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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협약, 논의는 막히고 과제는 쌓였다

기후변화협약, 논의는 막히고 과제는 쌓였다
제12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마무리
유정우 기자 메일보내기

‘고기는 설고, 꼬치는 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일 시작된 제12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지난 17일 2주간의 회의를 끝마쳤다. 이번 총회가 포스트 교토(Post Kyoto) 체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졌다. 하지만 현지에서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포스트 교토 체제 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부속서 I 국가 추가의무 감축량 설정을 위한 특별작업반 회의 (AWG, Ad hoc Working Group) 회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도출하지 못해 사실상 실패로 끝난 회의”라고 평가했다. 이번 총회의 쟁점과 성과를 되돌아보자.

뛰는 기후 변화, 기는 정부 변화

무엇보다도 이번 총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각국 정부의 구체적 행동과 실제적 이행을 위해 움직여야 했다는 데에 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번 총회의 최대 쟁점 사항은 교토의정서 9조(교토의정서의 검토를 통한 교토의정서의 수정, 보완), AWG,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장기 대화협의체(Dialogue)를 연계해 포스트 교토 체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 간의 입장차와 이로 인한 이견만을 재확인 했다. 이러한 논의의 지체는 포스트 교토 체제 논의의 연기를 의미한다. 때문에 교토의정서에서 규정한 온실가스 1차 의무감축기간(2008~2012)과 그 이후의 감축기간 사이에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심대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뚜렷한 지원 대책 없이 개발도상국들의 의무감축 참여만 요구하고 있고, 개발도상국들은 이와 반대로 선진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선진국들이 보다 많은 의무감축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각각의 그룹들이 내세우는 원칙적 입장에서 한 발작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린피스(Greenpeace), 지구의 벗들(Friends of the Earth), WWF 등 주요 환경단체들은 환경단체들의 연합체인 CAN(Climate Action Network)의 소식지인 ‘ECO’를 통해 연일 회의가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강한 비판 성명을 쏟아냈다. 때문에 현지의 활동가는 지난 금요일 보내온 소식을 통해 “비록 회의가 다 끝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속히 Post Kyoto 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구조 도출에서 거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금번 당사국총회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전혀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각국 협상단은 이후 논의 구조에 대해 일부 합의했다. 총회 결정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선진국들의 2차 공약기간(2013~2017년) 온실가스 감축량 설정을 위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확대하는 방안을 2008년에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1차 감축시기(2008~2012년) 동안 대상 선진국(Annex 1: 부속서 1국가)은 2000년 배출량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노력한다는 데 합의하고 저감 잠재량과 감축 범위 분석에 착수키로 했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는 내년 5월과 9~10월 두차례에 걸쳐 선진국들은 특별작업반 회의(AWG)를 열어 추가 의무 감축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개도국의 온실가스 의무 감축량 문제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중국 등 개도국들은 총회에서 선진국들의 의무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비춰 개도국들의 의무 감축 부과는 시기상조라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개도국들이 의무적인 감축 문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자는 내용을 담은 러시아의 제안을 폐기하지 않고 논의 대상에 넣기로 했다.

결국 교토의정서의 개정 문제는 개도국을 의무감축국에 포함시키려는 선진국과 선진국의 감축의무 이행이 우선돼야 한다는 개도국의 의견대립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년부터 당사국들이 워크숍을 열어 각국의 감축 문제 입장을 제시하고 2008년에는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본격 논의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정체된 논의에 세계 환경단체들 반발

한국정부 대표단은 기후변화에 관해 선진국이 더 큰 책임이 있으며, 한국 역시 기후변화대응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의무 감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기존의 협상 전략을 그대로 취했다. 환경단체들은 15일 열린 High Level Segment에서 15번째로 연설한 한국의 이치범 환경부장관의 연설내용에 감축의무 동참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태도 변화 조짐도 보인다. 이번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한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16일 현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한국이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국제적 노력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2008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기후변화 종합계획에 감축 목표치를 넣는 방안을 정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혀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시사했다.

