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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오염 시멘트, 발암물질도 기준치 초과

중금속 오염 시멘트, 발암물질도 기준치 초과

국산 시멘트 6가 크롬 함유량 지정폐기물 기준 3배 초과, 중국산 444배 수준
환경부 뒤늦은 대책, 업계 주장 대부분 받아들여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시멘트 공장, 쓰레기 소각장인가
시멘트공장 밀집..후두암 전국평균 3배
시멘트 ‘6가 크롬’ 함유기준 신설키로

시멘트와 황토로 모형집을 만들었다. 이 공간에 암수 생쥐 5마리씩을 넣어 4주 동안 생장과정을 관찰했다. 결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시멘트 모형집에서 거주한 생쥐들 가운데 암컷 5마리, 수컷 1마리가 폐사했다. 4주 후 살아남은 수컷 4마리의 몸무게는 평균 1% 밖에 늘지 않았다. 반면 황토 모형집에 있던 생쥐 10마리의 몸무게는 평균 55.41% 증가했다.

황혜주 목포대 건설공학부 교수가 지난 2003년 했던 실험 결과다. 황 교수는 건축재료로서 황토의 우수함을 입증하기 위해 이 같은 실험을 했다. 동일한 실험을 다섯 차례 실시했고 결과는 거의 비슷했다. 시멘트 모형집에 있던 생쥐들 상당수의 체중이 줄거나 폐사했다.

황 교수는 “연구에서 생쥐의 사인 규명 등 의학적 요소는 전문분야가 아니라 배제했다”면서도 “시멘트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공간이 동식물의 생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시멘트 독성과 시멘트 내 중금속 또는 ‘냉복사’ 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냉복사’란 기온이 내려가 콘크리트 벽면의 표면온도가 떨어지면 실내에 있는 사람도 벽면으로부터 체온을 빼앗기게 되는 현상이다.

국산 시멘트 6가 크롬 함량 ‘지정폐기물’ 수준

시멘트 독은 지금까지 라돈, 강알칼리성 등으로 추정돼왔다. 시멘트의 유해 중금속 함유 논란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천연광물에 함유된 소량의 중금속은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유해 중금속이 지정폐기물 유해물질 함유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져 시멘트의 중금속 유해성과 관련한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 지금까지 시멘트 업계가 폐주물사와 슬래그, 하수슬러지(찌꺼기), 소각재 등 산업폐기물에 포함된 중금속도 1450도의 고온에서 소성을 거치면 대부분 연소된다고 주장해왔던 내용도 사실상 뒤집어 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중금속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하수슬러지’가 강원도 영월의 A 시멘트 공장 내부에 쌓여 있다. 하수슬러지는 시멘트 원료와 섞이며 건조, 소각된다.[사진=미디어다음]

시멘트에 들어있는 중금속 가운데 인체에 가장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는 것은 6가 크롬이다. 6가 크롬은 세포 내에 침투, 암을 유발하는 유해 중금속이다. 또 알레르기성·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하고 아토피 체질을 일부 악화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열린우리당)이 11일 공개한 ‘시멘트 중 중금속 함량조사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개 시멘트 시료 가운데 6개 시료에서 6가 크롬이 2.17 ~ 4.44mg/l 검출, 국내 지정폐기물 기준치 1.5mg/l를 1.4배~3배 가량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이하 한사연)이 조사한 결과, 산업폐기물을 사용하지 않은 중국산 시멘트의 6가 크롬 용출량 0.01mg/l에 비해 444배에 이르는 수치다. 지정폐기물은 일반폐기물과 달리 유해물질이 다량으로 들어있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폐기된다.

같은 시료에 대해 일본 시멘트협회의 시험법을 적용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0개 시료 가운데 5개 시료에서 28.2~51.2mg/kg의 6가 크롬이 검출돼 일본의 자율규제치 20mg/kg 보다 1.4배~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시멘트 제품의 평균치는 8.1mg/kg이었다.

이 보고서는 요업기술원이 한국양회공업협회(이하 양회협회)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6월부터 1년에 걸쳐 실시한 연구 결과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국내 시멘트의 6가 크롬 함량 규제기준을 일본 시멘트 업계와 같은 20mg/kg 이하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또 시멘트의 6가 크롬 함량이 높은 이유로 시멘트 업체들이 산업폐기물과 부산물을 시멘트 제조 공정에 활용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시멘트 업체들이 모호한 폐기물 분류 체계하에 중금속이 많이 함유된 산업폐기물과 부산물을 별도의 사전 처리 없이 부원료와 보조연료로 써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대 초 이후 시멘트 업체의 산업폐기물과 부산물 사용량은 2002년 1111만톤, 2003년 1178만톤, 2004년 1230만톤(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이하 한사연)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멘트는 내수 물량의 90%에 이른다. 아파트 등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들이 한마디로 ‘지정폐기물’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원도 영월의 A 시멘트 공장에 종류를 알 수 없는 생활폐기물들이 쌓여 있다. [사진=미디어다음]

반면 일본은 산업폐기물 등에 포함된 크롬 함량을 500ppm 이하로 규정, 이 수치를 넘는 폐기물 등은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크롬을 포함해 모두 22개 성분에 대해서도 적정 수준 이하의 규제치를 적용한다. 그러나 국내 시멘트 업계에서는 크롬 함량이 각각 슬래그 0~3420mg/kg, 정·하수슬러지(찌꺼기) 10~955mg/kg 등에 이르는 산업폐기물과 부산물을 대부분 자유롭게 사용해 왔다.

