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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말이 끄는 회전목마?


 

 

 

살아있는 말이 끄는 회전목마?

 



















  
살아있는 말이 끄는 회전목마
ⓒ 전경옥



회전목마

경기도의 한 레저타운. 기업의 단체연수장소나 가족단위의 문화관광지로도 유명한 그곳은  제주도의 특산물을 판매하고 승마체험도 할 수 있는 종합레저타운이다. 그런데 이 레저타운에 살아있는 말이 이끄는 회전목마가 있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9월 29일 토요일 현장을 찾았다.

 

회전목마에는 6마리의 말이 머리와 몸이 고정된 채로 묶여 있었다. 말은 ‘셔틀랜드포니’ 라는 종으로 키가 1m도 채 되지 않으며 성질도 매우 온순해서 아이들이 처음으로 말을 접할 때 위험성이 없는 종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신청을 하면 담당자가 아이들을 말 위에 태우고 옆에 달려있는 손잡이를 돌리게 된다. 한 마리가 움직이면 따라서 다른 말들도 움직이게 되어 있으며 아이들이 말을 타는 시간은 대략 3-4분 정도이다.

 

        



















  
머리와 몸이 고정되어 있는 모습
ⓒ 전경옥



미니말


 

이 말들은 어느 정도 노동(?)을 할까? 담당자는 40여마리의 말을 매일 바꾸고 있다고 설명한다. 회전목마 옆에는 2마리의 말이 대기하고 있어 몸상태가 좋지 않은 말들은 그때그때 교체된다고 한다. 40여마리 중 하루에 6마리가 일을 하고 있으니 대략 일주일에 한번은 회전목마를 끌게 되는 계산이 나온다. 혹시 과도한 노동은 아닐까? 한국마사회의 조교사협회측에 문의했다. 조교사협회측은 “경주마들도 한 곳을 도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인간도 과도하게 일을 하면 힘든 것이 아닌가. 적당한 선에서 일을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말들에게 과도한 노동이 아니라고 해도 살아있는 말의 회전목마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지나가는 시민들 중에는“사람이 옆에서 보조하면서 같이 타는 것이면 몰라도 말들을 묶어놓고 돌게 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회전목마에서 지친 말이 있으면 교체하기 위해 대기중인 말
ⓒ 전경옥



미니말

                       

                                 산업부흥도 좋지만 말의 복지는?

 

단순한 오락거리에 불과한 것일까? 레저타운안에는 말고기를 파는 식당도 눈에 띄었다. 승마를 비롯한 말관련산업과 말고기의 관계는 무엇일까. 최근 농림부는 마필육성대책을 발표했다. 국민레저수요를 충족하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다는 취지로 승마장 설치기준이 완화되고 농촌개발사업과 승마체험관광이 연계되는 등 승마산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다는 내용. 그런데 이와 함께 말고기 소비촉진을 위해 육질향상에 대한 연구와 도축·가공공장에 대한 시설비 지원이 추진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농민신문> 2006년 1월 11일자 기사 )

 

말고기의 수요는 얼마나 될까. 2002년 공판장에서 도축된 말은 209마리. 2004년에는 359마리, 2006년 9월까지의 통계는 507마리였다. 그런데 소, 돼지와 달리 말은 수요가 있을 때 사육자가 직접 잡는 방식(추렴-자가도축)으로 대부분 이루어진다고 한다. (<조선일보> 2006년 11월 11일자 기사) 이런 까닭인지 말고기의 영양을 찬양하는 기사들도 간혹 눈에 띈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고 필수지방산 함량이 높다.” (<매일경제> 2007년 3월 5일자 기사) “글리코겐 함유되어 있다.” (<일요신문> 2006년 11월 24일자 기사) “키크는 데 특효” (<조선일보> 2006 11월 11자 기사)

 

이런 산업의 활성화분위기를 따라 국내 최대 말관련단체가 발족하기도 했다. 지난 7월 18일 발족한 마필산업발전전국연합회는 정치권이 제정한 사감위법이 단순히 도박을 방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경마와 승마, 경주마 생산농가 등 관련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스포츠 칸> 2007년 7월 13일자 기사) 마필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데 축산업의 부흥, 레저산업 활성화라는 주장만 무성할뿐 정작 그 대상인 말의 복지에 관한 논의는 전무하다. 레저나 스포츠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취미, 여가활동이지만 무생물인 자전거와 살아있는 말을 같은 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산업화만 되면 말의 복지는 상관없는 것일까.
ⓒ 전경옥



승마

 

말관련산업으로 가장 오래된 경마. 우승상금을 가지고 먹고 살아야 하니 상금을 못받는 말들은 폐마(안락사)된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가 말고기로 넘어간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고기라도 제공해야지’ 라는 것은 인간의 시각이다. 말의 입장이라면 동료의 피냄새가 나는 도축장에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마지막까지 경험하는 것보다 편안한 죽음을 선택하고 싶을 것이다.

 

113번 경주에 나가 113번 패한 경주마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 “달려라 하루우라라”라는 책에는 (시게마쯔 키요시 지음, 청조사) 조교사들과 말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실려있다. 경마장에서 기수와 말이 넘어지면 그들이 다쳤을까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건 돈이 날아가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만 존재하는 경마장. 하지만 조교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말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신뢰합니다.” 인간을 위해 경주장을 달리고 있지만 그들도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생명임에는 틀림없다. 조교사 무네이시의 고백을 들어보자. “우리 조련사들은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달리려는 마음이 없구나. 이 말은 최선을 다해서 달리고 있구나 하는 것을요.” 인간에게도 슬럼프가 있듯이 말들도 일 하기 싫은 날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말 따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말들도 생각을 하고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 작은 말들은 회전목마 위를 걷고 싶을까. 불과 30여년전 단지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다가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른 사람이 있었던 나라인데 그깟 말들의 복지는 가당치 않은 요구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말들은 자신의 노동이 힘이 들어도 불평조차 하지 못한다. 그들을 살펴주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일수밖에 없다.

 




















  
조랑말들은 나무기둥을 씹고 있었다. 말들이 무료함을 느끼면 기둥이나 돌출부를 씹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들은 야생상태에서 18시간 풀을 뜯는다. 가축이 채식시간이 짧아지면 욕구불만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에서 풀뜯는 행위가 영양공급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전경옥



제주조랑말

 

레저타운의 입구에 제주조랑말이 있었다. 다가가니 금새 머리를 내미는 말들. 인간의 손을 많이 타서 그런 것일까. 나와 눈을 맞추고 스킨쉽을 나눈 그 말이 내 식탁위에 올라간다면 과연 그 고기를 먹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말들은 억울하다. 살아서는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노동하고 죽어서도 인간의 입으로 들어가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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