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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계획은 사기극이 아닌가? [기고] 이명박 전 시장께 묻습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 계획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이 전 시장의 경부운하 계획의 문제점을 언급할 정도다. 그러나 정작 이 전 시장은 이에 대해서는 대응을 하지 않은 채 ‘경부운하 계획이 한국의 미래를 살릴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만 되뇌고 있다.
 
  경부운하 계획이 현실화되면 환경단체와 가장 대립각을 세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환경단체들은 언론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 왔다. 지금 경부운하에 대해 논란이 일면 일수록 가장 덕을 보는 것은 이 전 시장 본인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전 시장은 본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경부운하 관련 언급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이제 더 이상 이 전 시장의 비겁한 행보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이 전 시장에게 경부운하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그는 “이 전 시장이 이 정도의 문제제기에도 답변할 수 없다면 국민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답변을 촉구했다. <편집자>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께서 언론에 경부운하 계획을 발표한 6월부터 네 달 동안입니다.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분의 주장이기에, 진지하고 책임 있는 논의를 기대하며 참고 참았습니다.
 
  그러나 이 전 시장께서는 날마다 언론에 나와서 운하 계획만 선전할 뿐,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구체적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사업비, 예상 물동량, 운하의 구조, 운항하는 선박의 종류, 운항 시간, 운하의 길이 등은 부정확하거나 발표 때마다 다릅니다.
 

  “운하를 해야 나라가 산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 이유는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창립되고, 대구에선 100만 명 서명운동까지 시작했다고 합니다. 마치 누군가의 공격에 맞서 경부운하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정작 환경단체들은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데, 이 전 시장께서는 벌써 일부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사이에 상당한 긴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환경단체들이 훼방하고 나설 것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지역 발전을 원하는 주민들을 단결시키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를 반대만 일삼는 악당으로 매도하고, 스스로는 환경단체에 굴하지 않는 개발의 전도사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강력한 반대 속에서도 성공시켰다고 강조하면서, 그를 연상시키는 선글라스를 끼고 비슷한 몸동작을 하며 인터뷰를 합니다.
 
  이 전 시장께서는 운하와 대선을 연결시키지 말라고 하지만, 저는 너무도 정교하고 파괴적인 정략에 놀라고 있습니다. 검증도 되지 않은 주장으로 이 전 시장께서는 낙후된 내륙 주민들에게 표 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또 그들의 불만을 환경단체에 대한 분노로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거대한 개발공약으로 무능한 현 정권에 대비되는, 비전 있는 리더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상대방에게는 반론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상태에서 말입니다.
 
  저는 더 기다리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운동을 이미 시작했고 경부운하 공약 홍보에 열심이신 이 전 시장께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비록 언론에 나온 이 전 시장의 인터뷰와 틈만 나면 인용하는 세종대 주명건 이사장의 주장에 의존한 것이긴 하지만요.
 
  첫째, 이 사업이 왜 필요합니까?
 
  이 전 시장께서는 운하를 건설하면 물류난이 해소되고, 내륙 발전에 획기적 계기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전국화물물동량조사 결과(<한국의 교통>, 건교부, 2003)에 따르면, 수도권과 영남권 사이를 오가는 물류 통행량은 전국의 3%에도 미치지 못합니다(전국 1,257,098통행/일 중 36,288통행/일).
 
  컨테이너 물동량도 전국의 12.3% 정도입니다(전국 1000만 TEU 중 123만 TEU, 전국 화물량의 0.2% 수준). 경부운하가 이 정도 수준의 컨테이너 화물 20%, 벌크 화물 40%를 흡수한다고 무슨 물류 혁명이 일어난단 말입니까?
 
  그나마 한국수자원공사의 자료는 경부운하가 경부 축 화물의 겨우 3.3%를 담당할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운하로서 타당성을 가지려면 연간 500만t 규모의 물량이 확보되고, 화물은 150km의 운송구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는데, 경부운하는 이런 기준과 너무도 멀지 않습니까?
 
  운하는 대륙 깊숙이 산업도시가 발생하고, 운하로 이용하기 좋은 강을 가진 나라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나라조차 이제 운하 길이가 줄어들고, 운송 분담률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하천은 지형이 급하고 수량 변동이 큽니다. 더구나 3면이 바다라서 해운이 유리합니다.
 
