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관련자료

멧돼지 왜 출몰하나 표범 같은 천적 없고 번식력 왕성

정부 “수렵 통해 개체수 조절 불가피” 환경단체 “살 만한 장소 만들어줘야”


춘천시 인근 야산에서 15년째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김무림(66)씨는 지난달 6일 새벽 밭일을 나갔다가 망연자실했다. 300평 되는 장뇌삼(산에서 재배하는 인삼) 밭이 하룻밤 새 엉망진창으로 파헤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간밤에 멧돼지가 찾아와 장뇌삼 5000뿌리를 거의 파먹어 버렸다. 3년 동안 지은 농사가 하루아침에 헛일이 됐다”고 했다.

서울에서 환경운동을 하다 강원도 산골로 시집온 A(41)씨. 원래 야생동물의 서식지였던 곳을 사람들이 논밭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감안해 농작물 피해는 어느 정도 감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멧돼지가 모판을 엎거나 다 자란 작물까지 마구 해치자 생각이 달라졌다. “먹고 사는 문제에 부닥쳤다”는 A씨는 요즘 어떻게 하면 멧돼지를 퇴치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이달부터 농작물 파종이 본격 시작되면서 전국 농가(農家)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수확기인 10월까지 멧돼지와 고된 싸움을 벌여야 하지만, “이렇다 할 방지대책이 없어 속만 끓일 뿐”(철원군 정연리 김한태 이장)이다. 도심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수년 전부터 학교 운동장이나 아파트 단지 등에 멧돼지가 부쩍 자주 출몰하고 있다. 얼마 전엔 80대 노인이 멧돼지에 물려 숨지거나, 일가족 세 명이 중상을 입는 사태도 빚어졌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등에 대해선 전문가들끼리도 서로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쪽은 ‘멧돼지 탓’, 다른 쪽은 ‘사람 탓’이란 견해다.

멧돼지 탓으로 돌리는 쪽은, 멧돼지 수가 예전보다 크게 늘면서 활동 영역이 커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호랑이나 표범 같은 멧돼지의 천적이 1900년대 일제의 ‘유해 조수(鳥獸) 구제(驅除)’ 조치로 사실상 멸종됐고, 여기에다 1년에 열 마리 안팎의 새끼를 낳는 멧돼지 번식력이 상승작용을 했다는 것이다. 강원대 김종택 교수(수의학부)는 “과거보다 개체수가 늘면서 농작물 피해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수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멧돼지로 인한 전국 농작물 피해액은 2000년 22억원에서 작년엔 35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반해, 국립생물자원관 원창만 박사는 “멧돼지는 본능적으로 사람을 피하는 습성이 강하기 때문에 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수렵으로 멧돼지에 대한 공격이 잦아져, 멧돼지가 쫓겨 다니면서 사고가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결국 ‘사람 탓’이란 주장이다. 야생동물보호협회 유대봉 지회장(강원도)도 “무조건 잡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잘못”이라며 “멧돼지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지회장은 그 근거로, 멧돼지 포획(사살) 건수가 22배나 늘어났음에도(2000년 172마리→작년 3779마리) 피해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 역시 수렵으로 멧돼지 숫자를 줄여나가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환경부는 매년 11월부터 넉 달 동안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 수렵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제도를 199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수렵장을 운영하는 지자체는 1995년 15곳에서 작년엔 29개 시·군으로 늘어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론 멧돼지 서식 환경조성 같은 대책이 있어야겠지만, 일단은 수렵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올해엔 수렵장 운영을 꺼리는 지자체를 독려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운영하는지 탐방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호 기자 uno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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