“3가 크롬도 발암물질, 결코 안전하지 않아”

6가 크롬은 시멘트에 모래와 물 등을 혼합, 콘크리트로 경화될 때 안정적인 3가 크롬으로 대부분 환원된다. 하지만 건축 공사 현장에는 6가 크롬이 함유된 먼지가 흩날린다. 완전히 굳지 않은 콘크리트에서도 6가 크롬이 검출된다.

실제로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 2005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강원도의 한 교각공사 현장을 비롯, 경기도 군포의 한 중학교 신축공사 현장에서 6가 크롬이 11.56~24.13mg/kg 까지 검출됐다.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6가 크롬 피해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것이다.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도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지난 5월, 강원도 영월의 A 시멘트 공장 노조가 파업을 하며 공장 외벽에 ‘시멘트 공장, 쓰레기 소각장인가’라고 써 놓았다.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노동자들은 쓰레기 소각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셈이다. [사진=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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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의 B 시멘트 공장에서 소각재와 폐주물사를 뒤섞고 있다. 이 때 날리는 분진은 외부환경과 확실하게 차단돼 있지 않았다. [사진=미디어다음]

나아가 전문가들은 3가 크롬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생활환경 가운데 콘크리트 구조물의 마모나 파괴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먼지는 심각한 건강 위해요소라는 것이다.

홍윤철 서울대(예방의학과) 교수는 “시멘트 독 가운데 가장 확실한 것은 크롬이다”며 “6가 크롬에 비해 3가 크롬이 피부 투과율 등 체내 흡수율이 떨어진 뿐, 발암물질은 3가 크롬이다”고 말했다.

허용 대구가톨릭대(산업보건학) 교수도 “3가 크롬 자체가 호흡기 등으로 유입할 수 있는 발암물질로 폐암, 비강암 등을 유발한다”며 “콘크리트는 특성상 끊임없이 부스러지기에 중금속들이 시멘트에 고정화됐다고 안심할 문제는 아니다”고 경고했다.

이애영 동국대(피부과) 교수는 “6가 크롬은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직접 만지는 건설 노동자들에게 접촉성 피부염으로 가장 확실하게 나타난다”면서도 “아토피를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신축 주거 공간에 거주할 경우 직접적인 크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내 다른 중금속, 함량조차 몰라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국내 시멘트에 포함된 6가 크롬의 실태는 대부분 밝혀졌다. 산업폐기물과 부산물을 부원료와 보조연료로 쓰기 때문이라는 원인도 추정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6가 크롬 이외의 중금속 함유량과 위해성 여부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조사는 아직까지 거의 없다.

강원도 영월의 A 시멘트 공장 내부에 부원료이자 보조연료로 사용되는 폐전선과 폐타이어 등이 가득 쌓여 있다. 바닥에는 시커먼 침출수가 고여 있다. [사진=미디어다음]

국내에서는 지난해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이하 노건연)가 발표한 시멘트에 포함된 니켈과 납 성분까지 분석한 결과가 전부다. 노건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개 시멘트 업체 제품에서 니켈은 11.95~36.27mg/kg으로 일반 토양 함유량인 1.42mg/kg 보다 8~26배 정도 높았다. 납은 10.10~736.09mg/kg으로 일반 토양의 10.02mg/kg보다 1~7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최상준 노건연 책임연구원은 “크롬 이외에도 니켈과 납도 인체에 위해 요소다”며 “니켈은 크롬과 마찬가지로 피부질환 유발물질이고, 납은 뇌와 신경계통에 치명적인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이기영 호서대(자연과학부) 교수는 “납은 어린이들의 성격까지 바꾸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황토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일반 토양보다 중금속 함량이 높은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인간에게 좋을 리는 없다”고 말했다.

황혜주 목포대 교수는 “시멘트로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의 주요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조사는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며 “국내 시멘트 업계가 산업폐기물 등을 활용하는 만큼 지금이라도 콘크리트와 인간 사이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 2009년까지 6가 크롬 자율 규제 나설 터”

강원도 영월의 C 시멘트 공장에서 폐합성수지를 소성로로 넣고 있다. [사진=미디어다음]
이와 관련해 시멘트 업계는 억울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시멘트가 콘크리트로 경화되면 중금속이 용출되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다는 입장이다. 6가 크롬 함유량도 업계가 자율적으로 이미 낮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종선 양회협회 상무는 “크롬, 수은 등과 같은 중금속은 일반 토양에도 대부분 존재한다”며 “업계 자체 자료에서도 6가 크롬 이외에 다른 중금속 함량은 상당히 낮게 나오고 있기에 일반 국민이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상무는 “요업기술원의 연구용역 결과는 최근 논란과 관련해 국내 시멘트 제품 내 6가 크롬 현황과 세계적 추세를 비교 연구했던 것이다 “시멘트 업계가 자율적으로 2009년까지 6가 크롬 함량을 일본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고, 이미 환경부와도 합의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와 별도로 환경부 유해물질과 관계자는 “시멘트 내 6가 크롬 함량을 각각 2008년 30mg/kg, 2009년 20mg/kg으로 저감하는 기준을 신설했다”며 “2008년부터 6가 크롬 함유량을 공개하도록 매년 공개할 예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강지킴이’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환경부와 시멘트 업계는 국민의 생활터전을 만드는 재료인 시멘트의 문제점에 대해 뻔히 알면서도 자원재활용이라는 명목으로 지금까지 서로 쉬쉬해 왔다”며 “업계 주장을 대폭 반영한 자율기준에 앞서 공산품 안전관리 기준에 따라 중금속 등 유해물질 함유량을 먼저 표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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