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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영화 속 ‘지구 침몰’ 닥쳐온다

온난화로 인한 인류 재앙 보고서, 후진국 피해 예방 선진국 행동 나설 때


영화 ‘일본침몰’ 의 한 장면.
얼마 전 한국에서도 개봉한 일본의 블록버스터 영화 ‘일본침몰’에서 주인공에게 닥친 위기는 거대 화산 폭발에 따른 지진과 해일이다. 밀려든 바닷물은 높이 솟은 도쿄타워와 롯본기힐즈를 단숨에 집어삼킨다. 비슷한 재난영화인 ‘진도 10.5 미국침몰’에서도 지진은 미 서부 도시를 단숨에 휩쓸어버린다.
그러나 이같은 재앙은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10월 말 영국 정부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즉각 대응하지 않을 경우 전 지구적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니컬러스 스턴 영국정부 경제고문은 70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기상이변을 무시하는 정책은 21세기뿐 아니라 다음 세기까지 인류의 사회 및 경제 활동을 제약,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을 다시 겪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수면 상승, 폭우 및 홍수, 허리케인, 가뭄 등 환경 재앙으로 21세기 중반까지 2억여 명의 이재민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 전체 온도 상승이 지금 속도를 유지한다면 향후 50년 안에 섭씨 3.6~5.4도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구 온도가 현재보다 3도 올라가면 생물종의 최대 50%가 멸종 위기에 놓이며 5도 올라가면 뉴욕, 마이애미, 런던, 도쿄, 상하이 등 해안에 인접한 도시들이 수몰될 수 있다. 실제로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국가 투발루는 전체 8개의 섬 가운데 2개가 수몰, 국토 포기를 선언했다. 영화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최대의 피해자는 아프리카 온난화 문제는 이미 ‘가난의 대륙’ 아프리카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영국 빈민구호단체 옥스팜과 신경제재단(NEF), 기후변화와 개발에 관한 작업그룹(WG)이 참여한 영국 빈민구호 및 환경보호단체 연합은 미래보고서 ‘업 인 스모크(Up In Smoke) 2’에서 지구온난화가 부유하고 산업화된 나라보다 가난한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 대륙에 더욱 거대한 피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랜드의 빙하가 녹고 있다.
아프리카를 뒤덮고 있는 가뭄과 변덕스러운 기후가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를 위한 식량의 안정적 공급에 ‘유례없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평균 기온은 100년 전보다 0.5도 상승한 상태다. 지난 20년간 무려 3.5도의 기온 상승을 경험한 케냐를 포함한 일부 지역의 경우 기온 상승은 훨씬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기온 상승과 함께 기후 변화도 심각하다. 건조지역인 아프리카 북부, 서부, 동부 및 남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더욱 건조해져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습윤한 적도 주변 아프리카와 남부아프리카 지역은 더욱 습해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예측이 불가능해지면서 아프리카의 농업은 큰 타격을 입었으며, 아프리카 지역의 기아 발생은 1980년 중반에 비해 3배 정도 빈번해졌다.

NEF의 앤드루 심스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는 아프리카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빠르게 악화시키고 있다”며 “기후 변화를 막지 못한다면 아프리카 구호 노력은 모두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관하는 선진국 아프리카와 제3세계 국가들이 기후온난화에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정작 기후온난화를 야기시킨 주범인 선진국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업 인 스모크 2’ 보고서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치러야 하는 기후변화 적응 지원금의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피해를 비용으로 환산할 경우 매년 100억~400억 달러에 육박하지만 실제 선진국이 지급하는 금액은 약속한 금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43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후진국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환경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수몰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은 온실가스 감축 협약인 교토의정서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엔 지구온난화 연구를 감시하고 결과를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프랭크 로텐버그 민주당 상원의원은 1일 “부시 행정부가 지구온난화 연구를 감시·검열하고 정부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의 실상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며 “미 상무부와 항공우주국(NASA) 감찰단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미 상무부 산하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허리케인의 주기 및 강도와 지구온난화 현상을 연관짓는 연구 보고서의 공개를 막았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폭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부시 행정부는 기후변화 연구를 지원해왔다면서 의혹을 부인했다. 크리스틴 헬머 대변인은 “우리는 가장 투명한 과학 보고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서 “정부가 과학자를 방해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지구온난화로 5년째 가뭄에 시달려 사막처럼 변해버린 호주의 한 농장.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the Earth)’의 노니 주니퍼 전무이사는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막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당장 취하지 않으면, 곧 아프리카 대륙의 수백만 명이 기아와 죽음을 선고받게 될 것”이라며 선진국들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이제는 행동할 때 오는 6일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12차 당사국총회 및 2차 교토의정서 참가국 회의’가 열린다. 각국 환경분야 대표가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2008~2012년까지 유해가스 배출을 약 5.2% 감축하자는 교토의정서의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현재 진행 중인 환경 프로그램이 만료된 이후의 차기 프로젝트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 중국, 인도 등 교토의정서 의무감축국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나라들의 참여를 어떻게 유도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국가로, 이들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업화를 언제 어떻게 규제하느냐가 지구온난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스턴 보고서’를 토대로 지구온난화 문제는 미국, 중국 등과 같은 강대국의 협조 없이 해결될 수 없다며 이들의 참여를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다.

<국제부/박지희 기자 viole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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