위의 회의 결과에 대해 세계 환경단체들은 일부 성과를 부각하고 있는 각국 정부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환경단체들은 기후변화대응에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못한 각국 정부대표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Post Kyoto 체제 논의는 당초 인지된 대로 2008년까지는 완료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각국 정부대표단이 진지하고 적극적인 협상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향후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감축량을 산정하기 위한 Post Kyoto 체제 논의가 조속히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나이로비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CAN 소속 단체들은 지속적인 국제 협상과정 모니터링과 각국 정부에 대한 압력 행사를 통해 지구촌 최대 재난으로 평가되는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내년 인도네시아(예정)에서 진행되는 제13차 당사국총회 및 제3차 비준국총회(COP13, COP/MOP3)에서 진행할 활동들과 각국으로 돌아가 벌일 활동들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비록 각국 정부대표단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이는 공동의 미래를 지켜내는 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AWG 회의 결정문을 통해 각국은 온실가스 안정화를 위해 현재 배출량의 50%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안에 대한 ‘재인식’이 아니라 즉각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합의가 되지 못한 의제에 관해서 내년에 다시 논의해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기후변화는 지금 당장의 문제”라며 기후변화가 국제적 논의의 방향과 상관없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한편 이번 총회에 참석했던 환경정의 기후정의 청년단은 지난 17일 총회 주요 의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COP12, COP/MOP2 주요 의제에 대한 환경단체 입장

1. 2012년 이후 부속서 I 국가의 추가의무감축량 설정을 위한 특별 작업반 회의(AWG: Ad-hoc Working Group)

□ 동향
· AWG는 교토의정서 3조 9항에 근거, Post Kyoto 체제에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의무 논의를 위해 제11차 당사국총회(몬트리올, 2005년)에서 결정되어 올해 처음 진행된 회의.
· 선진국은 다배출국가의 참여를 주장하면서 선진국들의 신속한 감축목표 설정에 매우 소극적.
· 개도국 그룹은 AWG 회의가 개도국의 의무 감축을 포함한 Post Koyto 체제 논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교토의정서 검토(교토의정서 9조)와 Dialogue회의와 연계되는 것을 반대. 기후변화에 대한 선진국 책임론 강조

□ 결과
· 부속서 I 국가의 저감 잠재량 및 감축 범위 분석을 위해 내년 5월과 9월에 각각 AWG 회의를 진행.

□ ‘환경정의’의 의견
· AWG는 ‘Dialogue(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장기 대화협의체)’와 더불어 2012년 이후(Post Kyoto)의 온실가스 감축을 논의하기 위한 핵심 구조.
· 2008년까지 Post Kyoto 체제를 마치기 위해서는 2007년도 총회(COP/MOP3)에서 진행될 의제들을 논의 기한을 명시하는 형태로 강제해야 함.
· 하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언급 없이 단순히 차후 논의 일정과 검토 사항에 규정하였으므로 금번 AWG 회의는 사실상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고 볼 수 있음.
· 이는 Post Kyoto 체제 논의의 연기를 불러와 2008년 이후에나 Post Kyoto 체제 논의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고, 이것이 1차 감축기간(‘08~’12)과 그 이후 감축 기간 사이에 공백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됨.
· 지금 진행되고 있는 본 회의(COP/MOP3)에서 AWG 회의를 통해 내리지 못한 조속한 논의 과정을 규정해야 함.

2.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장기대화협의체(Dialogue)

□ 동향
·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장기적 논의를 위해 설치.
· Dialogue는 주요 의제들에 대한 논의 및 결정보다는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확인하고, 향후 감축 방향,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세미나, 포럼 수준으로 진행

□ 결과
·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에 대한 의견과 적응(Adaptation)에 관한 지원 필요 강조.
· 일부는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시장메커니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 제시.

