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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긁어대는 아이들 눈빛, 안 보이나요?”

“몸을 긁어대는 아이들 눈빛, 안 보이나요?”
[현장] ‘아토피 Zero 산사학교’에서 만난 아이들

아파트에 다량으로 쓰이는 유성 접착제와 시멘트가 유해 화학물질 또는 중금속의 ‘범벅’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 물질은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런 소식을 들은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여름방학이 끝나기 직전인 8월 21~25일, 국내의 대표적인 자연형 산사인 충청남도 계룡산 갑사에서는 아주 특별한 여름 캠프가 진행됐다. 아토피성 피부염이 심해 한시도 부모 곁을 떠날 수 없던 아이들이 큰 마음 먹고 ‘아토피 Zero 산사학교’에 참여한 것이다.

이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 생태지평의 김미현 연구원이 ‘아토피성 피부염과 함께 보낸 한 주일’의 감상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생태지평은 ‘아토피 Zero 산사학교’를 시작으로 아토피와 같은 환경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본격적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편집인>

자연에 마음을 연 아이들

조심조심 뛰어보지만 여지없이 금을 밟고 마는 ‘사방치기’, 한발이라도 더 뛰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듯이 집단으로 숫자를 세는 ‘한발 뛰기’는 닷새 내내 아이들이 사활을 건 놀이였다. 억울해 하는 항의에 고함으로 맞서는 다툼소리, 의기양양한 웃음소리는 온 종일 계룡산 전체를 뒤덮는다.

목탁소리, 풍경소리가 숲으로 정갈하게 스미듯이 아이들의 소리 또한 원래부터 숲의 소리인 양 결코 거슬림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자연이 잉태했으나 자연의 품을 떠났던 아이들의 고단한 몸과 마음을 어느새 어루만져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여린 생명들에게 들러붙은 아토피를 떼어주려는 듯이 말이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처음 안심하는 눈치였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표정이었다. 언뜻 보기에 얼굴은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는 깨끗한 피부였지만, 차츰 시선을 확대시키자 드러난 목과 팔에는 아토피가 자리하고 있었다. 시선이 닿아서인지 아이들은 눈을 맞추어주지 않았고,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불편해하는 기색으로 외면했다.

산사학교에 입학하는 날. 낯설음은 순간, 소풍에 들뜬 아이들 본연의 모습은 실로 소란스럽고도 천진스러움 그 자체였다. 겨우 종아리까지 밖에 차지 않는 계곡물에 애써 온몸을 눕혀보지만 성에 차지 않는지 남자 아이들은 금세 여자 아이들을 괴롭힌다. 아이들은 마음을 활짝 열었다. 아니 아이들의 마음은 닫힌 적이 없었던 것이다.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저리도 잘 먹다니…

‘자연이 키우는 아이들’로 되돌리기 위해 가장 신경 쓴 것은 유기농 먹을거리였다. 하지만 정성스레 준비한 잡곡밥과 채소 반찬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아이들에게 계속 설명하며 조금이라도 먹여보려 애쓰는 우리는 앞으로 힘겨운 날들을 예감하는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무 조각 한 개, 김 몇 장으로 맨밥을 억지로 밀어 넣으며 간신히 허기를 채운 아이들은 간식만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이 낙이 되어갔다.

하루 세 번 씩 오는 간식시간, 다음메뉴가 무엇인지 집요하게 물어오는 아이들은 고구마, 감자, 옥수수, 포도, 사과, 수박, 미숫가루 등으로 왕성한 식욕을 채우며 즐거워했다. 밥을 안 먹다 보니 집에서는 잘 먹지도 않았을 간식거리를 두 손에 들고 먹으면서도 한 개 더 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맛있어들 했다.

