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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해질녁, 두 바퀴에 우주를 싣고 세상을 해찰한다

[커버스토리]해질녁, 두 바퀴에 우주를 싣고 세상을 해찰한다

[경향신문 2006-10-18 15:42]

‘인류가 만든 공산품 중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

이 한마디가 마음을 움직였다. 자전거 출퇴근, 생각만 하고 있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집에서 회사가 있는 중구 정동까지 지하철과 도보로 50분. 버스로는 1시간 걸린다. 자전거를 타면 1시간20분 거리. 지하철에선 책을 읽을 수 있고, 버스에선 졸 수 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면 운동이 된다. 하루 2시간40분을 내 몸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운동의 ‘운’자 근처에도 가지 않다가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닐까? 한달 교통비 4만원, 자전거 구입비는 20만원+α. 주판알도 굴리고 머리도 굴렸다.

그러다 저 한마디를 맞닥뜨렸다. 자전거는 화석연료 대신 내 몸의 에너지를 유일하게 태워 움직이는 탈 것. 먼저 ‘자출’한 선배들은 ‘환경’이나 ‘화석연료’라는 단어를 체인이나 타이어 같은 자전거 부속품처럼 이야기했다. 자전거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자출 몇 달은 사람을 환경주의자로 만드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말했다. 자전거는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한다고. 자전거를 타고 보는 서울은 올림픽대로와 동부간선도로로 연결된 도시가 아니라 한강과 중랑천, 안양천, 청계천이 핏줄처럼 닿아있는 도시라고 했다.

그들은 또 자전거를 탄 세상은 내가 굴리는 바퀴의 속도대로 움직인다고 했다. 자전거는 이 숨가쁜 속도의 시대에 내가 속도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탈 것이라고. 그래서 동네 뒷골목 문방구에 걸려 있는 줄넘기를 보게 하고, 하품을 하며 파리채를 두드리는 슈퍼마켓 주인을 보게 한다고 했다. 자전거가 쿨럭거리며 인도의 보도턱을 넘을 때엔 5㎝의 ‘언덕’ 앞에 멈춰 있는 휠체어를 보게 한다고 했다. 자전거가 보여주는 그 ‘다른 세상’을 보고 싶었다.

20여년 만에 자전거에 올랐다. 초등학교 때, 비틀거리며 두발 자전거 타기를 배운 이후 처음이다. 일상으로 자전거를 불러들이는 가장 가까운 방법은 출퇴근이었다. 나도 아침 저녁으로 페달을 밟는 ‘자출족’ 무리에 합류하기로 했다.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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