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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갖고 장난 치니까 재미 좋니?

“새만금 갖고 장난 치니까 재미 좋니?”

대선, 삐딱하게 읽기 <2> ‘녹색’ 대통령을 보고 싶다!

 




2007년 대선을 맞아 <프레시안>은 기존 매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연재를 마련했다. 여론조사의 통계 수치로만 존재했던 20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독자에게 들려주기로 한 것. 그간 정치 평론을 독점해 온 40대 이상과는 다른 위치에서 정치 현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새로운’ 시각이 오는 대선을 둘러싼 얘깃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리라고 본다.
  
  박권일 전 <말> 기자에 이어 필명 ‘리건’님이 두 번째 필자로 나섰다. 리건님은 평소 여성, 환경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으며, 한 동안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자기 소개를 부탁하는 편집자의 부탁에 리건님은 아래와 같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글 중간에 삽입된 그림은 리건님은 직접 그려서 보내온 것이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건 딱 질색인데 하필 귀가 얇아서, 사회 전반 특히 환경 분야에서 분통 터지는 일이 뻥뻥 터질 때마다 ‘이것까지만 참견하고 이제 그만 내 앞가림 좀 하고 살아야지’라고 늘 결심하지만, 결심만 10년째. 다행히 내년부터는 내 밥벌이를 겨우 할 수 있을 듯.” <편집자>

  





▲ 고유한 역사를 가진 여러 갯벌, 물길, 바다, 섬 등으로 이루어진 이 지역을 ‘새 만경김제 평야’라는 뜻으로 ‘새萬金’이라 개명한 것에서 말잔치가 비롯되었다. 아직 한 줄의 방조제를 쌓은 것에 불과하니 당연히 아직 ‘새만금’은 없다. ⓒ리건

  
말잔치
  
  “새만금에 100개의 골프장(1800홀)을 만들어야한다.” (유시민) / “광활한 새만금 지역을 꽃시장으로 만들겠다.” (정동영) / “새만금을 두바이처럼 만들겠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두바이에서 오신 ‘그분’이 오일달러를 투자하신다고 했다.” (이명박) / “새만금을 상하이처럼 만들겠다.” (조순형)
  
  이밖에도 저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만금 공약을 발표하는 중이다. 이들은 모두 듣는 사람을 헛웃음 나오게 만드는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왜 코미디 작가를 안 하고 재능을 썩히고 있을까?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가 유일하게 해수 유통으로 새만금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 정신 산란한 개발 공약은 1987년 노태우 후보와 김영삼 후보가 경쟁적으로 새만금 개발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부터 20년째 반복되고 있다.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없다. 장밋빛 개발 공약이 난무하다, 논의와 검증이 이뤄지고, 사업이 중단될 듯하다, 개발 공약이 발목을 잡아 다시 사업이 재개되는…. 새만금에서는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무덤이었다.
  
  현재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나머지 대선 주자는 새만금 간척 ‘예정지’를 용도 변경해 얼마나 더 휘황찬란하게 개발할 것인지 ‘말빨 배틀’ 중이다. 아직 바닷물에 잠기는 갯벌일 뿐인, 존재하지도 않은 간척지에 미리 전폭적인 특혜를 부여하는 ‘새만금 특별법‘이 이런 말잔치의 중심에 놓여 있다.
  
  상상 초월의 특별법
  
  작년(2006년 3월) 새만금 소송 때, 대법원은 농지와 담수호를 만든다는 새만금 간척 사업을 계속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판결 이후 정부는 새만금 간척 예정지를 산업용지, 관광용지, 도시용지 등으로 용도 변경하는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전라북도는 ‘새만금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국회의원 173명이 발의 서명했다.
  