□ ‘환경정의’의 의견
· Dialogue는 AWG 회의와 더불어 2012년 이후의 감축 방식과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주요한 회의이므로 ‘Dialogue’ 수준의 위상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음.
· 교토의정서 9조, AWG 회의와 연계하여 본격적인 Post Kyoto 체제 논의로 이어져야 하므로, 조속한 논의 진행과 교토의정서 9조와의 연계가 필수임.

3. 교토의정서 9조 검토

□ 동향
· 교토의정서 9조는 정기적인 교토의정서 검토를 통해 교토의정서를 수정, 보완할 수 있다고 규정.
· 이는 Post Kyoto 체제를 논의할 수 있는 핵심 근간임.
· 선진국은 AWG 회의와 연계하여 개발도상국들의 의무감축 참여를 논의하기 위한 논리로 활용.
· 개발도상국들은 자신들의 의무감축 논의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AWG, Dialogue 등과 연계하는 것을 거부.

□ 결과
· 결정문 도출 실패(결정사항 없음)

□ ‘환경정의’의 의견
· 금번 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가 아무런 성과가 없이 끝났다는 건 아무런 진전이 없이 회의가 끝났다는 것을 방증.
· 기후변화를 실질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유효한 감축량을 산정하기 위해 교토의정서를 검토,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1차 의무 감축기간과 그 이후 감축기간과의 공백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매우 조속한 검토와 논의 완료 필요.
· 사실상 개발도상국들의 의무감축 반대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개발도상국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함. 현재 선진국들이 배출하고 있는 온실 가스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기후변화를 막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므로 개발도상국들의 의무감축 참여는 필수적.
·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선진국에게 있고 상대적으로 기후변화 기여도가 작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 필요. 개발도상국들의 의무감축을 요구하기 위해선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을 길러주고,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을 해주는 등의 선 조치가 필요함.

4. 자발적 의무부담 공약 승인절차 관련 러시아 제안

□ 동향
· 2005년 11차 당사국총회(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발도상국가들이 교토의정서 상 온실가스 의무감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와 의제로 채택.
· 선진국은 감축량 확대 방안의 하나로 찬성입장이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자신들의 의무부담국가 범위 확대 논의로 이어질까 우려하여 반대

□ 결과
· 진전사항 없음.

□ ‘환경정의’의 의견
· 현재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적극적인 감축이 필요하므로, 1차적으로는 모든 국가가 실효성 있지만 차별화된 의무감축을 하는 것이 바람직.
·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동향을 보면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고, 개발도상국들의 의무감축 참여에 대한 유인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

5. 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의 CDM 사업 인정 여부

□ 동향
· CCS는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집해 해양이나 토지에 저장하는 기술을 뜻함.
· 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등장.
· 동 사업을 교토의정서 상에 규정된 유연성체제 중 하나인 ‘청정개발체제(CDM)’으로 인정할 것인가가 쟁점화 되고 현재 논의 중.

□ 결과
· 논의 중.

□ ‘환경정의’의 의견
· CCS는 기본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근본처방에서 벗어난 미봉책에 불과하므로 환경단체들은 반대 입장. 이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 및 확대 등 저탄소 체제로 갈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에 대한 투자 및 지원을 약화시킬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지양되어야 하고, CDM 사업에 절대로 포함되어선 안 됨.
· 탄소를 포집해 투기하는 것은 원자력 발전을 통해 나온 원자력 폐기물을 해양투기하거나 폐기물센터에 저장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음.
· 기술적 안전성이 검증된 바 없고, 영원히 완벽하게 누출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도 장담할 수 없음.
· 또한, 폐기물(탄소)의 저장이란 것은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므로 필연적으로 미래 세대가 이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환경적인 불평등, 기후부정의를 야기하는 문제임.
· 한국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신중한 접근 필요성을 주장하긴 했지만, 현재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태지역 기후파트너십(APPCDC)에서 CCS 사업이 주요 방법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찬성입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음. 자연으로부터 얻은 혜택은 현 세대가 누리고, 피해는 미래세대에게 전가할 수 없으므로 정의적 차원에서 분명한 반대 입장을 피력할 것을 요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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