  왜 한국에서 배가 산을 넘어야 합니까? 철도조차 접근성 때문에 도로에 밀리고 있고, 부산과 인천을 연결한 해운은 30시간이면 족한데, 왜 강을 거슬러 2~3일 동안이나 물건을 싣고 다니고, 외진 강가에 짐을 부리려 합니까?
 
  둘째, 세금이 한 푼도 안 들어간다고요?
 
  경부운하를 만드는 데 세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데, 믿어도 되겠습니까? 이 전 시장께서는 전체 공사비는 15조 원으로 충분하고, 그 비용의 절반 이상은 골재 판매로, 나머지는 외국 자본을 유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20.5km의 터널 공사 2개, 530km의 운하 건설, 16개 이상의 댐과 20개 이상의 갑문 공사, 잠실대교를 비롯한 수십 개의 교량 재건축에 필요한 예산이 15조 원이라는 건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
 
  한탄강 댐 건설 예산이 2000년 기준으로 9700억 원이었습니다. 또 경부고속철도는 계획 당시 건설비가 5조8462억 원으로 발표됐으나, 결국 18조4358억 원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마저도 축소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혹시 경부운하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요?
 
  또 한국의 연간 골재 채취량은 연간 약 2.6억㎥이고, 이 중 모래 양은 약 1.1억㎥입니다. 모래 공급 가격을 1t당 7000원에서 1만2000원을 계산하면, 하천에서 공급이 가능한 모래시장은 전국을 다 합쳐도 연간 1조 원 정도입니다.
 
  더구나 골재는 운송비 부담이 커서 생산지로부터 35km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모래 판매가 용이한 한강에서는 모래를 채취할 만한 구간이 매우 제한적이고 양도 많지 않습니다. 이 전 시장께서는 4년 내에 10조 원쯤 벌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골재 판매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는 연간 2000억~3000억 원의 매출도 올리기 힘들다고 합니다. 여기서 비용을 제외하고, 환경과 안전의 문제까지 고려하면 도대체 얼마가 남을지 모르겠습니다.
 

  또 도대체 수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외국 회사가 어딘지도 알고 싶습니다. 국민에게는 기본적인 내용도 밝히지 않으면서 이미 외국의 기업에게 사업 설명을 했다는 뜻인지, 외국 기업이 전 시장의 장래를 믿고 투자를 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아니면 말고’ 식의 논리는 대기업의 경영자를 했고, 대한민국에 경영자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신 분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진짜 대한민국을 경영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싶습니다.
 
  셋째, 독일과 한국은 똑같지 않습니다.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가 경부운하의 타당성을 보여주는 모델이 맞습니까? 이 전 시장께서는 3500km의 RMD 운하, 그 중에서도 마인 강과 도나우 강을 연결한 171㎞ 구간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일 전체 화물의 15%가 수로를 통해 움직이고 있으며, 171km의 마인-도나우 운하 구간은 예측했던 것보다 두 배나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운하 인근의 환경은 더 개선됐으며, 지방자치단체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전합니다.
 
  그러나 독일 화물 운송에서 주운의 비율은 정체 상태이며, 그토록 강조하는 마인-도나우 구간의 화물 운송 비중은 전체 주운의 1~2%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171km의 운하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1000년 동안 개척됐던 7000km의 기존 운하와 연결되고, 운하를 운영해 온 풍부한 경험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운하조차도 사업 계획 단계에서 예측했던 물동량의 3분의 1 수준인 600만t에 머무르고 있답니다. 독일국가경제보고서(IFO)가 1970년 계획 단계에서 예측했던 연간 2000만t이나, RMD 주식회사가 1992년 예상했던 1800만t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입니다.
 
  더구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30년에 걸쳐 공사를 진행하고, 공사비의 20% 이상을 생태계 보전에 투자하고, 환경 보전을 위한 5대 원칙을 강력히 집행한 덕에 이 정도라도 환경문제가 적을 수 있었다는 것은 왜 쏙 빼놓고 있습니까?
 
  넷째, 경부운하 건설은 오히려 환경에 좋다고요?
 