  이 법은 들여다볼수록 ‘상상 초월’이다. 약 30년 후 새만금이 간척되어 땅이 만들어진 가상의 상태를 전제로 현행법을 뛰어 넘는 특혜를 부여하는 게 이 법의 핵심이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새만금 간척 사업은 농지관리기금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농지 이외의 용도로 전용한다면 3조원에 이르는 농지관리기금은 도로 뱉고 다른 기금으로 예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절차 무시!
  
  법은 한 술 더 뜬다. 새만금 간척 사업처럼 농지 용도로 매립 면허를 받은 상태라면, 간척 예정지의 용도를 변경하려면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 (물론 그 사이 매립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법은 그냥 새 면허를 준 것으로 치고 넘어가잔다. 물론 다른 용도로 개발할 때 새로 진행돼야 할 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도 한 것으로 치고 생략!
  
  그간 정부, 법원은 새만금 간척 사업을 농지 사용을 전제로 해 허가하고 판결해 왔는데, 이것을 ‘타 용도로 전용하겠음’이란 선언만 하고 넘어가겠다는 말이다. 용도를 변경하면 완전히 새로운 사업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용도변경은 명백히 불법이다. 만일 이밖에도 이 법은 환경관련 제반 법률상의 규제, 각종 조세, 개발 이익 등을 감면하는 초법적 발상으로 가득하다. 상상 초월!
  





▲ 새만금(가운데)의 면적은 서울(왼쪽) 면적의 3분의 2, 부산(오른쪽) 면적의 2분의 1에 해당한다. 끝물막이 공사가 끝난 후, 서울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지역이 아래부터 썩어 들어가고 있다. ⓒ리건

  그러나 불가능한 개발
  
  새만금 특별법은 새만금 간척 사업을 불가능한 것에서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다만, 불가능한 것을 단 몇 개월이라도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진실을 가리는 눈가리개일 뿐이다.
  
  우선 수질부터 따져보자. 새만금 지역에서 쓸 물은 ‘새만금호’라는 담수호에서 충당하게 되어 있다. 여기 수질은 아무리 노력해도 3급수가 안 돼 농업용수로 쓰기도 어렵다. 이제 공업단지, 관광단지, 첨단도시 같은 것을 만든다? 3급수도 안 되는 상수원에 기댄 도시라니…. 그뿐 아니다. 새만금 외측도 갯벌의 정화 작용이 중지돼 ‘죽음의 바다’가 되고 있다. 안팎으로 썩은 물이 일렁이는 곳, 결국 어떻게 될지는 이미 시화호가 충분히 보여주었다.
  
  게다가 현재 새만금 간척 사업은 감사원 추산 총 6조 원의 비용이 든다. 만약 복합 단지로 조성되면 비용은 28조 원으로 원래 비용의 5배 가까이 늘어난다. 물론 이 돈은 전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그러나 새만금 특별법에 따르면, 이 사업은 완공 후 국민 일반의 이익과 무관하게 전북이 전용하게 되어 있다.
  
  현재 외측 방조제만 막힌 새만금은 전체 공정 중 겨우 6%만 진행된 상태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간척이 3년 전에 끝나서 지금 농사 잘 짓고 있어야 한다!) 새만금 갯벌을 땅으로 만드는 복토(覆土)에는 15년간 남한 전체에서 하는 모든 공사에 들어가는 분량의 흙을 쏟아 부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런 공사에 들어갈 토사의 8%도 조달할 수 없다. 이미 외측 방조제를 건설하고자 퍼낸 바다모래만으로도 변산해수욕장의 모래가 유실돼 새만금 사업자 측이 모래를 변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구적인 변화도 새만금 간척 사업을 점점 더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 변화로 해일, 폭우, 태풍이 증가하는 세상에서, 수면보다 1.5m 낮은 새만금 간척지는 범람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온실가스 흡수 효과가 있는 갯벌을 매립하는 데 국제적으로 어떤 압력이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부처 간 역학만으로도 진행이 어려워 보인다. 농림부,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법제처 등 대부분의 주무 부처들이 새만금 특별법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타당성도 공익성도 없는 사업에 증액된 28조 원을 기획예산처에서 승인해줄지 의심스럽다. 이미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갯벌 매립에 제동을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표 구걸
  
  새만금 개발 공약은 전북의 표심이 오직 새만금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문제는 이런 전제가 검증된 바 없다는 사실이다. 전북 고위 공무원은 새만금이 전북도민의 숙원 사업이라고 여론몰이하고, 전북 언론은 다시 이 말을 받아서 새만금에 대한 환상을 기사화한다(물론 뒤에는 토건 세력이 있다).
  
