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보도자료

[발제3] 간석지의 기능과 역할

[발제3] 간석지의 기능과 역할

서울대학교 해양학과 고철환

황해는 중국과 한반도 사이에 걸쳐 있는 내해(內海)로 그 크기는 남북한 총 면
적의 약 2배에 달한다. 남으로는 동지나해와 연결되고 북으로는 산둥반도, 요동
반도로 둘러싸여 있다. 북쪽 끝으로 발해만이 있다. 평균 수심이 약 50 미터에
지나지 않는 대륙붕이며 제4기 빙하기 후 형성되었으므로 약 10,000년 전에는 육
지의 일부에 불과했다. 육지에서 발생한 대부분 오염물질은 양자강, 황해, 그밖
에 한반도에 존재하는 몇몇 소규모 강들을 통해 황해로 흘러 들어오나 대기 중의
오염물질은 바람에 날려 먼지와 함께 황해에 떨어진다. 남쪽의 동지나해로 연결
되는 출구로 해수가 활발히 교환되지 못하므로 이들 오염물질이 황해 내에 축적
될 수 있어 최근 황해의 오염은 국제적으로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황해의 서쪽인 중국 해안과는 달리 동쪽에 놓인 우리나라의 서해안은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고 경사가 완만하여 넓은 간석지가 발달해 있다. 서해에서는 밀물 때
가 썰물 때보다 해수면 높이가 8-9 미터 이상 낮으므로 썰물 때에는 바다가 수
킬로미터씩 드러난다. 이렇게 넓은 간석지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크고 해안 경
사가 완만한 곳에서만 형성된다. 따라서 서해에서 보는 이렇게 넓은 간석지는 세
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유럽의 북해 연안이나 미국의 북동부 해안 등에 발달한
간석지와 함께 세계적으로 귀중한 자연자원으로 취급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간석지가 발달한 곳은 인천, 반월, 남양만, 충청도 해안, 전라북
도의 금강 하구, 김제 및 부안 앞 만경·동진강하구, 곰소만, 목포 영산강 하구
등이다. 특히 새만금지구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고 있는 만경·동진강 하구 간석지
는 그 폭이 약 20 킬로미터에 달하여 배를 타고 물이 빠지는 것을 따라가야만 그
끝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광활하게 펼쳐지는 간석지를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한창
매립하고 있다. 그러나 간석지를 이렇게 대규모로 무작정 매립하는 데에는 문제
가 있다. 더 이상 매립이 진전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되어 이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소개하는 바이다.