  경부 운하 건설이 환경적이라는 주장은 또 어떻게 가능합니까? 한강과 낙동강은 자연 상태에서 운하로 이용될 수 없어, 강 중간 중간에 댐을 막아 호수로 만들고, 이를 갑문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댐을 쌓으면 물이 고이고, 고인 물은 썩는 것이 진리입니다. 강원대 이건호 박사의 2005년 논문에 의하면, 의암호의 내부생성유기물량(16.9 tC/일)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양의 네 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댐을 막은 탓에 네 배의 오염이 새로 생겼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전 시장께서는 배에 달린 스크루가 산소를 공급해서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등의 황당한 논리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팔당호는 2000만 수도권 시민의 유일한 상수원입니다. 인근 도로에는 유류, 화학약품을 실은 차조차 진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유류, 화학제품, 시멘트를 실은 배들을 띄우겠다니, 먼저 수도권 시민들의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또 수량이 적고 하상이 완만한 낙동강은 수질 오염에 더 취약한데, 그마저도 막아 놓으면 수질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특히 취수원 수질 기준을 겨우 맞추고 있는 부산 매리 취수원을 폐쇄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게다가 낙동강의 대부분은 이 전 시장께서 제안하는 2400~5000t급의 큰 배가 다닐 만큼 물이 많지 않습니다. 후보께서는 충주 댐의 물을 낙동강에 흘리자고 합니다만,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한강 권은 2011년 0.4억t, 2016년 2억t의 물 부족이 우려됩니다.
 
  따라서 충주댐 물을 영남으로 넘기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물 공급을 제한하거나, 강원도에 새로 댐을 지어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수도권의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고, 댐 때문에 지역 개발이 지체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강원도를 설득하기도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혹시 낙동강 운하가 연결되는 낙동강의 조령천이나 영강 상류에 댐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을 바꿀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곳 하천은 규모가 작고, 강수량도 남한에서 가장 적은 지역이라, 댐을 건설하기엔 최악입니다.
 
  특히 경부운하 터널 구간은 월악산 국립공원의 정 중앙을 관통합니다. 국립공원은 어떠한 가치보다도 우선해서 보전하자고 지정한 곳인데 경부운하가 국립공원을 두 동강 내도 될 만큼 중요한가요?
 
  다섯째, 치수와 안전 문제는 왜 침묵합니까?
 
  치수와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왜 말씀이 없습니까? 완만한 낙동강 중·하류는 자연 상태에서 범람원이었던 곳인데, 새마을운동을 통해 제방을 쌓고 농경지를 넓힌 곳입니다. 따라서 영남에 홍수가 지면, 낙동강 수위는 급격히 높아지고 주변 농경지보다 10m나 높은 곳에서 홍수가 넘실대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낙동강 곳곳에 댐을 막고 수위를 높이면, 강바닥은 더 높아지고 흐름은 더 느려져서 홍수 위험은 더 커질 것입니다. 또 한강 홍수를 줄이기 위해 낙동강으로 홍수를 빼겠다는데, 장마전선이 영남으로 내려오기라도 하면,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낙동강 유역엔 대혼란이 올 것입니다.
 
  또 월악산 국립공원 지하 20.5km를 터널로 연결할 경우, 선박은 수십m 혹은 수백m 지하에서 2시간을 운행해야 합니다. 이는 길고 깊은 터널의 환기, 유지 관리, 비상시설 등을 위해 많은 예산을 써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운행 중 사고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신가요? 물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겠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대책을 마련할수록 운하 사업의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여섯째, 운하 건설로 과연 관광이 활성화될까요?
 
  운하 건설로 관광이 활성화된다는 말씀은 과장 아닌가요? 지금도 신곡수중보, 팔당호, 충주호 등엔 관광선이 떠 있고 강을 이용한 관광 수요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관광선의 운행 시간은 평균 1시간 30분, 20km 이내 구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운하 개통과 관광 활성화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설마 서울에서 부산까지 40시간 동안, 그 중에 2시간 동안의 터널 구간과 98미터 높이의 충주댐 등반을 포함하는 여행 코스를 개발하겠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일곱째, 선조가 이용했던 뱃길을 살리겠다니요?

  일곱째, 운하 건설이 선조들이 이용했던 뱃길을 되살리는 것이라고요? 물론 조선시대에 한강 수로를 관리하는 관공서가 있었고, 배를 이용해서 멀리 단양의 세곡도 날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배는 흘수선 1m 내외의 바닥이 평평한 배로, 크기도 수t에서 20t 미만이었습니다.
 
