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람들은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고가 많은 것 같다. 일본말로 아름답다란
뜻의 “우쭈꾸시이”는 “가냘프다”,
“가련하다”, “자애심을 불러 일으킨다”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고 한다.
이어령 교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책을 보면 작은 것을 지향하는
일본사람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자연의 큰 나무를 축소해서
작은 분재로 만들고, 오디오 카셋트를 축소해 워크맨을 만들었다.
영국인이 지팡이 삼아 가지고 다니는 긴 우산을 일본사람들은 가방속에
들어 갈 수 있도록 2단으로 만들고, 3단으로 접어 주머니 속에
들어가게 했다. 일본은 “작고 예쁜” 아니 “작아서
예쁜” 그런 물건을 만들어 많은 돈을 벌었다.
일본사람과는 달리 중국사람은 큰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중국말로
미(美)란 “양(羊)이 크다(大)”는 뜻이다.
중국인은 “통통한 양”, “살이 잘
오른 양”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중국사람들은 큰 나라임을 자랑하고 만리장성과 천안문을 만들어
이를 과시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가난한 나라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닮았는지 큰 것을 좋아하는 사고가 도처에 깔려 있다.
큰 자동차, 큰 집, 큰 텔레비젼, 큰 냉장고, 큰 세탁기를
좋아한다. 큰 도시에 사는 것, 큰 회사에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광주시가 수립한 각종 계획도 예외가 아니다. 1995년에 수립된
도시기본계획은 2001년의 광주시 인구를 173만명, 2011년
인구를 220만명으로 책정하고 있다. 2001년 현재 광주시
인구는 138만명 수준이다.
인구의 과다추정은 필연적으로 각종 도시개발지표의 과다반영을 초래한다.
위 계획에 따르면 1992년 13만대에 불과한 자동차는 2001년에
51만 8천대, 2011년에 71만 5천대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1년 5월의 광주시 자동차 등록대수는 34만대로서 도시기본계획상
추정치의 65.6%에 불과하다. 주택은 2001년 50만 5천가구,
2011년에 70만7천가구로 추정하고 있다. 1999년 기준
광주시 주택은 38만가구에 머물고 있다.
큰 것을 좋아하는 사고는 단지 도시기본계획에 한정되지 않는다.
광주시가 수립한 거의 모든 계획이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는 환경보전관련계획에서조차 성장지상주의는
큰 물결을 이루고 있다. 근래 수립된 환경보전중기종합계획(1998-2002)상의
수돗물 사용량을 예로 들어 보자. 1인 1일당 생활용수 급수량은
2001년 475ℓ, 2011년 538ℓ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일 총수요량도 1996년의 54만 천톤에서 2011년
100만 2천톤으로 거의 두배에 달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광주시의 1인당 1일 평균 급수량은 310ℓ수준에서
매우 안정되어 있다. 더구나 광주시의 1인당 1일 평균 급수량은
국내의 다른 대도시와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독일 (168ℓ),
프랑스 (212ℓ)등과 비교할 때 아직도 절약의 여지는 많다.
에너지계획에서도 마찬가지다. 1996년 기준 광주시 에너지소비는
241만 toe로서 1992년 이후 전국 평균 증가율 9.9%의
두배에 가까운 19.0%의 증가율을 보였다. 1996년에 수립한
광주시 지역에너지계획에 따르면 2006년의 광주시 에너지소비는
538만toe로서 1996년의 에너지총소비량의 2.2배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후진적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에너지소비증가율 세계 1위, 석유수입
세계 4위, 총에너지소비 세계 10위, 에너지해외의존도 97%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시 에너지계획에서 에너지소비를
줄여야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는 찾아 볼 수 없다.
쓰레기관리부문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광주시 총 폐기물발생량은 90년대 들어 총발생량이나
1인당 쓰레기발생량이나 모두 감소추세에 있다. 1992년 2,224톤/일이던
폐기물발생량은 1999년 1,403톤/일로 감소했다.
1인당 쓰레기발생량도 1992년 1.82kg에서 1999년 1.03kg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환경보전중기종합계획에서는 쓰레기배출량을 2007년
1일 1,589톤으로 책정하고 있다. 또한 재활용 비율은 1998년
24%에서 2002년 30%, 2007년 35%로 잡고 있다.
광주시의 실제 재활용비율은 1999년 35.6%로서 2007년의
계획목표치를 이미 초과하고 있다.
구약시대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늘에 닿기 위해 바벨탑을 쌓다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조선시대 대원군의 무리한 경복궁
건설은 국력을 쇠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큰 것을 좋아하는
사고는 환경 훼손 뿐만 아니라 도시경제를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슈마허가 강조한 “작은 것은 아름답다”는
말의 의미를 곰곰히 되새겨 볼 때다.
조진상 동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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