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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기름유출사고 1년 후 현장조사 왜?

미군, 기름유출사고 1년 후 현장조사 왜?
피해농민 손해보상 소송… 시민단체 “축소ㆍ은폐하려는 의도”


▲ 지난 2005년 6월 22일 사고 당시 현장. 전북 군산 미공군기지에서 기름이 흘러나와 어린 모가
모두 고사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 장희용

미군은 왜 입장을 바꾼걸까?

전북 군산 미공군 기지의 기름유출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으나 SOFA(한미행정협정)를 내세워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던 미군측이 입장을 바꿔, 26일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겠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환경관리공단과 공동조사 실시하고도 자체 조사를 벌이겠다는 미국 당국의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등 군산지역 시민단체들은 “피해 농민이 손해배상 소송을 하자 미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한 의도로 자체 조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미군, 잇따른 기름 유출사고와 공동조사 요구 외면


▲ 미군기지 앞 시위 장면. 미군은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한미행정협정을
들어 피해지역에 대한 공동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시민단체와 농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2005년 11월에 공동조사에 응했다.
ⓒ 장희용

▲ 2005년 6월 기름유출 사고 당시 미군은 피해조사를 요구하는 피해 농민에게 위로금 50만원
을 주는데 그쳤다. 또한 “기름유출 문제는 한미소파합동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피해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 장희용

군산 미공군기지는 지난 2003년 1월 항공유 유출 사고를 시작으로 같은 해 3월과 2005년 6월 농경지로 기름을 유출해, 농경지가 심각히 오염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2003년 기름유출 사고 후 군산시를 비롯해 시민모임 등이 미군 측에 원인조사와 피해보상을 위한 공동조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미군 측은 한미행정협정과 훈련일정 등의 이유를 들어 공동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사고발생 2년이 지나도록 피해조사 조차 실시하지 못했다.

당시 군산시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조사를 위한 용역비로 1억6천만 원의 예산까지 책정한 상태였지만 미군이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아 조사를 실시하지 못했다.

군산시는 ▲기지 내부에 별도의 오염원 확인 ▲미군측 동의 및 기지내부 방문조사 일정 협의 ▲오염원이 확인될 경우 시설물의 용도 및 사용현황 자료 요구 등 기름유출 조사를 위해 자료 공유에 관한 공식문서를 미군 측에 전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해 조사를 실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05년 6월 22일 또 다시 같은 기름유출로 농경지 피해가 재차 발생하자 시민단체들은 미군기지와 군산시청 앞에서 피해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시위를 연일 벌였다.

하지만 미군 측은 재차 한미행정협정을 들어 군산시와의 공동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시민단체와 피해 농민들이 미군기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피해조사와 보상을 요구하자 미군 측은 2005년 6월 22일 SOFA 협정 문서와 위로금 50만원을 건네주면서 ‘소파합동위원회에 의뢰하라’는 입장을 보이는데 그쳤다.

결국 시민단체의 반발과 피해 농민들의 항의·천막농성이 거세게 일자 미군 측이 공동조사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환경관리공단과 미군의 공동조사는 2005년 11월부터 산미공군기지 주변에 대한 토양·지하수 오염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사고발생 2년 8개월만에 조사가 실시된 것이다.

조사는 기지 내부 및 외곽 89곳(토양 54곳·지하수 35곳)에서 실시됐다. 기지 내부는 미군이 조사했고, 외부는 환경관리공단이 조사했다. 군산에 미 공군이 들어온 1950년이래 처음 벌인 측정 조사였다.

미군 주변 지하수, 발암물질 벤젠 기준치 89배 초과


▲ 기지 주변 갯벌. 어느 곳을 파 보아도 죽어 있는 검은 갯벌뿐이다. 인근 토양도 마찬가지로 땅을
파면 시커멓게 죽은 흙이다. 미군기지 주변 조사 결과 토양이 심각히 오염돼 있을 뿐 아니라 지하수
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젠이 89배나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 장희용

2005년 11월에 착수한 조사에 대해 올해 3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당시 발표한 ‘군산 미군기지 주변 유류오염지역 환경오염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기지 내부의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됐으며 특히 지하수는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인 벤젠이 생활용수 기준치의 89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유류 오염항목인 석유계 총탄화수소(TPH)는 기지 안의 4곳 시료채취 지점 가운데 1곳이 최고 5224㎎/㎏으로 기준치 500㎎/㎏의 10배를 넘어서는 등 조사지점 4곳이 모두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기지 내부 한 지점의 지하수는 벤젠(B)이 기준치 0.015㎎/ℓ에 무려 89배에 이르는 1.332㎎/ℓ로 나타났다. 기지 밖의 다른 한 지점도 벤젠이 0.022㎎/ℓ로 기준치를 넘어섰다.

기지 경계 인접지역 일부 토양 역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염물질이 지형 기울기와 지하수 유동방향에 따라 외곽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조사를 실시했던 정승우 군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 3월 조사 발표 당시 “오염도가 생활용수 기준(0.015㎎/ℓ) 이하이면 농작물 생육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인 벤젠 오염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이 같은 용역조사 결과를 미군 측에 통보했지만 미군은 또다시 수개월 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피해보상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미군 측이 피해 농경지를 직접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고, 지난 26일에는 주한미군사령부 소속의 한국인 조사관은 군산시 관계자 2명과 함께 피해 농경지 사진촬영 등 현장 조사까지 실시했다.

“미군의 자체조사는 축소·은폐가 목적”?


▲ 지난 2005년 6월 22일 기름유출 사고 당시 미군이 살포한 흡착포.
ⓒ 장희용

그동안 기름유출 사건과 오폐수 방류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수수방관하던 미군이 기름유출 사고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왜 조사에 나서는 것일까?

군산시 한 관계자는 “미군 측은 기름유출 사고 당시 미군 측에 정식으로 사고 접수가 되지 않았고, 한국측(환경관리공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피해규모 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자체 조사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미군 조사관의 조사 현장에 함께 있었던 시민모임 윤철수 사무국장과 ‘매향리 국제폭격장 직도 이전 군산대책위’ 최재석 집행위원장은 미군의 자체조사에 대해 “미군이 이 사건을 언제나 그랬듯이 축소·은폐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기름유출 당시 미군 측은 서둘러 흡착포와 펜스작업을 실시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사고 당시 주한미군 측에 정식적으로 사고 접수가 되지 않았고, 당시 공동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억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들어 이 사건을 자신들이 자체 조사하겠다는 것은 기존 조사결과를 부정하고 자신들의 조사한 유리한 결과를 갖고 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도”라며 “미군은 분명히 자신들의 조사결과를 갖고 불평등 조약인 한미행정협정(SOFA)을 방패 막으로 삼아 이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시민모임 윤철수 사무국장도 “미군의 자체조사는 토양오염이 심각하고 기지주변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89배나 초과한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하자 이 조사결과를 뒤집으려는 행위이며, 피해 농민이 군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이를 반박하려는 기초 작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피해 농민 조모씨는 피해조사 결과가 나온 후에도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자 지난 8월 8일 군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 기름 유출로 피해를 입은 군산시 옥구읍 선연리 송촌마을. 미군이 계속해서 한미소파 규정을
들어 미온적인 태도를 일관하고 있어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 장희용

장희용(jhy2001) 기자

2006-09-29 15:20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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