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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지금 봄 아닌가?”… 소나무, 늦더위에 계절 착각 새 가지 자라

[중앙일보 강찬수]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 정문 맞은편의 A아파트 단지 정원. 도로 옆에 있는 30~40년생 소나무 20여 그루 가운데 서너그루가 짙은 녹색의 바늘잎 사이로 새 가지를 내밀고 있었다(사진). 밤색 돌기가 돋아 있는 연두색 새 가지의 길이는 3~4㎝ 정도였으나 10㎝ 이상 자란 것도 있었다.

정부과천청사 안내동 앞 잔디밭의 반송(많은 줄기가 갈라져 우산 모양으로 자란 소나무)에서도 새 가지가 관찰됐다. 2~3m 높이의 일곱 그루 가운데 서너 그루에서 발견된 새 가지에는 2~3㎝의 부드러운 잎도 붙어 있었다.

늦가을인 10월 말 소나무가 때 아닌 새 가지를 뻗고 있다. 서울여대 이창석(식물생태학) 교수는 “가을에 가지가 자라는 현상이 국내에서는 알려진 적이 없다”며 “최근까지 계속된 가을 가뭄과 늦더위 탓에 소나무가 계절 감각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9월 이후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소나무는 성장을 멈추고 추운 겨울에 대비해 겨울눈을 만든다. 하지만 미국 북서부 등 건조한 지역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수분 조건이 좋아지면 겨울이 오기도 전에 다시 싹이 터 생장을 하기도 한다. 학계에서는 이를 ‘2차 생장’이라고 한다.

이 교수는 “난방과 자동차와 같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도심의 기온이 도시 외곽보다 높아지는 열섬현상이 소나무의 2차 생장을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은주 교수는 “개나리는 추워졌다가 따뜻해지면 가을에도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소나무처럼 키가 큰 교목은 이런 현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며 “국내에 처음인지, 그동안 관찰을 못했던 것인지 폭넓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나무의 생장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경우다. 소나무 잎은 두터운 왁스층으로 덮여야 겨울을 날 수 있지만 한창 새로 자라는 연약한 잎은 추위에 얼어붙기 쉽다.

강찬수 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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