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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수돗물’과 ‘수도꼭지 수돗물’에 대한 탐구

‘페트병 수돗물’과 ‘수도꼭지 수돗물’에 대한 탐구
[프로메테우스 2007-01-03 19:30]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이 되려면 수도관부터 교체하라

[프로메테우스 강서희 기자]
광주시가 수돗물 이미지 제고를 위해 ‘빛여울수’를 수돗물 브랜드명으로 선정했다. 수돗물의 깨끗하고 좋은 느낌, 시민에게 친숙한 표현 등을 고려했다고 한다. ‘빛여울수’가 처음은 아니다. 99년 부산 ‘순수’를 시작으로 2004년 서울 ‘아리수’가 나왔고, 인천 ‘미추홀참물’, 대전 ‘It’s 水’ 등이 뒤를 이었다.

수돗물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수돗물에 새 이름을 붙이고 있다. 반대로 물의 이름에 깨끗한 이미지를 줌으로써 ‘안전하게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각 지자체에서는 페트병에 담긴 수돗물들을 각종 시도행사에서 무료로 배포했다. ‘순수’는 부산국제영화제, APEC 등에서 나눠졌고, ‘아리수’는 하이서울페스티벌의 단골손님이 됐다. 행사뿐만 아니라 단수, 재해복구 등 비상사태 발생 시에도 각 지역으로 나눠졌다.

‘똥물’ 상수원을 믿을 수 없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007년 신년사에서 팔당 상수원 지역 오염 문제를 거론한 것이 눈에 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팔당 상수원 지역은 규제일변도의 비현실적인 규제정책으로 인해 난개발과 주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반면, 오염물질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아무리 깨끗한 수돗물을 자처하더라도 상수원은 여전하구나’라는 생각에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없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김문수 지사의 팔당호 이야기는 이게 시작이 아니다. 10년의 시간을 거슬러 96년, 당시 15대 국회 김문수 의원은 동료의원들과 함께 팔당호 중간까지 들어가서 비커로 물을 떠먹었다. 물에 이끼와 지푸라기가 있었지만 공무원들이 안전하다고 하니까 마셨다. 내친김에 집에 있는 정수기까지 없앴다. 5년이 지난 2001년 환경부 국감에서 서울시 수돗물 바이러스 조사 결과를 보고 김문수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분뇨의 52%만 처리되는 줄도 모르고 똥물을 해마다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소름끼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의원들에게 시음해도 문제가 없다고 유도한 적이 없었으며 의원들의 판단에 의해 시음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단다.

국회의원 똥물 시음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을지 모르지만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상수원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되고 있으니, 당시 똥물까지 마셨던 김문수 의원, 경기도지사인 지금도 팔당호에서 물을 떠 마실 수 있을까? 그가 마실 수 있다면 수도권에 사는 시민 모두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

수돗물이 뻘건데 마셔야해?

지난해 기준으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1.7%. 100명 중 2명도 안되는 사람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 끓여서 먹는 사람을 포함해도 수돗물을 음용하는 사람(44.0%)은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먹는샘물을 먹는 사람(47.5%)보다 적다. 수돗물을 마시는 비율은 해가 갈수록 준다. (2005. 7. 환경부 식수음용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수돗물 수질검사 항목은 총 55개. 생수의 검사항목보다 많다. 검사 결과를 살펴보면, 수돗물이나 생수나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수돗물이 더 안전하다고 한다. 시판되는 생수가 100배 이상 비싸지만 사람들은 수돗물을 찾지 않는다. 깨끗하지만 마실 수 없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디서 나올까. 조사결과 ‘막연히 불안하다’(43.9%) 또는 ‘냄새가 난다’(26.3%)가 다수를 차지했다.

심리적 요인이라 하기엔 다른 이유가 있다. ‘수돗물을 마신다’고 할 때, 그 수돗물은 정수장의 물이 아니라 각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다. 정수장에서 아무리 수돗물이 깨끗하게 만들어졌더라도, 수도관을 거쳐 주택의 물탱크에 머문 뒤, 가정의 수도꼭지로 흘러나오는 수돗물의 수질상태를 누가 확신할까나. 아, 그런데 마셔야 할까? 부식되어 붉은 녹이 곰팡이처럼 피어오르는 급수관과 언제 청소했는지 잘모르겠는 물탱크를 지나는 수돗물을.

수돗물 브랜드 만든다고 수도관이 바뀌진 않는다

이미 환경부도, 지자체도 다 알고 있다. 환경부는 수질검사 결과 정수장은 기준이내이나 저수조 또는 수도꼭지에서 기준을 초과한 경우 노후 급ㆍ배수관 교체, 저수조 청소, 옥내배관 교체 등을 권고하고 지자체는 시행해야 한다. 연1회 이상 저수조를 청소하는지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서 이를 확인해야 한다. 오래된 옥내배관을 개량하거나 교체하면 공사비의 50% 이상을 지원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은 환경부가 2006년 1월에 발표한 ‘먹는물 수질관리지침’에 이미 다 써있다.

수돗물을 마시라 강요하지 말라. 수돗물이 식수로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억지로 마셨다가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라도 난다면 더욱 큰일 아닌가. 정수장의 수돗물이 안전하다면 브랜드화하는 비용으로 수도관 하나 더 교체하는 게 이득일지 모른다. 그래서 정수장의 품질과 같은 수돗물을 가정에 공급하게 하라. 그래도 마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이런 정책 어떨까?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 해소와 수돗물 품질의 올바를 평가를 ‘정말로’ 원한다면 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아 가정에 배달하자.

강서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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