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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진 피부병, 쇳가루 때문?

광양제철 인근 주민, 원인 모를 피부질환 호소… 광양제철 “개연성 없다”
[오마이뉴스]

▲ 전남 광양시 태인동 주민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 질환 등을 호소하고 있다. 등, 다리, 손, 가슴과 배 등 피부가 빨갛게 도드라져 있는 한 주민은 가려움증을 호소했다.

▲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태인동 주민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어떤 주민은 빨갛게 반점같이 피부가 도드라졌고 일부 주민은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피부가 까맣게 변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 광양시 태인동 주민들이 가려움증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심각한 피부질환에 시달리고 있어 정확한 원인 규명은 물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태인동은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광양제철소와 마주하고 있는 곳으로 연관단지 40여개 업체도 자리하고 있어 환경분쟁이 많은 곳이다.

“몇 년 사이에 피부병이 심해지고 있다”는 태인동 주민들은 그 원인이 환경오염에 있고 특히 “광양제철소에서 날아든 미세먼지”라고 주장하며 각종 질환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 태인동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광양제철소, 연관단지 업체들. 호흡기 질환과 피부 질환을 호소하고 있는 주민들은 이 곳에서 날아든 미세 먼지를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광양제철소측은 개연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태인동환경개선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달 동안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공해 피해 접수를 받은 결과, 접촉성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 소아 천식, 결막염 등 증세를 보인 350여명이 피해 사례를 접수한 상태다.

대책위에 따르면 피부 질환과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실제 12일과 13일 만난 주민들은 피부 질환과 호흡기 질환을 호소했다.

현재 일부 주민들은 가려움증, 피부 짓눌림 현상 등이 나타나 심각한 수준이지만 원인은 모른 채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께부터 가려움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다”는 최아무개(74)씨는 팔, 다리는 물론 등과 옆구리 등 피부가 오돌토돌했다.

최씨는 “병원에서는 긁지말라고 하지만 따끔거리고 너무 가려워서 못 견디겠는데 어떻게 긁지 않을 수 있느냐”며 “특히 저녁에 심해져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수면제를 먹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최씨는 “하도 가려워서 따가운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온 등과 배에 후끈거리는 파스를 붙이고 생활하기도 했다. 가려움을 이기지 못해 등과 배 부분을 효자손으로 긁은 바람에 오돌토돌 부어오른 곳이 터지고, 그 흔적은 최씨가 입고 있던 속 옷에 그대로 핏자국으로 남겨져 있기도 했다.

최씨처럼 한때 파스를 바르기도 했다는 이봉선(71)씨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빨갛게 물집 같은 것이 자그마하게 생겼는데 가렵기도 하고 따가워서 파스를 바르니깐 시원해졌다”며 “피부과에서 주사를 맞기도 했는데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자신의 팔꿈치와 옆구리 등이 까맣게 변질된 것에 대해 “시간이 지나니깐 이렇게 변했다”고 주장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같은 피부 질환을 호소하는 60·70대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귀남(75)씨 역시 “빨간 반점 같은 것이 생겨 따갑고 긁으면 상처가 생겨서 흉터가 남는다”며 “밖에서 일을 하고나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손, 다리, 뒷 목 등에 흔적이 남아있는 김명자(71)씨는 “병원에 다녀서 우선하기도 하는데 완치되지 않고 또 도진다”고 했다.

주민들은 “제철에서 날아온 먼지 때문… 밖에 빨래도 널지 못한다”고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전남 광양시 태인동 주민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 질환 등을 호소하고 있다. 등, 다리, 손, 가슴과 배 등 피부가 빨갛게 도드라져 있는 한 주민은 가려움증을 호소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주민들과 대책위는 그 주범으로 광양제철소 쪽에서 날아드는 먼지를 지목하고 있다. 주민들이 호소하는 피부 질환은 시각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질환일 뿐 더욱 심각한 것은 호흡기 질환이라는 것이 광양환경련과 대책위의 설명이다. 이들이 환경오염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피부 질환이라는 것이다.

실제 많은 주민들은 피부 질환과 함께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이 인근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인한 것이라는 개연성은 한 연구보고서에서 확인된 바 있다. 지난 2003년 광양시가 의뢰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이 실시한 ‘공단지역(태인동) 주민건강실태조사 및 환경위해요인평가 학술용역’ 최종보고서는 “만성기관지염의 증세와 진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조사대상 20%에서 폐기능 검사와 흉부방사선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오염원과 관련 “미세분진의 구성성분을 분석해 오염원을 추정 구분했을 때, 제철공정 내지는 그 관련 공정의 기여하는 정도는 절반에 이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화자(63)씨 등 주민들은 “하루에 몇 번씩 노인정 바닥을 닦고 집 방바닥을 닦아도 바닥이 시커멓다”며 “어쩔 수 없이 널기도 하지만 빨래를 널어놓으면 온통 먼지로 시커멓게 변해서 방에 빨래를 널어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 빨래를 밖에 널어둔 모습은 별로 볼수 없는 태인동. 일반 가정집이나 마을회관 유리창을 걸레 등으로 가볍게 닦아내기만 해도 시커먼 먼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주민들이 피부 질환의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는 쇳가루 역시 건물 옥상, 연립주택 창문 틀, 인근 학교 창문틀과 옥상 등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지난 7일 순천KBS는 특별기획을 통해, “순천대학교 환경공학과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보통의 경우 공기 중에 1% 이하의 철분 성분이 포함된 것이 정상이지만 태인동 지역에서는 최고 6배 가량 포함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태인진료보건소는 정확한 분석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주민들이 봄과 여름철에는 가려움증 등을 호소하는 피부질환을, 가을로 접어들어서는 천식과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광양제철소는 “피부질환, 쇳가루와 개연성 없다”고 주민피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태인동 주민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어떤 주민은 빨갛게 반점같이 피부가 도드라졌고 일부 주민은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피부가 까맣게 변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광양환경연합과 대책위는 접수된 350여명의 사례를 검토한 후 광양제철소를 상대로 환경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광양시에는 2차 태인동 건강실태조사 즉각 실시를, 광양제철소측에는 지난 2004년 합의한 환경실태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박주식 광양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심각한 질환을 겪고 있는 것은 쇳가루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고, 그 개연성에 의심이 가기 때문에 환경조사는 물론 2차 실태조사가 당장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주장에 광양제철소 측은 쇳가루와 피부 질환은 개연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광양제철소 한 관계자는 “차라리 호흡기라면 이해하겠지만 철 성분 때문에 피부병이 생겼다는 개연성은 없다”며 “자체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태인동의 경우 철 성분이 1.8%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실태조사에 대해서도 “환경운동연합과 조사 내용 등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조사가 지연되고 있을 뿐이며 환경개선 사업에 포스코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환경소송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에서도 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 광양제철소 측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건강실태조사 보고서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광양시는 2005년 2차 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1억5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도 지금까지 집행하지 않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강성관(anti-20)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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