간석지의 생물과 생태적 기능

간석지에는 여러 종류의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우리 인간이 식량으로 사용하
는 해양생물의 예만 들더라도 가무락, 반지락, 동죽, 백합 등 여러 종류의 조개
와 낙지, 굴 등이 있다. 그밖에 낚싯밥으로 일본에까지 수출되는 갯지렁이가 많
이 잡힌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생물이 살아가는 것은 서로 먹고 먹히는 복잡한 먹이사슬
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간석지에서 일차적으로 먹이가 되는 생물은 1밀리미터보
다 훨씬 작은 미세조류이다. 이 미세조류는 원생동물이나 크기가 아주 작은 지렁
이 종류에게 잡아먹히고 이들 동물은 또 조개나 그 밖의 갯지렁이에게 잡아먹힌
다. 조개나 갯지렁이는 다시 물고기나 바닷새에게 잡아먹힌다. 이러한 먹이사슬
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학문적인 내용들이므로 간석지의 중요성을 먹이사슬을
통해 설명하는 것은 너무 복잡한 일이다. 그러나 갯벌이라 하면 많은 철새가 날
아와 먹이를 취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에 나가 호미로 조개를 파는 광경
을 상상할 수 있다. 이는 곧 갯벌 지역에 활발한 생물 활동이 있고 우리 인간까
지 이 지역을 이용하는 것임을 증명하는 사실들이다.
이들 간석지 생물을 우리가 직접 이용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실제로 사
람들이 캐내는 조개의 양만 해도 엄청나다. 예를 들면 인천 송도나 그밖에 다른
지역에서 캐내는 바지락의 양을 보면 한 사람이 하루에 약 30킬로그램 정도이다.
이만한 양을 매일 잡아내도 끊임없이 나온다. 수입으로 따진다 해도 킬로그램 당
가격이 현지 생산가로 약 1천오백원이므로 하루 수입이 오만원이나 된다. 매일
작업을 한다면 월수입이 백오십만원이니 웬만한 도시 월급쟁이보다 나은 편이다.
백합과 같은 고급 조개는 4-5년 생 한개에 백화점에서 2-3천원씩 한다. 백합만
잡아도 몇 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갯지렁이를 파는 사람들의 하루
평균 수입도 약 오만원이다. 고된 작업이긴 하지만 물이 빠진 동안 몇 시간만 하
는 일이고 또 매일 잡아도 끊임없이 자라므로 천연적인 혜택이라 아니할 수 없
다.
조개나 갯지렁이는 우리가 직접 잡아 이용할 뿐 아니라 서해바다에 사는 물고
기가 먹이로 이용한다. 낚시를 해본 사람이면 서해에서 망둥이가 많이 잡히는 경
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들 망둥이는 갯벌에 사는 갯지렁이나 조개를 잡아먹
고 산다. 망둥이 이외에도 밀물 때에 들어와 갯벌에서 먹이를 취하고 알을 낳기
도 하며 어린 시기를 이곳에서 보내는 물고기들이 많이 있다. 갯벌은 서해에 사
는 많은 물고기들의 좋은 보육장인 것이다.
간석지를 양식장으로 사용하면 우리가 직접 이용할 수 있는 효율이 훨씬 높아
진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동죽, 반지락 등의 조개를 치패를 뿌려 더 많이 수확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김이나 굴 양식장들도 간석지 지역에 많이 있다.

간석지의 정화 기능

간석지는 육지와 해양 사이에 놓여 있어 두 환경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곳
이다. 대부분이 강물이 바다로 유입되는 곳에 매우 넓게 발달되어 있는 것 또한
하나의 특징으로 이 지역에서 육지로부터 흘러 들어온 오염물질이 정화된다.
육지 가까운 쪽의 간석지에는 많은 염생식물이 자란다. 염생식물이란 갈대, 갯
잔디, 해홍나물 등, 어느 정도 염분이 있어도 살 수 있는 식물이다. 이 염생식물
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식물이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데 이들은 성
장하기 위해 영양염을 흡수한다. 이때 영양염은 충분히 공급되는데 이는 육지로
부터 흘러들어 온 유기물이 염습지에서 분해되기 때문이다.
염생식물이 자라는 곳에서는 박테리아의 활동이 활발하다. 염생식물이 매우 크
게 자라므로 물 속의 부유 물질들이 이곳에서 걸러져 많은 양의 물질이 바닥에
쌓이게 된다. 이들 물질은 박테리아의 좋은 먹이가 되므로 박테리아는 여기에서
번성하게 된다. 박테리아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은 여러 물질이 분해된다는 것
을 뜻한다. 즉 오염물질들도 이곳에서 함께 분해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오염물질은 분해되면 해롭지 않은 원소로 변하므로 분해 작용이란 곧
오염물질이 정화되는 과정이다. 염습지에서 이러한 분해 작용이 가장 활발히 일
어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염습지가 일제시대에 이미 간척되어 농토로
쓰이고 있다. 전라도의 김제평야 등이 염습지를 개간하여 만든 대표적인 지역이
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이미 간석지의 오염물질 정화 기능이 약해졌다고 할 수
있다.
염습지에서 더 아래쪽으로는 갯벌이 발달되어 있다. 이 갯벌에서도 오염물질의
분해 작용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우리가 갯벌을 삽으로 조금만 파 보아도 시커멓
게 썩은 흙을 발견할 수 있다.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쌓이는 해양생물의 죽은 시
체나 그 밖의 유기물들이 바로 이곳에서 분해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갯벌이라
도 남겨 놓아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간척 사업의 규모

