엇이냐. 경부운하 건설이다. 그걸 중심 과제로 놓고 있다. 시험 볼 때도 쉬운 문제부터 풀라고 하는데, 어려운 문제부터 풀려고 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면 시간 다 가고, 정권은 힘들어진다. 저 사람들(인수위)이 전략 전술을 모르는 분들이란 생각이 든다.”


 


“생명·안전·환경·인권 부분에도 규제 풀어서야”


 
















ⓒ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열

– 이명박 정부에 기후변화 개선 의지가 있다고 보는가.


“개선 의지는 있다. 하지만 대운하는 아니다. 그거(경부 운하) 아니면, 진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다. 그런데 경부 운하가 딱 목에 걸린다.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이 정부는 힘들다고 본다. 무슨 747은커녕, 헬기가 되기 쉽다. 가장 많이 에너지 쓰면서도 속도가 느리고 사고 나면 다 죽는다는 헬기 말이다. (경부 운하 건설을 계속 추진하다가는) 재래식 헬기 타고 가다 잘못해서 그냥 추락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다.”


 


– 이명박 정부 하면 ‘규제 완화’인데?


“노자에 이런 말이 나온다. 생명을 중시하면 이익을 가볍게 여기니라. 우리는 불행하게도 이익을 중시했고, 그래서 생명이 가벼워졌다. 숭례문이 왜 저렇게 됐나. 지금 이명박 정부가 규제 풀겠다는 얘기를 하는데, 다 풀면 안 된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생명, 안전, 환경, 인권, 적어도 이런 부분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봐야 그걸 비전이라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누구든 볼 수 있다. 다른 곳에서 했다고 쫓아가는 것, 망하는 길이다. 두 번째는 망하게 되어 있다. 다른 나라가 운하 했다고 우리도 이제 운하 한다? 지금 시대에 맞는 길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동안 환경운동을 하면서 여러 장관 그리고 대통령을 거쳤다. 정권은 5년 단위지만, 환경운동은 무한하다. 생태계는 무한하다. 왜 무한한 생태계를 자신들 맘대로 하려 하는가. 성과를 내기 위한 정치는 반드시 실패한다. 오만한 자세도 문제다. 그렇게 해서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 그동안을 봐도 그렇지 않나. 그러니 국민 소리를 편청(偏聽)하지 말라. 중요한 것은 겸청(兼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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