  한강 하구에서 서해의 조류를 이용해 배가 떠서 들고 나고 했습니다. 이 전 시장께서 주장하는 것 같이 수심이 6m가 넘는 하천을, 2400~5000t 규모의 배가 다니는 일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과거 선조들의 강 이용 방법은 자연을 과도하게 왜곡하겠다는 후보님의 개발 방안과는 달라 보입니다.
 
  여덟째, 경부운하가 독자적 아이디어라고요?
 
  마지막으로 ‘주운 이용’을 이 전 시장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은가요? 이미 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주운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한 바가 있고, 그들의 결론이 대부분 부정적이었다는 말씀도 하셔야 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서울지구한강종합개발사업>(건설부, 1982), <경기지구한강종합개발사업>(건설부, 1986), <한강주운개발사업타당성조사>(건교부, 1989), <남한강 종합개발사업타당성조사>(경기도, 1995), <지역간용수수급불균형해소방안>(한국수자원공사, 1998), <금강운하의필요성과타당성검토>(대전시, 1996), <영산강뱃길복원과개발방향>(전라남도, 1998), <영산강옛모습찾기사업타당성조사>(전라남도, 2000), <내륙주운개발기본조사>(한국수자원공사, 2000) 등의 보고서 말입니다.
 
  일부 구간에서 관광선과 소형 바지선을 운항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나라를 두 동강 내는 경부운하나 호남운하 같은 것은 부당하다는 이들의 한결같은 결론을 뒤집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해명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요?
 
  이 전 시장께서 위 연구는 거론하지도 않은 채, 세종대 주명건 이사장을 비롯한 몇 분의 연구가 나라를 살리는 특단의 대책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요?

  한국의 해안이란 해안은 다 간척해서 국토를 ‘ㄷ’자로 만들고, 강이란 강은 다 연결하자며 ‘국토 개조 프로젝트’, ‘신국토 개조 프로젝트’, ‘국운 개척을 위한 SMART 시스템’ 등을 주장하는 분들에 대해 소개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도에서 북한의 하천 길이를 재어 골재량과 판매 수익을 계산하고, 한강 하구 현황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수십 억 평의 간척 사업을 주장하는 용감한 분들의 제안을 그대로 따라가려면, 이 전 시장께서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 말씀해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경부운하는 새만금 간척 사업의 재탕
 
  이 전 시장께서는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이 ‘경부운하’ 혹은 ‘한반도대운하’ 계획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새만금 간척 사업의 비극을 떠 올리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새만금 사업도 198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태우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급조해서 만들어 냈습니다.
 
  경제기획원이 경제성이 부족하다며 만류하고, 감사원이 목적이 불분명하고 사업 타당성이 무리하다고 지적했음에도, 정치인들은 밀어붙였지요. 그들은 새만금 사업을 합리적인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정쟁의 수단으로 만들었고, 전북 주민의 지역 발전 염원을 환경단체에 대한 저주로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장이라는 33km의 방조제로 만들어낸 간척지의 용도는 아직도 확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목적이 없으니 앞으로 얼마의 예산을 잡아먹고, 어떤 피해가 있을지도 예측하기 힘듭니다. 물론 몇몇 개발업자야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새만금 갯벌에 기대 살던 멀쩡한 사람은 쫓겨나고, 수질은 악화되고, 새만금의 조개, 어류, 도요새 같은 생명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토록 새만금 간척에 고집을 부리던 정치인은 점차 입을 다물고 있네요. 새만금 방조제 연결을 축하하는 1만여 명이 운집한 4월 22일 행사장에는 대통령이나 총리는커녕 농림부장관조차 나타나지 않았지요.
 
  이 전 시장께 요청 드립니다. 제발 ‘어마어마한’, ‘제2의 도약’, ‘반드시’, ‘누구라도’ 같은 선동적 단어들이 아니라, 객관적인 수치와 논리적인 계획을 두고 논쟁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운하 계획을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검증받아야 할 정책으로 다뤄주십시오.
 
  이제 더 이상 이 전 시장의 비겁한 행보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전 시장이 이 정도의 문제제기에도 답변할 수 없다면 국민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탄에 빠진 국민들의 절박함에 영합한 깜짝쇼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십시오.
 
  우리 사회가 이성과 합리적 토론을 통해 성숙할 수 있도록, 이 전 시장이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이 전 시장의 건투를 빕니다. 
   
 
 
  염형철/환경연합 활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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