혹시라도 기생충이 생길까 하는 마음에 산사로 흘러드는 약수에 여러 번 씻은 포도를 씨와 껍질째 먹을 것을 강제로 권유했다. 몸에 좋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들은 낯설어 했다. “선생님, 씨랑 껍질이 포도 맛을 망쳐요,” “씨가 이빨에 자꾸 끼어요.” 그러나 얼굴 가득 찌푸리면서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이의 손, 입을 보자니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는 아이들

소리소리 지르며 뛰놀던 아이들에게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 찾아 왔다. ‘왜 나에게 아토피가 찾아 왔을까?’ 수업시간은 참으로 견디기 싫은 시간이다. 몸을 긁는 일이 갑자기 중요해졌다는 듯이 온 몸을 긁어대는 아이들의 눈빛이 갑자기 밝아졌다. ‘쫀쫀이~’, ‘콜라바’, ‘알알이’ ‘라면땅’을 본 아이들은 졸라댄다. “저 주세요.” “먹고 싶어요.”

환경정의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의 박명숙 팀장이 아이들이 가게에서 즐겨 사먹는 과자류와 포장지를 모아 강의 교재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것은 아토피를 쫓아버리기 위해 너희들이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이야. 자, 지금부터 여기 들어 있는 주성분과 첨가물 종류를 노트에 적어 보세요.”

‘황색5호’, ‘적색4호’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달콤하게 유혹하는 식품 첨가물에 아이들은 금세 굴복하곤 한다. 그런 첨가물이 온 몸을 가렵게 만들어도, 진물이 되어 줄줄 흘러도 아이들은 입속의 달콤함을 결코 잊지 못한다. ‘아토피와의 전쟁’이 참으로 길고 긴 험한 길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제 어른들이 행동할 때

얼굴에 드리운 아토피가 싫어 사진을 찍지 않으려는 지원. 곤하게 자면서도 온 몸을 긁어대는 혜진, 지수. 새벽에 일어나 맨발로 숲을 걸으며 끊임없이 불평하는 준하, 문홍. 아침, 저녁 하루 두 번씩 하는 죽염수 코 관장을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는 영진, 영수. 닷새 동안 이 아이들을 안고 달래다 보면 어느새 함께 눈물을 흘리곤 했다.

“선생님 겨울방학 때는 좀 일찍 시작해요. 네?” “아니 너 아토피 빨리 나아서 졸업해야지 계속 다니려고? 그럼 안 되지.” 이제 갓 ‘아토피 Zero 산사학교’에 입학한 아이들과 헤어지며 약속했다. 집에 가면 절대로 군것질 하지 않겠다고. 또 산사학교에서 갈고 닦은 노력을 열심히 실천하겠다고.

아이들이 아토피를 이겨내도록 어른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여전히 몸을 긁어대는 아이들을 떠나보내며 든 생각이다.
아토피 Zero 산사학교 입학식 : 광주 각화중학교 1학년 최지수의 다짐

아토피로 인해 어릴 때는 칭얼대고 보챘던 것이 지금은 짜증내고 신경질 부리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여름에도 짧은 옷을 못 입는 것이 더 이상 불만이 아닙니다. 1년 내내 외식을 안 하는 것도 오히려 당연해졌습니다.

내일은 나아지겠지 하던 날이 벌써 13년이 흘렀습니다. 가족들 얼굴에는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병원, 한의원, 각종요법에 좋다는 약들이 하나 둘 모여 이제 방안 가득합니다. 검고 두터워진 피부를 수술시켜달라고 울고불고 떼를 써 엄마를 속상하게 만들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전 생태지평이 마련한 아토피 제로 산사학교에 들어와 제 몸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5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선생님과 하나가 되어 제 몸을 지키겠습니다. 저희들을 위해 맑은 공기, 좋은 음식, 좋은 생각들로 채워준 5일 동안 열심히 노력하여 씻은 듯이 나아서 부모님이 밤잠을 설치지 않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빠, 엄마께 약속드립니다. 저 이곳에 와서 아토피 때문에 망가진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바꿔서 집에 갈게요. 그래서 이젠 친구들처럼 하복교복 입고 학교도 당당히 다니고 싶어요. 이제 제 눈치 보며 속상해하는 일 없게 할게요.

이젠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 열심히 생활할게요.

사랑하는 딸 지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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