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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한산 관통도로,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그 동안 뜨겁게 논란이 돼왔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한산국립공원 통과구간에 대한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였지만, 시행사가 공사강행 방침을 밝힘에 따라 소모적인 충돌과 논쟁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시행사인 서울고속도로㈜ 관계자는 “법원에서 전체적인 공사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일부 사찰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내린 판결이므로 이를 계기로 그 동안 불법시위로 중단됐던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모양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고 성급한 결정이라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공사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결정문의 어떤 대목을 두고 하는 얘긴지 알 수가 없다.
법원은 오히려 ‘신청인 회룡사는 민족문화의 유산으로 역사적 의의를 가진 전통사찰로서 많은 승려들이 동안거, 하안거 등의 수행도량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사패산 터널부분 공사로 인하여 위와 같은 수행도량으로서의 기능이 상당부분 상실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한 위에 공사중지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또 도로 중 교량부분이 경내지를 무단으로 침범하게 되는 홍법사의 경우도 비슷한 취지에서 공사중지를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제4공구 구간 건설공사로 인하여 신청인(사찰)들의 주장과 같은 환경이익에 어느 정도 침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일단 수긍을 하고 있다.

다만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에 관한 도로구역결정이나 실시계획승인과 같은 행정처분이 자연공원법과 환경영향평가법 따위에 위반된다는 신청인들의 주장에 대해, ‘행정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고 하여 공사의 금지를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생기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했을 뿐이다. 이것은 환경소송에 관한 법이론의 한계로부터 비롯된 결론이지 공사의 적법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를 두고 도로공사의 정당성을 인정했다고 보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거나 의도적인 정보의 왜곡이다.
한국도로공사와 서울고속도로(주)는 착공 당시까지도 북한산 관통도로가 전통사찰인 회룡사의 경내지 지하를 통과한다는 사실을 꾹 숨겨왔다. 사찰 바로 앞에 육중한 교각이 세워지고 요사채가 8차선 너비의 흉측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뒤덮이게 될 홍법사는 공사가 막 시작될 무렵까지도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무리 국책사업이고 공공사업이라 하더라도 이런 막무가내를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공사중지 결정에 대해 ‘일부 사찰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내린 판결’이라는 식으로 그 의미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
환경소송에서 우리나라 법원은 아직 헌법상의 환경권을 구체적인 사법상 권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공공의 이익이나 환경적 이익을 민사상 가처분의 근거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환경판결로 유명한 부산대학교 사건이나 봉은사 사건에서조차 대법원이 법적인 보호대상으로 삼은 것은 ‘토지나 건물의 소유자’가 누리던 경관이나 조망, 종교적 환경, 교육환경 등이었다. 이처럼 중대한 환경공익과 미래세대의 환경권이 걸린 사안이라 해도, 그것을 소송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이나 그 밖의 재산권을 앞세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또한 법원의 판결에서 환경공익과 미래세대의 환경적 이익을 고려하고자 할 때에도 똑같은 법 논리상의 제약이 따른다.
토지 소유권이나 점유권을 근거로 공사금지청구권을 인정하고 공사중지의 필요성을 받아들인 이번 결정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아무튼 법원의 이번 결정을 북한산 관통도로 문제를 재검토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조건적인 공사강행이 능사는 아니다. 형식적 적법성만을 내세워 무익한 공방을 계속하는 것도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라도 국립공원의 가치와 환경영향을 새롭게 평가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여영학/ 변호사, 환경연합 법률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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