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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이 두려운가? 새만금도 다시 보라”

최근 서울방송(SBS)의 한 다큐멘터리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재론한 이 다큐멘터리는 특히 직접 ‘몸’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거론해 충격을 줬다.

국민대학교 이창현 교수(언론학)는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한국사회의 ‘민감’한 반응을 계기로 새만금,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에 ‘둔감’한 세태를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이 9월 25일 발행한 <새만금 생명 리포트>(제5호)에 실린 이 교수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환경호르몬의 습격>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월 10일에는 환경호르몬이 여성들에게 생리통과 자궁내막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방영했고, 17일에는 환경호르몬이 남성을 여성화시킨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방영했다. 환경호르몬이 여자에게는 ‘성조숙증’을, 남자에겐 ‘요도 하열증’을 가져온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신과 자식들의 ‘몸’에 환경호르몬이 습격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연실색하고 있다.

모처럼 잘 만들어진 환경 다큐멘터리다. 일반인의 환경인식을 제고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있다는 점도 평가한다. SBS에서 몇 년 전 만들었던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프로그램 역시 우리에게 그동안 무심코 지나쳐온 먹을거리의 오염 문제를 고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새집증후군’에 대한 프로그램도 새 아파트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게 한 소중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끈 것은 이들 환경문제가 우리의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때문이다.

<환경호르몬의 습격>과 <불편한 진실> 사이에서

그렇다. 환경이 바로 우리 몸에 직접 영향을 미쳐야 우리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안다. 아이들이 기형으로 태어나고 아토피성 피부염이 나타나는 등 직접적인 신체장애가 나타나야 환경문제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주제에 대해서는 너무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환경호르몬의 습격>이 그렇게 많은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을 때 개봉한 앨 고어의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전국적으로 고작 7개의 상영관에서 개봉되었으며, 개봉 후에도 지구 온난화에 대한 영화 내용은 중요한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 개봉한 지 10일이 지난 지금 보고 싶어도 개봉관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사람들이 영화의 제목처럼 불편한 진실을 불편해 하는 것은 아닐까? 그 다큐멘터리에는 인류의 생존에 너무나 위협적인 온난화의 문제가 담겨있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온난화의 문제가 그러하듯, 새만금 문제 또한 우리의 관심 밖에 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영역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언론의 수박 겉 핡기 식 보도에 따라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둔감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그 문제야” 하는 식이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환경호르몬에는 ‘민감’, 새만금 문제는 ‘둔감’

사실 새만금 문제는 새만금 지역은 물론이고 서해안 전체의 해양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엄청난 공사이며 그 엄청난 재앙은 물이 막혀진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갯벌에 사는 조개, 물고기, 그리고 바다 새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것을 터전으로 삼아온 새만금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수만 년 동안 안정됐던 서해안의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다.

그 피해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모든 개인에게 미칠 것이다. 새만금 주변의 사람에서부터 시작되어 멀리 도시에 사는 사람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며, 바다 건너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내몽고 지역에서 유목민들이 사라지고 남쪽으로부터 올라온 한족들이 농사를 위해 목초지를 개간하여 밭을 만들고 숲을 없애는 바람에 더욱 강력해지는 황사가 한국과 일본에 영향을 미치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만금의 환경파괴에 대해 너무나 ‘둔감’하다. 새만금의 생명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현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 생업에 바쁜 현대인에게 새만금이라고 하는 공적이슈는 스쳐 지나가버리는 이슈가 되었고, 이제는 그것을 느끼는 감각조차 없어진 ‘불감’의 영역이 되어버린 것 같다. 세상의 모든 것이 경제성, 효율성으로만 재단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 주변의 생명 파괴가 이제 다반사가 되어버린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로 자기의 몸에 전달되는 환경의 위협에 대해서 ‘민감’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둔감’성이며 ‘불감’성이다. 새만금이 한반도의 허파이고 이것이 곧 서해 전반의 생명력의 보고이기 때문에 새만금이 막히는 순간 그 생명이 끊어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러한 죽음을 예견하지 못한다.

개인만 보호한다고 다가 아니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넣는 즉시 반사적으로 튀어나오지만, 물에 넣고 천천히 가열하면 그 변화를 쉽게 느끼지 못하고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실험을 보면서 우리는 환경위기에 대처하는 인간의 모습은 과연 어떤가 하고 자문해본다. 개인 문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우리가 모두 함께 풀어야 하는 전체 환경문제는 지나치게 둔감하게 느낀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생태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우리의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새만금의 진실을 우리는 외면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몸’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창현/국민대 교수ㆍ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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