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보도자료

새만금 생명학회 창립 취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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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취지문

각 시대는 그 시대의 모순과 불의에 항거한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다음 세대를 위한 희
망의 싹을 틔어 왔다. 과거 일제 식민지 시대는 일제에 항거한 독립투사들의 목숨을 건 투쟁으
로 다음 세대에게 민족의 자긍심을 물려주었고, 유신독재와 군부독재시절에는 온갖 고문과 협박
과 회유에 굴하지 않고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며 독재에 항거한 민주투사가 우리 세대를 위한 민
주화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제 우리 시대가 다음 세대의 빛나는 미래를 위하여 지금 헌신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앞 세대의 치열한 저항정신을 이어받아 정치권력의 부패를 막고, 시장의 냉혹한 경쟁원리에 휘둘
리지 않는 공공의 영역을 시민 스스로가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이는 바로 양심과 합리적 사유
에 의거해 공공선(善)을 추구하는 시민운동에 의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인식에서 출발하여 우리의 양심과 합리적 사유에 따라 정부가 지난 5월 25일
강행하기로 결정한 새만금 간척사업을 저지하는 일에 헌신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의 전문적 역
량을 총동원하여 이 사업의 강행결정을 뒷받침한 논리들의 허구성을 파헤치고 이 사업에 대한 대
다수 국민의 무관심과 무지를 몰아내고 이 사업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또한 무엇보다도 권력을 얻기 위하여 이 사업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의 허욕을 고발할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연에 더 가까이 다가서려 하고 자연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
망을 존중한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지식과 성과를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시키는데 이용하고 다
른 인간을 지배하는데 이용하는 것에 적극 반대한다. 자연탐구의 성과는 자연과의 친화력을 회복
하고 자연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기 위하여, 또한 인류사회의 평화를 위하여 활용되어야 한
다고 믿는다.
자연은 모든 생명체를 품어 주고 끌어안는 더 큰 생명체이다. 우리가 우리의 생존을 위하여 필요
한 만큼 자연에 기대고 자연을 이용하는 것을 자연은 거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지배하려는 인간의 탐욕이 초래하는 거대한 규모의 자연파괴는 자
연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류가 자연을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착취하며 지배해 온 역사가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고
지배해 온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가 더 이상 용
인될 수 없는 비인간적 행위임이 자명하듯이 인간에 의한 자연의 지배 역시 커다란 재앙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의 생존조건으로서의 자연을 새롭게 인
식해야 할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존문제의 틀을 넘어서는 원초적인 생명력으로서의 자연을 새롭
게 감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들 각자는 자신을 하나의 생명체로서 인식할 때 다른 인간에
대하여, 그리고 다른 종류의 생명체에 대하여,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연에 대해 겸허해 질 수 있
고 이 땅의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보다 근원적인 시각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에 내포된 다양한 문제에 심도 있게 접근하려
는 우리의 시도는 현재 암울한 상황에 처해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하는 사
람이 너무 적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우리는 생명체이므로, 생명체는 희망을 포기
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명만이 아니라 우리 주위의 수많은 생명을 위하여 결코 희망
을 버릴 수 없다. 우리의 생명과 다른 사람들의 생명, 그리고 미래세대의 생명을 위하여, 무엇보
다도 자연의 생명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새만금 간척사업을 저지하기 위하여 우리가 앞으로 나누려 하는 진지한 논의와 새로
운 성찰은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가치관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또한 우리가 결코
미래세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하나의 징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활동이 시민운동의 수준
을 전문성의 관점에서 한 차원 더 높이는 계기가 되고 우리의 결집된 역량이 앞으로 더욱 성숙
한 시민사회를 이루는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새만금 생명학회는 새만금에 관한 문제의식에 바탕을 두어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대부분의 학회가 순수 학문 중심임에 비하여 이러한 시도는 대담하고, 그래서 실패할 확률도 크
지만 그러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의식’이 우리의 활동을 추동해 나가리라고 믿는다. 80년
대 중반부터 축적한 ‘갯벌’에 관한 우리의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밑밭침이 되어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이 인식되면서 이에 그치지 않고 총체적인 지적 성과를 운동과 접목시켜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인식에 이르게 되었다.
새만금 생명학회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농림부에서 개발한 논리의 모순들을 지적
해 내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칠 것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논리적으로는 실행될 수 없는, 그러
나 현실에서는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사실로부터 출발하여 새만금 간척사업이 강행될 수밖에 없
는 우리사회의 현실은 어떠한가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해 내고자 한다. 새만
금 생명학회는 새만금 갯벌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학술적으로 밝히고자 하며 이에 기초하여 방
조제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논리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조제 공
사 중단의 대안을 찾는 일이며 그 대안은 갯벌생태계와 주민이 어울린 ‘생태단위’를 존중하면서
새만금 갯벌의 당사자들이 양보하고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이어야 함을 우리는 인식하고 있다. 그
대안을 찾는 사업은 새만금 생명학회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자연히 이루어질 것이다.
새만금 갯벌은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희귀한 자연이다. 우리들 각자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자
연의 품을 떠나 살 수 없다. 저 너른 바다를 막아 땅으로 만드는 거대한 사업은 진정 누구를 위
한 것인가.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것- 이것은 분명히 평화를 지키는 하
나의 길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일, 곧 생명을 사랑하는 일은 고통이 따르는 험난한 길임을 우리
는 안다. 외로운 출발이지만 우리의 진실한 노력이 미래세대에게 희망의 빛을 주리라고 확신하
며 대동단결하여 이 일에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

2001년 10월 12일

새만금 생명학회(가칭) 준비위원장 고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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