간척 사업은 간석지를 메워 이를 농토나 공업용지로 이용하고자 수행된다. 우
리나라의 간척 사업은 이미 조선조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규모는
삽으로 파서 둑을 막는 정도 였기 때문에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었
다. 일제시대에는 쌀을 좀 더 생산하기 위해 제방을 쌓기 수월한 지역을 중심으
로 간척 사업이 진행되었다. 본격적인 간척 사업이 시작된 것은 역시 박정희 정
권 이후이다.
7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 진행된 간척 사업은 주로 농토를 얻기 위한 것이었
다. 그 당시만 해도 쌀 생산량이 충분치 못하여 그 유명한 통일벼를 개발하던 시
대이었다. 천수만 내의 서산 A, B 지구로 알려진 간척 사업은 그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던 정주영씨가 폐선을 이용하여 마지막 물막이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텔레비전에서 조차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던 광경이 우리 뇌리 속에
남아 있는 공사 였다. 지금은 정주영씨 자신이 농사를 짓는 모습이 가끔 비쳐지
는 곳이다. 80년대에 본격적으로 완성된 간척지는 대호방조제를 쌓은 태안반도
지역, 영산강 하구인 전남 지역 등이다. 이들 지역 역시 농토로 이용되거나 이용
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간척 사업이 좀 더 대규모로 시도되는 것은 90년대 들어와서이다. 대표
적인 곳이 군산, 장항 지역, 김제, 부안 앞의 새만금지역이다. 새만금지역 간척
사업은 군산 앞 오식도에서 서해의 고도인 고군산군도를 거쳐 부안까지 연결하는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공사이다. 둑의 길이만도 40킬로미터에 달하니 한강 다리
정도만을 넘어 본 우리에게는 상상이 안가는 규모이다. 김제 앞 바다를 통째로
막아 쓰자는 계획이다.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이미 공사가 시작된 ‘영종도 공항
건설 사업도 갯벌을 막는 매립 작업이다. 경기도 안산 지역에서는 시화지구 간척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갯벌이 막혔다. 앞으로의 계획을 보면 우리나라 서해의 거
의 전 연안이 둑으로 막히게 됨을 알 수 있다. 인천 지역에서만도 당장 ‘화북 프
로젝트’, ‘송도 신도시’ 건설 사업이 계획되어 있다. 그 규모가 너무 커서 보통
사람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간척의 피해