  관료-언론-정치인들이 서로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결국 정작 중요한 전북 현안은 사라진다. 전북 민심은 오직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만 대표된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정치인이 ‘뻥카’일 가능성이 큰 ‘새만금=전북 민심’ 전제에 기대는 모습은 차라리 참담하다. 이들은 새만금 특별법을 읽어보기는 했을까? 새만금 특별법은 전북 지역에 검증 없이 국세를 쏟아 붓겠다는 의미이며, 타 지역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전북도민은 새만금 특별법으로 삶의 질이 높아질까? 새만금 특별법에 따라 간척 예정지에 복합 단지를 건설하려면 만경강, 동진강에 엄격한 수질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 전북의 공업, 축산업을 대거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농업 이외의 활동은 금지해야 한다. 물론 인구도 줄여야 한다. 이 노력을 30년 후에나 생길까 말까한 땅을 두고 해야 한다!
  
  허무맹랑한 지역 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거론해 전국적으로 표를 획득하는 것이 슬기로운 정치인이라면 해야 할 선택이 아닐까? 차라리 28조 원의 예산을 새만금 사업 대신 전북 복지를 위해 쓰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라. 100억 원짜리 도서관을 2800개 지을 수 있는 돈이다. 대학생 140만 명에게 4년 등록금을 줄 수 있는 돈이다. 앞으로 전북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기에게 30년간 무상육아,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돈이다.
  





▲ 끝물막이 공사가 끝났지만 새만금 간척 사업은 전체 공정의 6%만 진행된 상태다. 애초 계획대로 새만금 땅에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영영 안 올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은 추가 비용이 들지 모른다. ⓒ리건

  책임 있는 선택
  
  대통령감이라면 적어도 국내 최대 규모의 토목 공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떻게 진행될지 현실적으로 감을 잡고 있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5년 후(2012년)의 상황은 어떨까? 골프장, 상하이, 두바이, 꽃시장은커녕 임기 말까지 ‘새만금 사업을 완공시킨 대통령’으로 남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새만금 사업으로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심지어 보수 언론도 말도 안 되는 새만금 공약은 그만 하라고 지청구를 놓는 상황이다. 새만금 사업이 안 될 사업이란 것을 파악 좀 하고 대선 후보로서 책임질 만한 발언을 하라.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새만금 사업으로 이름을 남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의 새만금 공약은 책임지기는커녕 대책 없이 사고만 치고 다니는 꼴이다.
  
  토건 세력과 결탁한 정치인들이 미래의 번영이란 환상을 팔아서 표를 사려고 한 결과, 현재 살아가고 있는 갯생명과 어민들이 죽어나간다. 이 현재의 죽음은 결국 미래 세대와 미래 생태계를 사멸시키는 예정된 파국으로 연결된다. 미래의 번영이란 환상이 미래 자체를 잡아먹는 현재 진행형의 역설.
  
  자, 이런 선택은 어떨까? 차기, 차차기 대통령에게 그 기회를 빼앗기기 전에 해수 유통을 시켜 갯벌과 어민을 살린 결단력 있는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기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새만금 갖고 장난치는 정치인을 보는 것도 지쳤다. 6개월짜리 반장을 뽑는 선거에서도 이렇게 책임감 없는 후보들은 나오지 않을 거다.

리건/학생 (tyio@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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