이미 매립된 간석지에서 나타난 피해만도 여러 가지이다. 이러한 피해 중 우선
민원을 야기시키는 피해들이 눈에 띤다. 한국 농촌 경제 연구원에서 나온 공식
보고서(1987) 조차 이러한 피해가 인근 양식장에서 자주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1) 간석지를 막음으로써 회유성 어류들이 알을 낳거
나, 어린 시기를 보내고 먹이를 구하는 보육장이 없어지고 2) 매립된 지역에 형
성되는 담수호가 오염되어 이 오염된 물이 해양으로 방출되며 3) 새로 만들어진
둑이 해류의 흐름을 약하게 하여 오염물질이 확산될 수 없는 것 등이다.
간척지 내에 있는 담수호가 큰 문제이다. 담수호는 바다를 막아 형성된 호수이
므로 강물에 비해 처음 갇힌 물이 해수이기 때문에 무겁다. 이 무거운 물이 아래
로 가라앉아 윗물과 섞이지 못하므로 썩기 시작한다. 여기에 주변 지역에서 계속
오염물질이 들어와 썩는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썩은 물은 수문을 열어 밀물 때
조금씩 바다로 방출되므로 바다는 점차 오염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바다로 방출
된 물이 해류를 따라 곧 확산될 수 없는 것도 큰 문제이다. 둑을 막아 지형을 변
형시켰기 때문에 유속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해가 총체적으로 나타나는 곳으로는 천수만이나 아산만이 있다. 천수
만은 외해로 연결되는 입구가 매우 좁아 서산 A, B 지구에서 방출되는 물이 확산
될 수 없는 곳이다. 더구나 간척 사업으로 만들어진 둑이 해류의 흐름을 막아 천
수만 내의 유속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오염물질이 밖으로 빠져나
가지 못하고 천수만 내에 축적된다. 그 동안 여러 번 민원이 발생한 이유를 상상
할 수 있다. 아산만은 비교적 넓은 해역이나 대호방조제, 삽교방조제 등 대규모
의 공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아산만 전체의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항구가 건설되고 더 많은 공장들이 들어설 계획에 있어 아산만 전체가 오
염에 시달릴 위험에 놓여 있다.
이러한 피해는 인근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피해에 지나지 않는다. 간석지의
해양생태계 내에서의 역할을 생각하면 세월이 흐를 수록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
던 피해가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서해에서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원성이
들리는 것도 지금부터 생각해야 할 일이다.
간석지가 매립되면 우선 해양의 일부가 없어지므로 이 지역이 가지는 자연 생
산품을 잃게 된다. 우리가 즐겨 먹는 가무락, 반지락, 백합 등도 더 이상 식탁에
오르기 어렵다. 이들 수산물은 농산물에 비해 생산 과정이 매우 단순하므로 천연
자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비료를 주고 가꾸는 일에 많은
경비가 드나 수산물은 자연 상태에서 채취만 하면 되므로 수산업이란 쌀 농사에
비해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산업이다. 또 조개와 쌀을 예로 들어 그 값을 킬
로그램 당 단가로 단순 비교하더라도 수산물의 가격이 더 비싸다 (쌀의 경우 약
천원이면 반지락과 같은 조개는 천오백원이 된다). 적은 노동력으로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라 하겠다. 쌀을 생산하기 위해 간척 사업을 한다는 것은 효
율 면에서 월등히 떨어짐을 알 수 있다.
간석지가 개발되면 간석지가 해양생태계 내에서 가진 고유한 기능인 오염물질
의 정화, 수산 생물의 보육처를 잃는 결과가 됨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겠
다. 오히려 간척지 내 담수호에서 흘러 들어온 오염물질이 연안에 축적되는 결과
까지 가져오므로 해양의 오염을 악화시키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
자원에 대한 피해 이외에도 문화적 피해나 사회 정의 차원에서 본 여러 가지 문
제들이 대두된다 하겠다.
매립 후 개발되면 이 지역에 살던 주민들은 보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보상
이 간석지로부터 가졌던 수입을 대체해 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즉 몇 년 정
도의 채취로 얻은 수입이 어느 정도인가를 나름대로 계산하여 이를 경제적으로
보상받을 뿐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주민은 단순히 바다로부터 얻던 수산물만 잃
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생활이 갯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므로
인근 주민들은 그들의 생활 방식이 갯벌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갯벌이 없어지
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만 한다. 이는 현지 주민들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직업을 위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다른 직업으
로 바꿀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삶 그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다. 삶의 터를 잃어버리고 망설일 뿐이다.
매립된 간석지는 주변 주민들의 삶의 수단이었을 뿐 아니라 원래 우리 일반인
도 공유하던 자연재였다. 광활한 갯벌에서 느끼는 자연의 감정이 없어진 것을 섭
섭히 여겨서가 아니라 공유수면이란 말 자체가 우리가 공유할 때에만 유용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외국의 간석지

간척 사업으로 유명한 나라는 역시 네덜란드이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간척 사
업의 이유가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높이가 해수면과 크게 차
이가 나지 않는다. 국토가 낮으므로 폭풍이 치거나 해일이 일면 많은 부분이 유
실되고 인명 피해도 일어난다. 네덜란드라는 말 자체가 낮은 땅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간척 사업을 하지 않고는 바다로부터의 자연재해를 막을 수가 없다. 그러
나 우리나라는 간석지가 드러나 있을 뿐이지 대부분의 지역이 주변에 산이 발달
해 있어 간석지를 매립하지 않더라도 태풍이나 해일에 의한 패해가 예상되지 않
는다.
네덜란드 이외의 나라에서도 부분적으로 간척 사업이 수행되었던 지역들이 있
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해안이나 일본의 동경만, 독일의 북해 연안 등이 그 예이
나 규모가 매우 작고 또 현재는 간척되었던 부분에 다시 해수를 끌어들여 이 지
역을 회복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 상태에서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식물을
재배하여 이 지역을 자연에 가깝게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본격적인 산업
지로 개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더구나 이렇게 큰 규모로 매립하지는 않는다.
간석지를 국립공원으로 이용하는 나라들도 많다. 전형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북해 연안을 따라 넓은 간석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 지역 전체가 국립공원
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립공원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매우 독특하다. 일정 지역은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만 개방하고 또 일정 지역은 낚시질까지 허
락한다. 그러나 많은 지역에서 단순히 자연관찰만 허락하여 사람들의 접근을 일
정 정도 제한하기까지 한다. 물론 이 지역에 산업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북해에 접해 있는 모든 간석지를 공원 지역으로 지정한 이러한
예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할 것이다.

보전해야 할 간석지

간석지의 개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리우 환경회의에서 정
립된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발과 환경의 보전’이라는 대
치되는 개념이 가진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우리만이 가진 고민이 아니
다. 따라서 전세계의 국가가 이미 오랜 기간을 두고 이 문제에 관하여 논의하였
고 그 결과를 마침내 리우 환경회의에 제출하였다. 이 회의에서 개발과 보전에
대한 상호 모순을 극복하고자 합의된 개념이 바로 “환경적으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ESSD)이다. 이러한 개념을 실현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기조로서 지역
간, 세대 내, 세대간 평등을 내세우고 있다.
간석지가 개발되어 그 지역이 특수 재벌의 소유가 된다는 것은 세대 내 평등을
해치는 일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간석지가 개발됨으로써 우리 후손들에
게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안겨 준다는 것이다. 이는 세대간 평등이라는 개념에
어긋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의 하나이기에 도처에서 개발이 우선되고 있다. 만일 개
발의 결과 경제적 부가 축적된다고 할 때 그 뒤에는 무엇이 올 것인가. 지금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휴가를 즐기며 삶의 여유를 찾는 것도 상상할 수 있다. 이때
자연을 필요로 할 것임은 틀림없을 것이며 자연으로서 귀중한 가치를 지닌 간석
지가 매우 훌륭한 장소로 제공될 수 있음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이 지역을 귀하게 보전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만 한다.
최근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환경문제는 어디에서 기인하며 해결을 위한 방안
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환경문제는 장 단기적 관점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인다고 생각한다.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 생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노폐물로부터 오는 피해이다. 이 피해는 공기, 물, 토양
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따라서 공기나 물, 토양을 오염시키는 물질들에 대
해 버리는 양을 줄이거나 여기에 버려진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환경처에서 작금의 사업으로 수행되고 있는 수질, 대기, 폐기물 등에 대한
환경 개선이 전형적인 예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자연재를 어떻게 보호하고 어느 정도 이용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자연재란 자원으로서 이용되는 재원으로 이때 자원
이란 단순히 에너지를 얻는 차원뿐만이 아니라 자연 자체가 인간에게 주는 모든
가치를 포함한 자원을 말한다.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보전해야 하는 것도 자연재의 가치를 인정하는 작
은 예이다. 생물종을 보호하여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천연 약재를 얻고자 함도
자연재를 소중히 여기는 중요한 목적이다. 자연재를 왜 보전하고 어떻게 보전해
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정리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인간 지
식이 발달함에 따라 점점 더 명확해질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는 골프장을 건설하여 파괴한 산천이 헐벗은 대로 방치되는
것을 보아 왔다. 간석지 개발되어 인근의 해양 오염이 가속화되고 많은 양식장이
파괴됨도 보아 왔다. 이러한 개발들은 자연을 통째로 변형시키는 사업들로 자연
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그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단 변형된 자연은 다시 원상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일 것이다. 매립된 간척지가 필요하게 되면 그 때는 어
떻게 할 것인가.
간석지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현재의 과학적 지식으로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합의
가 이루어지기 어려우면 그러한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자연 상태로 보전해야만
한다. 원상 복귀가 불가능한 상태로 바꾸는 것은 너무나 성급한 일이다. 후손에
게 우리의 자연재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결코 무리가 아님을 공감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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